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블비치에서 우승한 로리 매킬로이. /PGA투어 로리 매킬로이(36·북아일랜드)는 최고의 골퍼도 부러워하는 스윙의 천재다. 175㎝, 73㎏의 크지 않은 체구인데도 330야드를 넘나드는 파워 넘치는 스윙으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장타 순위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 군더더기 동작과 지면 반력을 최대한 이용하는 매킬로이의 스윙에 ‘최고’ 인증서를 달아 준 이는 다름 아닌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다. 우즈는 “프로 골퍼의 꿈을 지닌 아들 찰리에게 ‘내 스윙 대신 매킬로이의 스윙을 본받아라’고 한다”고 공개적으로 털어놓기도 했다. 이런 매킬로이가 2월 2일(현지시각) 미국 PGA투어 대회 AT& T 페블비치 프로암(총상금 2000만달러·이하 페블비치)에서 우승하며 PGA투어 통산27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PGA투어 27승(메이저 4승)은 현역 선수 가운데 셋째로 많은 승수다. 우즈가 PGA투어 최다승 타이기록인 82승(메이저 15승)을 거두었고, LIV 골프에서 뛰는 필 미켈슨(미국)이 그다음으로 45승(메이저 6승)을 기록했다.
1, 2 페블비치 최종 라운드에서 경기 중인 로리 매킬로이. 3 페블비치 최종 라운드에서 대화하고 있는 로리 매킬로이(오른쪽)와 셰인 라우리. /PGA투어
매킬로이는 우즈와 닮았다. 골프 신동으로 생후 21개월에 처음 플라스틱 골프채를 잡아봤고 두 살 때 드라이브샷이 40야드를 기록했다. 지역 방송에 나가 칩샷으로 골프공을 세탁기에 집어넣는 묘기를 선보인 것은 네 살 때였다. 우즈가 1997년 마스터스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며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것처럼 매킬로이는 2011년 US오픈의 각종 기록을 경신하며 첫 메이저 정상에 올랐다. 북아일랜드 홀리우드란 작은 마을 출신인 매킬로이는 어린 시절 자신의 방을 우즈 사진으로 도배해 놓고 살았다. 열 살 때는 “내가 당신을 잡으러 간다. 이것은 시작이다. 계속 지켜보라”는 맹랑한 내용의 편지를 우즈에게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매킬로이는 지난 3년간 급부상한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에게 ‘차세대 골프 황제’ 자리를 내주고 절치부심하고 있다. 셰플러는 지난해 PGA투어 7승(통산 13승·메이저 2승)과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매킬로이는 페블비치에서 우승하고는 “솔직히 셰플러를 본뜨려 노력했다. 셰플러에겐 없는 것 같은 충동을 나는 골프 코스에서 느끼는데, 좀 더 절제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2년간 다잡았던 US오픈 우승을 막판 실수로 놓쳤던 매킬로이는 메이저 우승에 대한 갈망이 크다. 4월에 열리는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면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루게 된다. 매킬로이의 이야기를 PGA투어를 통해 들어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프장으로 꼽히는 페블비치에서 우승은 어떤가. “골프의 성지라고 생각하는 특별한 장소가 있다. 페블비치, 오거스타 내셔널, 올드 코스 등이다. 이들 코스가 특별한 이유는 역사, 그곳에서 우승한 위대한 골퍼들 그리고 그들이 골프계에 미치는 영향 때문일 것이다. 마침내 페블비치에서 우승을 차지하게 돼 정말 기쁘다. 골프 역사를 깊이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내 이름을 페블비치의 우승자 명단에 올리게 돼 매우 영광스럽다.” 마지막 홀을 맞이하는 심정은 어땠나. “3타 차 선두로 페블비치의 마지막 홀을 맞이하면서 특별한 순간을 만끽할 수 있었다. 18번 홀 티박스에 서니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고 잠시나마 그 순간을 즐길 수 있었다. 이번 대회는 셋째 날에 거센 비바람이 몰아쳤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어떤 코스 조건이나 환경에서도 강한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코스가 길든 짧든, 그린이 부드럽든 딱딱하든, 날씨가 좋든 나쁘든, 내 경기를 펼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올 시즌 처음 출전한 PGA투어 대회였다. “여러모로 환상적인 한 주였다. 1라운드에서 홀인원을 기록했고 처음으로 페블비치에서 우승까지 하는 등 여러 가지로 좋은 한 주였다. 이보다 더 좋은 출발을 바랄 수는 없을 것이다. 작년 가을부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고 올해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자신의 경기력을 평가한다면. “경험이 쌓이면서 전략적인 판단을 하고, 상황에 따라 안전한 목표를 설정하는 데 더 능숙해졌다. 티샷에서도 보다 안정적으로 플레이하기 위한 클럽을 선택하고 있다. 쇼트게임은 작년보다 많이 발전했다. 페블비치 마지막 라운드 1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옆 러프로 보냈지만, 홀까지 12m를 남겨 놓고 어프로치 샷으로 홀 1.7m에 붙여 파를 지킨 것은 경기 흐름을 잡을 수 있었던 중요한 순간이었다.” 세계 1위 셰플러는 어떤 선수라고 생각하나. “여러 가지 이유로 셰플러를 존경한다. 셰플러와 함께 라운딩하거나 그의 경기를 지켜볼 때마다 그의 철저한 플레이 스타일에 감탄하게 된다. 그의 방식을 조금이나마 배워보려고 노력한다. 동료 선수가 2년 연속 놀라운 성과를 거두면 자연스럽게 그의 경기력과 성공 비결에 주목하게 된다. 나는 가끔 경기 중에 충동적으로 플레이하는 경향이 있다. 셰플러는 그런 부분이 없다. 나도 충동적인 판단을 자제하고 조금 더 절제된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선수 자리를 내줬다. “결국 나 자신의 최상의 퍼포먼스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이번 대회에서 보여줬던 플레이를 꾸준히 이어간다면 세계 랭킹이나 PGA투어 우승 같은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셰플러는 지난 몇 년 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켜왔고, 나는 그와 경쟁할 수 있는 가까운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 사실이 강한 동기부여가 된다. 다시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나 자신을 한층 더 발전시키고 싶다.”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매일 올바른 루틴을 실천하려고 집중한다. 꾸준함과 절제된 태도를 유지하는 것,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올바른 식단을 유지하는 것, 적절한 연습량을 소화하고 몸의 회복까지 신경 쓰는 것 등이다. 그리고 골프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관심사에도 시간을 할애하며 균형 잡힌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최근 메이저 대회 우승이 11년 전인 2014년 이다. 큰 대회에서 약하다는 말을 듣는다. “늘 가장 큰 과제는 정신력이었다. 내가 ‘좋은 선수’에서 ‘위대한 선수’로 도약하는 데 가장 큰 장벽이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뛰어난 체력과 장타 능력으로 남다른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었다. 하지만 때로는 내 생각과 마음가짐이 발목을 잡았다. 이제는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훨씬 잘 대처할 수 있는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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