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으로 치거나 그런 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이유를 떠나 로커룸 문이 파손된 것은 명백한 내 잘못이다. 팬 여러분과 대회를 주최해 주신 제네시스, KPGA, DP월드투어, 그리고 골프장 관계자분께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김주형(22)이 27일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린 제네시스 챔피언십(DP월드투어·KPGA투어 공동 주관)에서 연장전 끝에 준우승하고 로커룸 문을 파손한 것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김주형은 이날 최종 4라운드 17번 홀까지 안병훈에게 1타 앞섰지만 18번 홀(파5)에서 2.1m짜리 버디 퍼트를 놓치고, 안병훈이 2.5m짜리 버디 퍼트를 넣으면서 연장으로 끌려갔다. 18번 홀에서 이어진 연장전에서 김주형은 두 번째 샷이 그린 앞 벙커 턱 러프에 떨어지고 세 번째 샷은 그린을 훌쩍 넘겨 4타만에 그린에 공을 올렸고 파 퍼트마저 놓쳤다. 결국 김주형은 버디 퍼트를 넣은 안병훈에 우승을 내줬다.
김주형은 28일 본지와 통화에서 “우승을 차지한 (안)병훈이 형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로커룸에 들어오니 선수로서 우승 기회를 살리지 못한 내 스스로 화가 났다. 나도 모르게 문을 세게 열었는데 한쪽 문이 떨어졌다”며 “주먹으로 치거나 그런 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명백한 내 잘못이고 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김주형은 “문이 망가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 KPGA 관계자에게 먼저 연락해 수리 비용 등 보상을 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전했다”고 설명했다. KPGA도 이런 연락을 곧바로 받았다고 밝혔다.
김주형은 “오랜만에 국내 팬들 앞에서 경기했는데,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져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선수로서 반성하고, 보다 성숙해지는 계기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은 “강한 힘에 의해 문의 경첩이 떨어졌지만 문짝 자체에 변형이나 손괴가 있지 않아 이미 수리 완료했다”며 “경첩만 교체했기 때문에 수리비는 경미하다”고 말했다.
KPGA는 “일단 경위 파악이 먼저이고 상벌위원회는 현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골프 경기에서 선수가 스스로 화를 이기지 못해 자신의 클럽을 부러뜨리거나 캐디백을 발로 차는 등 화풀이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공공 시설을 파손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일어난다.
분노조절 장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았던 스타 선수도 있다.
메이저 4승 포함 PGA투어 26승에 빛나는 로리 매킬로이도 잊고 싶은 기억이 있다. 매킬로이는 2016년 메이저 대회인 디오픈 3라운드 16번홀(파5)에서 투온을 시도한 샷이 오른쪽으로 크게 빗나가자 3번 우드를 힘껏 내동댕이쳤다. 클럽은 헤드가 샤프트에서 떨어져 나가며 두동강 난 채 골프장 바닥을 굴렀다. 매킬로이는 그 전해에도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캐딜락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3번 아이언을 호수에 집어던진 일이 있다.
호수에 클럽을 집어 던진 일로 매킬로이는 5000달러의 벌금을 낸 적이 있다.
2023년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를 포함해 PGA투어 11승을 거두고 지금은 LIV골프에서 뛰는 스페인 장타자 욘 람의 별명은 람보다. 320야드를 가볍게 날리는 거구(188㎝·100㎏)에 다혈질 성격이 겹쳐서다. 2017년 메이저 대회인 US오픈 2라운드에서 샷 실수 이후 욕설을 내뱉고 클럽을 패대기친 뒤 발로 걷어차며, 사인 보드를 쾅쾅 내리치는 모습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그는 애리조나주립대 유학 시절부터 교제하던 지금 아내 켈리와 2019년 말 결혼하면서 달라졌다. 켈리는 같은 대학 창던지기 선수였다. 아내와 퍼즐을 맞추고 일기를 적으면서 매일 내면을 다스렸다. 두 아이가 태어난 뒤로는 “아이들이 우리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평정심을 찾으려 애썼다. 이들은 별도로 징계를 받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는 2020년 10월 제네시스 챔피언십 2라운드 마지막 18번 홀에서 짧은 버디 퍼트를 놓친 뒤 퍼터를 밟아 망가뜨린 이수민에 대해 KPGA가 벌금 600만원에 사회봉사명령 60시간, 한 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린 바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