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함께하는 친구가 전화하더니 TGL이 매우 멋지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 한 번 봤으니 또 보고 싶지는 않다고 하더라. TGL에 대한 공평한 평가라고 생각한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라디오 해설자인 제이슨 소벨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TGL이 개막한 다음 날 이런 글을 올렸다. 미국 현지 언론과 전문가의 TGL에 대한 평가는 참신하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지속 가능한 스포츠 플랫폼일까 하는 의문이 혼재돼 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주도하는 ‘신기술 기반 골프 리그’ TGL(Tmorrow’s Golf League)은 1월 7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가든스의 소파이센터 전용 구장에서 막을 올렸다.
초반 흥행 돌풍이 인상적이다. 개막전 시청자 수는 91만9000명, 2차전은 110만 명에 이르렀다. 모두 비슷한 시기 PGA투어 대회 시청자 수를 넘어서는 수치다. 중계 방송사 미국 ESPN은 “1차전은 새로운 형식에 대한 호기심으로, 2차전은 타이거 우즈의 출전이 팬을 불러 모았다”고 분석했다.
TGL은 우즈와 매킬로이가 설립한 회사 TMRW스포츠가 PGA투어와 제휴해 창설했다. 실내 스크린골프에 각종 최첨단 기술을 접목했다. TGL은 PGA투어 정상급 스타가 참가한 여섯 개 팀이 리그전을 벌인다. 한 팀은 네 명씩인데 경기에는 세 명씩만 출전한다. 3월 4일까지 정규 시즌 15경기를 벌인다. 3월 17~25일에 플레이오프 준결승과 결승전이 이어진다. 매주 목요일에서 일요일까지열리는 PGA투어 대회와 겹치지 않도록 TGL 경기는 월요일 또는 화요일에 열린다. 총상금 2100만달러(약 306억원), 우승팀 상금 900만달러(약 131억원)가 걸려 있다.
기술혁신: 찬사와 아쉬움
매킬로이는 “TGL은 재해석된 골프다. 골프를 21세기, 디지털 시대로 가져가려는 시도이자 더 많은 스포츠 관중의 흥미를 끌려는 시도”라고 했다. 전통적인 골프는 대자연 속에서 코스와 힘겨운 싸움을 벌여나가는 골퍼에게 집중한다. 절정의 순간을 향해 달려가기까지 고요, 정숙, 여백이 필요한 스포츠다. TGL은 골프보다는 쉴 새 없이 공격과 수비가 이어지는 NBA 경기장 같다는 반응이 많았다. 관중 환호와 역동적 음악, 강렬한 조명이 실내 경기장을 채운다. 소파이센터는 1500명을 수용하는 관중석이 마련돼 있다. 티샷과 중·장거리 샷은 가로 19.5m, 세로 16m 크기의 초대형 스크린을 향해 날린다. 5층 건물 높이다. 용암이 이글거리는 홀, 뱀처럼 구불거리는 홀, 아찔한 협곡을 가로지르는 홀 등 TGL을 위해 설계된 가상 홀을 배경으로 경기가 펼쳐진다. 공식 기술 파트너사인 미국 스포츠 시뮬레이터 제조 업체 풀스윙이 시뮬레이터와 소프트웨어, 레이더 기반 런치 모니터, 그린 존 작동 기술 등을 담당했다. 샷 추적 기술은 톱트레이서가 맡았다. 공식 스크린 파트너 삼성전자 LED 디스플레이는 초대형 스크린 양쪽 옆에 설치돼 스코어와 샷 데이터, 홀 정보 등을 보여주는 비디오 보드, 경기장을 둘러싸는 띠 모양 보드 등에 사용됐다.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창립 파트너로 참여했다.
50야드 이내 쇼트게임과 퍼팅은 스크린 반대 방향 그린 존에서 이뤄진다. 지름 41야드 원 안에 그린과 벙커 세 개가 있다. 이 원이 360도 회전하면서 그린 모양과 굴곡, 경사를 다양하게 조정한다. 그린 존에는 인조 잔디가 깔려 있다.
