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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안병훈이 할머니 송영희씨, 아버지 안재형, 어머니 자오즈민과 함께 기념 촬영하고 있다. / KPGA

안병훈(33)은 아마추어 최고 권위 대회 US 아마추어 선수권에서 2009년 우승하면서 주목받은 재목이다. 당시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서던힐스CC에서 열린 제109회 US 아마추어 선수권 결승에서 벤 마틴(미국)을 7홀 차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18번째 생일을 보름가량 앞두고 우승한 안병훈은 2008년 뉴질랜드 교포 선수인 대니 리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9·미국)의 종전 기록을 경신한 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18세 1개월)을 1년 만에 다시 갈아치우며 한국 골프의 차세대 기대주로 발돋움했다. 안병훈은 1895년 US 아마추어 선수권이 창설된 이후 한국은 물론, 아시아 국적의 선수로 정상에 오른 첫 번째 주인공이었다. 이후 안병훈은 2015년 유러피언투어(현 DP 월드투어) 플래그십 대회(주요 대회)인 BMW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이듬해 세계 최고 무대 미국프로골프(PGA)투어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될 듯 될 듯 이후 우승과 좀처럼 인연을 맺지 못했다. PGA투어에서는 준우승만 5번 했다. PGA 2부인 콘페리 투어로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아픈 경험이 거듭되는 중에도 안병훈은 골프를 훨씬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보고 기다릴 줄 아는 진정한 승부사로 거듭나고 있다. 


안병훈은 10월 27일 제네시스 챔피언십 최종일 연장전에서 김주형(22)을 제치고 우승했다.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안병훈이 2.5m 버디 퍼트에 성공한 반면, 김주형의 2.1m 버디 퍼트가 홀을 스쳐 지나가면서 연장이 성사됐다. 안병훈은 1차 연장에서 버디를 잡아 승부를 끝냈다. 


안병훈이 제네시스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1번 홀에서 티샷하고 있다. / KPGA

제네시스 챔피언십은 DP 월드투어와 한국프로골프(KPGA)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대회. 안병훈은 2015년 BMW PGA 챔피언 십 이후 9년 만에 DP 월드투어 두 번째 정상을 정복했다. 한국에서 우승한 건 2015년 KPGA투어 신한동해오픈에 이어 두 번째다. 그는 올림픽에서 각각 메달을 딴 한국과 중국 탁구 커플 안재형(59)과 자오즈민(61)의 외아들이다. PGA투어에서도 손꼽히는 장타자인 안병훈(187㎝·95㎏)은 18번 홀 그린 옆에서 기다리던 어머니 자오즈민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고 나서 클럽 하우스 앞에서 기다리던 할머니 송영희씨 품에서 다시 울었다. 안병훈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우승 기자회견. / KPGA

할머니, 어머니 품에서 우는 모습을 보고 울컥했다는 팬이 많다.


“골프 선수 고생을 고생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도 심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오랫동안 뒷바라지해 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가 지켜보는 가운데 우승해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이번 우승이 보너스라고 했다.


“올해 목표는 PGA투어 상위 30명이 겨루는 투어 챔피언십과 파리 올림픽, 미국과 세계 연합팀의 골프 대항전 프레지던트컵 출전이었다. 모든 목표를 이루고 올해 마지막으로 참가한 대회에서 우승하니, 완벽한 한 해를 마무리하는 보너스 같았다.”


공동 선두로 출발했는데 4라운드 중반까지는 고전했다.


“오늘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우승은 많은 운이 따라줘야 한다. 경기 초반 드라이버 샷이 많이 흔들렸다. 내가 아는 골프 지식을 총동원해서 극복하려고 했다. 티샷이 밀리고 물에 빠지면서도 크게 타수를 잃지 않았다. 내 골프를 하려 했고, 마지막 홀에서 버디가 많이 나와 좋은 마무리를 했다.”


그는 열네 살이던 2005년 겨울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있는 데이비드 레드베터 아카데미로 골프 유학을 떠났다. 이때부터 가족의 공간은 한국과 미국, 중국으로 넓어졌다. 자오즈민은 중국에서 통신사업을 하느라 중국에 자주 머물렀고, 안재형은 잠시 아들 캐디를 맡았지만, 이후엔 전문 캐디에게 넘겼다. 이후 탁구 대표팀 감독과 실업팀 감독으로 지냈다. 할머니가 미국에서 돌보며 그 공백을 메웠다. 


아버지 안재형은 “손자 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던 할아버지가 2004년 갑작스레 돌아가시면서 할머니가 모든 정성을 쏟았다”면서 “병훈이가 대회에 나가면 미국 집에 혼자 계실 때도 많았다”고 했다. 영어 한마디 못 하는 할머니는 2018년 안병훈이 결혼할 때까지 손자 뒷바라지를 했다. 


우승 트로피를 든 안병훈. / KPGA

지난해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8월 31일부터 3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대회 도중 감기에 걸리자, 어머니가 준 아이용 붙이는 감기약을 붙이고 경기에 나섰다가, 약물검사에 걸렸다. 어머니가 너무 미안해했지만, 오히려 쉬면서 나를 돌아보게 된 게 전화위복이 됐다.”


안병훈은 2016년 5월 취리히클래식, 2018년 6월 메모리얼토너먼트, 2018년 7월 RBC 캐나다오픈, 2023년 8월 윈덤챔피언십, 2024년 1월 소니오픈에서 다섯 차례 준우승했다.


언제쯤 우승이라는 선물이 올까.


“PGA투어 우승은 정말 많은 운이 따라줘야 하는 것 같다. 이번 겨울에도 부족한 부분을 메우려 노력하겠지만, 우승에 집착하지는 않겠다.” 


매번 안병훈 주니어 클리닉을 열고 있다.


“2019년부터 시작했다. 프로 골퍼를 꿈꾸는 선수 세 명을 1주일간 미국으로 초청해 함께 훈련한다. 지난해까지 다섯 차례 주니어 골프 클리닉을 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심했던 2020년에는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다 직접 비용을 댄다. 클리닉에 참가했던 주니어들이 이번 대회에서 나를 응원했다. 올해는 11월에 자택이 있는 올랜도에서 할 계획이다. 2021년부터는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 대회인 ‘안병훈 주니어 챔피언십’도 열고 있다. 나도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골프를 익혔는데, 주니어 골퍼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어린 친구들의 순수한 열정을 보면서 골프를 배우던 시기의 열정을 다시 느끼고 배운다.”


안병훈은 세종초등학교 동창 최희재씨와 2018년 결혼해 아들 선우(4)와 딸 지우(1)를 얻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를 키워준 부모님과 할머니의 고마움을 더 잘 알게 됐다”며 “내년에는 딸도 올 수 있는 나이가 되니까 온 가족이 한국에서 멋진 가을을 다시 보내고 싶다”고 했다. “미국에 있는 첫아이가 꼭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라고 했는데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흐뭇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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