“제가 치고 제가 놀랐어요. 그린이 빨라 붙이기만 하자는 생각이었거든요.” 이예원(22)의 8m 이글 퍼트가 홀을 찾아가듯 공이 오른쪽으로 살짝 휘면서 ‘땡그랑’ 떨어졌다. 골프장을 진동하듯 갤러리 환호성이 터졌다. 짜릿한 순간을 현장에서 지켜본 팬들이 서로 손뼉을 마주치며 기뻐했다. 국내 개막전의 극적인 ‘벚꽃 엔딩’이었다. 대회 주최측이 준비한 버스커 버스커의 인기 가요 ‘벚꽃 엔딩’이 골프장에 울려 펴졌다.
이예원이 6일 부산 동래베네스트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2025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국내 개막전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3개, 보기 3개로 2언더파 70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한 이예원은 홍정민(23)을 1타 차이로 꺾고 시즌 첫 승과 함께 통산 7승을 기록했다. 우승 상금은 2억1600만원. 2024년 6월 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이후 10개월 만의 우승이다.
이예원은 2023년 제주에서 열렸던 제 1회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에 이어 이 대회에서 2승을 올렸다. 안송이(35)가 3위(9언더파)에 올랐다.
이예원은 “올 시즌 4승 이상을 거둬 단독 다승왕에 오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예원은 승리의 원동력으로 “미숫가루의 힘”을 꼽았다. “지난 시즌 3승을 거뒀지만 체력이 떨어져 하반기에 우승을 추가하지 못했다”며 “호주 시드니 동계 훈련기간 강도 높은 체력 훈련과 함께 두 달 동안 아침 저녁으로 미숫가루(프로틴 포함)에 우유를 타먹어 체중을 3kg 늘렸다”고 털어놓았다. .
이예원은 2022년 KLPGA투어에 데뷔해 우승 없이 신인상을 받았다. 2023년에는 3승을 거두며 상금왕과 대상, 평균타수 1위 등 3관왕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도 3승을 올려 공동 다승왕(5명)에 올랐지만 상금 랭킹 7위, 대상 포인트 4위에 그쳤다. 상금 규모가 크고 대상 포인트가 많이 걸린 하반기에 우승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예원은 “공동 다승왕이 5명이 나올 정도로 상위권 선수들의 실력이 평준화됐다”며 “남다른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시즌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벌일 강력한 체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체중이 늘면서 비거리가 늘어 두 번째 샷을 치는 게 훨씬 편해졌다. 아이언 샷을 치면 공이 전보다 묵직하게 날아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날 승부는 3라운드까지 1타차 단독 선두였던 홍정민과 2위로 출발한 이예원의 매치플레이를 방불케했다.
평소 가까운 사이인 둘은 2022년 5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에서 맞붙어 홍정민이 1홀차로 승리한 바 있다. 당시 16번 홀까지 앞섰던 이예원은 남은 두 홀을 내리 내줘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었다. 이예원은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라고 생각하며 시즌 첫 승을 위해 초집중을 했다”고 밝혔다.
이날 둘은 일진일퇴의 접전을 펼치며 17번 홀까지 나란히 10언더파 동타를 기록했다.
승부는 464야드 짧은 파5홀인 마지막 18번 홀에서 갈렸다.
홍정민의 두 번째 샷은 그린을 훌쩍 넘어가 갤러리를 맞고 그린 주변에 떨어졌다. 이예원은 18도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투온에 성공했다. 홍정민의 어프로치 샷이 홀 바로 앞에서 멈춘 반면, 이예원의 이글 퍼트는 거짓말처럼 홀로 빨려들어갔다.
이날 3타를 줄인 신지애는 공동 23위(이븐파)로 대회를 마쳤다. “KLPGA투어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핀 포지션 등 코스 세팅의 밸런스를 향상시키고 개성있는 선수들이 늘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 대회는 국내 프로 대회 가운데 처음으로 광고 보드를 설치하지 않아 팬들이 선수들의 명승부와 아름다운 풍광을 즐겼다. KLPGA 투어 국내 개막전이 제주도를 떠나 부산에서 열린 것은 2007년 이후 18년 만이다. 동래베네스트에서 KLPGA 투어 대회가 열리는 것은 1983년 부산오픈 이후 42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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