하지만 코스에서 공의 움직임이 단조롭고,움직임을 포착하고 재현하는 기술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환상적인 스핀을 거는 우즈를 비롯한 톱스타가 웨지샷에서 실수를 연발했다. 샷 이후 스크린에 볼의 궤적이 뜰 때까지 잠깐의 지체 현상이 거의 매 샷 나온다는 점도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었다.
빠른 경기 속도에 잔칫집 분위기
NBA 경기장이나 미식축구장을 연상시키는 활기찬 분위기에 젊은 팬은 열광한다. 샷이 제대로 되지 않아 욕설하는 모습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선수가 작전을 논의하거나 샷을 앞두고 고민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점도 호평받았다. 일부 ‘거북이 골퍼’의 슬로 플레이에 위기감을 느끼는PGA투어보다 훨씬 빠른 경기 진행 속도가 돋보였다. 이동에 시간이 걸리지 않는 데다 샷은 물론 퍼팅도 40초 제한이 있고, 지키지 않으면 1벌 타가 부과된다. 추가 시간이 주어지는 ‘타임아웃’ 기회를 팀당 네 번씩 쓸 수 있다.
경기는 15홀까지 진행되는데, 9홀은 팀원 세 명이 교대로 샷을 하는 방식, 6홀은 일대일 맞대결 방식이다. TV 중계에 최적화된 경기 시간 2시간에 맞췄다. TGL 경기의 빠른 템포는 실제 골프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훨씬 많은 액션을 제공한다. 스포츠 베팅 업체도 적극적으로 TGL 경기를 베팅 대상으로 내놓고 있다. 어느 팀이 이길 것인지 등 기본적인 내용부터 몇 홀까지 어느 팀이 이길 것인지 등이 이뤄지고 있다.
우즈와 함께 주피터 링크스 골프클럽에 속한 김주형은 “미국에서는 흥행과 인기가 높은 스포츠일수록 스포츠 베팅이 활성화돼 있다”며 “TGL에서도 이 같은 점을 잘 알고 경기 운영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현란한 음악, 수시로 바뀌는 화면이 경기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1월 14일 벌어진 2차전에서는 우즈가 실수를 연발하면서 주피터 링크스 골프클럽이 LA 골프클럽에 1 대 12로 완패했다. 지나치게 흥미 위주로 흘러가면서 세계 최정상급 선수를 불러 모은 의미를 반감시킨다는 평가도 있다.
몰려든 시청자… 우즈 없이도 가능할까
공식 개막전에서는 루드비그 오베리(스웨덴·세계 랭킹 6위)가 이끈 더 베이 골프클럽이 잰더 쇼플리(미국·2위)의 뉴욕 골프클럽을 9 대 2로 꺾었다. ESPN은 2시간 동안의 생중계 평균 시청자는 91만9000명이었고, 미국 동부 표준시 오후 9시 15분에서 30분 사이에는 110만 명으로 최고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1월 5일 끝난 PGA투어 2025시즌 개막전 더 센트리 최종 라운드 시청자 수(46만1000명)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2024년 9월 리브(LIV) 골프 개인 최종전 마지막 날 시청자 수(8만9000명)의 열 배가 넘는다고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전했다.
TGL 개막전을 시청한 18~49세의 젊은 시청자가 40만2270명으로 44%를 차지했다. PGA투어 개막전 최종 라운드를 본 50세 미만 성인은 8만454명이었다. 우즈가 영화 ‘록키’ 주제곡 ‘아이 오브 더 타이거’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낸 2차전은 110만 명이 지켜봤다. 케이블 채널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스포츠 프로그램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새롭고 화려한 등장 이면에는 지속 가능한 리그가 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미국 골프닷컴은 “우즈와 매킬로이 같은 슈퍼스타가 나오지 않으면 시청률이 어떻게 될 것인지, 리그 인기가 어떻게 될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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