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동화 같은 우승 행진을 벌이는 리디아 고(27)는 지난 9월 22일(현지시간) LPGA투어 크로거 퀸 시티 챔피언십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하며 시즌 3승째를 거두고는 의미심장한 소감을 밝혔다. “볼 스트라이킹이 많이 향상됐고 점점 더 편안해진다. 기술뿐 아니라 정신적인 면도 많이 발전해서 여러 상황에 훨씬 더 잘 대처할 수 있다.” “동화 같은 일이 일어났고, 이젠 마음만 먹으면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이 동화의 일부가 된 듯한 기분이니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이) 왜 안 되겠나.” 자신감 넘치는 발언이다.
리디아 고의 동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8월 10일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며 LPGA 명예의전당 입성에 필요한 마지막 포인트를 채웠고, 2주 뒤인 8월 25일 ‘골프의 고향’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메이저대회 AIG 여자오픈 우승을 이뤘다. 그리고 휴식을 취하다 한 달 만에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추가했다. 리디아 고는 앞으로 US여자오픈과 PGA 위민스 챔피언십 가운데 1승만 추가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열다섯 나이에 LPGA투어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던 ‘천재 소녀’ 리디아 고와 스물일곱에 새 전성기를 맞은 ‘골프 여제’ 리디아 고에게는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전혀 변하지 않는 특징도 있다. 바로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내려 쥐는 짧은 그립이다.
리디아 고는 드라이버나 아이언 그립을 1인치(2.54㎝) 정도 짧게 쥔다. 그린 주변 쇼트게임이나 벙커 샷을 할 때 웨지는 훨씬 더 짧게 쥔다. 클럽을 짧게 쥘수록 정확성은 좋아지지만, 원심력이 줄기 때문에 비거리는 줄 수 있다. 이시우 코치의 설명이다. “주말 골퍼들은 대개 클럽을 길게 잡고, 있는 힘껏 치려고 하지만 클럽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공을 정확하게 맞히지 못해 오히려 거리 손해를 보게 된다. 그립을 1인치만 내려 잡아도 클럽 제어가 쉬워지면서 볼 콘택트가 훨씬 잘 된다. 리디아 고는 그립을 짧게 쥐는 것뿐만 아니라 스리 쿼터 스윙(4분의3 크기 스윙)을 기본으로 한다. 무리하지 않고 최대한 편안하게 휘두른다. 덕분에 샷 실수 가능성이 줄어든다. 양손의 위치는 오른쪽 귀 뒤쪽에 둔다는 느낌으로 한다. 그러면 클럽이 너무 세워지거나 눕혀지지 않는 적당한 궤도를 이루게 된다.”
키 165㎝로 크지 않은 체격에 이렇게 클럽까지 짧게 쥐고 치는데 거리는 평균 이상이다. 드라이버로 230~240m 정도를 보낸다.
그립을 1인치 짧게 쥐면 다른 조건이 같을 경우 거리가 드라이버는 10야드(9.14m), 아이언은 7야드 줄어든다. 그런데 리디아 고는 스위트 스폿에 정확하게 공을 맞히는 능력으로 짧아지는 거리를 상쇄한다. 스매시 팩터(smash factor)는 클럽 헤드의 스피드로 볼 스피드를 나눈 값이다. 스윙 에너지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볼에 전달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리디아 고는 이 수치가 LPGA 투어 최정상급인 1.50 이상이다. LPGA 투어 평균 1.48보다 0.02 이상 높다. 스매시 팩터가 0.02 높으면 드라이버 비거리가 약 5야드 정도 늘어난다. 리디아 고의 스매시 팩터가 높은 비결 중 하나는 그립을 짧게 쥐는 것이다. 스매시 팩터가 0.02 증가하면 비거리는 5야드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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