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우 코치가 원장으로 있는 골프아카데미 ‘빅피쉬’가 자리 잡은 수원컨트리클럽. 연습하던 배소현이 이 코치에게 질문했다. “웨지 샷 거리 조절이 잘 안 돼요. 클럽 헤드의 로프트가 너무 가파르게, 강하게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요. 거리 조절이 안 되는 원인이 무엇일까요?”
이 코치가 답했다. “클럽 헤드의 로프트가 임팩트 이후에 빠져나가는 각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포인트야. 가파르게 내려오는 건 몸의 중심이 공 쪽으로 밀려가기 때문이고. 웨지 샷도 하체부터 회전하면서 순서대로 샷의 순서가 이뤄져야지.”
배소현은 머리로 이해하는 걸 몸으로 습득하기까지 한동안 샷을 반복했다. 이 코치는 배소현의 동작을 세밀하게 잡아주었고, 그때마다 배소현은 미심쩍은 부분이 제로(0)가 될 때까지 질문을 이어갔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정상급 선수가 어떻게 정밀한 샷을 가다듬어 나가는지 현장에서 지켜보는 순간이었다.
이 코치는 이렇게 말했다.
“배소현 프로는 자신의 몸과 언어로 이해할 때까지 집요하게 질문하는 스타일이다. 골프는 미세한 동작만 달라져도 큰 차이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대강 모양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철저하게 자신의 언어와 감각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반복적으로 정확한 동작을 만들어낼 수 있다.”
1·2부 투어를 오가던 배소현의 골프가 안정기를 맞이한 것은 2021년부터. 2020년 상금 순위 101위였던 배소현은 2021년 40위, 2022년 29위, 2023년 35위로 전환점을 맞이했다. 2024년의 3승을 폭발시킬 에너지가 지난 3년간 만들어진 것이다.
이 코치는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시드 전 걱정부터 하던 배소현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성적이 안정되면서 점점 더 자신 있게 골프를 하기 시작했고 기량도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바탕에는 질문의 힘이 있었다. 배소현은 임팩트 순간 왼발에 체중을 실어주는 스윙으로 바꾸고, 웨이트트레이닝을 꾸준히 하면서 장타자로 변모했다. 올 시즌 장타 부문 5위(252.21). 이 코치는 “예전에는 공을 그냥 지나가는 스윙을 했지만, 지금은 임팩트 순간에 모든 힘을 집중시켜 장타를 만들어낸다”며 “무작정 크게 하던 스윙도 지금은 간결해졌고, 힘을 줄 때와 뺄 때를 알게 되면서 드라이버 샷 거리와 방향을 모두 잡게 됐다”고 했다.
배소현은 이 코치의 레슨을 어떻게 소화했을까?
“2021년 이후 무엇이 내 골프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을까 자주 돌아본다. 가장 큰 원동력은 그 무렵 레슨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그전까지는 코치님이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하면 그렇게 따라 하는 것 자체만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는 크게 달라지는 게 없었다. 그래서 코치님 말대로 하려면 어떤 감각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 디테일하게 생각하고 질문하는 습관을 들였다. 다운스윙 동작에서 왼발을 디뎌 놓고 돌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하는 느낌과 동작이 맞는지 거듭 확인했다. 연습 때뿐만 아니라 대회 중에도 이런 구질이 나오고 이런 느낌이었는데 맞는지 세세하게 확인하고 질문했다. 코치님에게 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연습과 실전을 반복하면서 빠르게 좋아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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