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티샷을 하는 티잉 구역은 전혀 좁지 않은 구역이다. 양쪽 티 마커(Tee Marker)의 너비에, 클럽 두 개 길이만큼의 폭을 가진 사각형이 티잉 구역이다. 마음의 여유만 있다면 자신의 구질과 코스 공략에 가장 적합한 티샷 지역을 찾아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공간이 있다. 이시우 코치에 따르면 대충 앞사람이 티샷을 한 곳 주변에 티를 꽂고 허겁지겁 스윙을 한다면 출발부터 손해를 보고 시작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지혜롭게 티잉 구역을 활용하는 리디아 고의 사례를 추천했다. 지난 9월 하순에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리디아 고의 캐디를 맡았던 이 코치의 설명이다. “리디아는 티를 낮게 꽂으면 드라이버 샷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고, 몸의 중심을 낮게 가져갈 수 있어 샷의 일관성이 높아지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가끔 너무 낮게 꽂아서 놀랄 때가 있을 정도다. 리디아는 드라이버의 정확성을 높일 때는 3번 우드를 칠 때와 비슷하게 티를 낮게 꽂는다. 티의 높이가 낮으면 원래 구질인 페이드(오른손잡이 기준 공이 끝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휘는 구질)를 치기에 편하다. 특히 맞바람 낮은 페이드샷을 할 때 티의 높이가 가장 낮다.”
이 코치는 “멀리 치기 위해서는 티가 살짝 높은 게 좋지만, 리디아 고는 공을 워낙 정확하게 맞히기 때문에 거리 손실이 거의 없다”고 했다. 리디아 고는 평소 페어웨이에서도 자주 드라이버로 샷을 할 만큼 공을 깨끗하게 맞히는 능력이 탁월하다.
하지만 티를 약간 높게 꽂고도 공을 정확하게 맞힐 수 있다면 비거리에서는 티의 높이가 높은 쪽이 유리하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2006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파인허스트 골프 아카데미는 골프매거진과 함께 티의 높이에 따른 비거리 비교 연구를 했다. 핸디캡이 0에서 29인 27명의 골퍼를 핸디캡 수준(0~9, 10~19, 20 이상)에 따라 세 집단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티를 낮게(볼 전체가 드라이버의 상단 아래쪽으로 놓이는 경우), 중간(볼의 절반이 상단 위쪽으로 올라오는 경우), 높게(볼 전체가 상단 위쪽으로 올라오는 경우) 꽂고 각각 열 번의 드라이버 샷을 했다. 그 결과 티를 높게 꽂으면 낮을 때보다 캐리 거리가 평균 12야드 늘어났다. 티를 높게 꽂으면 발사각도가 높아지고 스핀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리디아 고의 티잉 구역 활용법에는 또 하나의 특징이 있다. 대부분 티샷을 티잉 구역 오른쪽에서 한다. 이는 페이드를 칠 때 코스를 넓게 사용하는 방법이다. 프로 골퍼는 티잉 구역에서 홀의 생김새를 살핀 다음, 더 많은 페어웨이 공간이 확보되는 쪽으로 티를 꽂는다. 티를 티잉 구역 왼쪽에 꽂고 바라본 코스와 오른쪽에 꽂고 바라본 코스는 완전히 다르다. 볼의 직후방에서 보았을 때, 페어웨이가 좀 더 많이 보이는 지점에 티를 꽂으면 심리적 부담도 덜고 샷의 결과도 좋아진다.
이 코치의 말이다. “자주 슬라이스가 나는 골퍼라면 티잉 구역 오른쪽에서 페어웨이 왼쪽을 겨냥해서 치는 것이 유리하다. 슬라이스가 나지 않고 똑바로 가더라도 페어웨이를 지킬 수 있고, 슬라이스가 나더라도 최악의 경우는 피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런 논리로 페이드샷을 구사할 때는 티잉 구역의 오른쪽에서, 드로샷은 티잉 구역의 왼쪽에서 하는 것이 공간 확보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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