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시절 ‘골프 천재’로 불렸던 이수민(31)은 석 달 전 세 가지를 끊었다. 담배를 끊었고, 누워서 휴대폰을 보지 않기로 했고, 늦잠 대신 일찍 일어나 30분씩 달리기로 했다. 그는 2년 전 전역 후 부진에 시달리고 있었다. 올해 10위 이내에 한 번밖에 들지 못했다. 그는 지난 5월 SK텔레콤 오픈에서 최경주(54)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최고령 우승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다. 대선배가 술, 커피, 탄산음료 세 가지를 끊고 골프에 매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샷 연습보다 운동선수의 기본자세를 먼저 되찾기로 마음먹었다.
6일 KPGA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이수민에게 동료들이 물을 뿌리며 축하하고 있다. /KPGA
이런 이수민이 6일 경기도 여주시 페럼 클럽(파72)에서 열린 KPGA 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2억5000만원)에서 극적 역전승을 거두고는 대회 호스트 최경주와 포옹했다.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 장유빈과 김홍택에게 3타 뒤진 공동 4위였던 이수민은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 보기 3개로 4언더파 68타를 쳤다. 합계 9언더파 279타로 2위 장유빈을 1타 차로 제쳤다. 우승 상금 2억5000만원을 받아 상금 순위도 48위에서 8위(3억4166만원)로 뛰어올랐다. 2021년 4월 입대해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다 2022년 10월 전역한 지 2년 만의 우승이다. 2020년 4월 KPGA 오픈 이후 4년 3개월 만에 통산 5승째를 기록했다. 국가대표 출신인 그는 2013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군산 CC 오픈에서 우승했고, 데뷔 첫해인 2015년 또다시 군산 CC 오픈에서 우승하며 그해 KPGA 신인상을 차지했다. 2019년 KPGA투어 상금왕에도 올랐다.
6일 KPGA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이수민이 트로피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KPGA
이수민은 최경주 인비테이셔널과 인연이 깊다. 2018년 준우승에 이어 2019년 우승했고, 지난해에는 부진 속에서도 공동 16위에 올랐다. 이수민은 “서른 살에 PGA투어에 진출한 최경주 프로님을 생각하면 아직 늦지 않았다”며 “더 노력해 큰 무대에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6일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우승한 이수민이 티샷을 하고 있다. /KPGA
이날 이수민은 1·2번 홀 연속 보기로 우승 경쟁에서 탈락하는 듯했다. 하지만 4~6번 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공동 선두에 합류했고, 8번 홀(파3)에서 11m 버디 퍼트에 성공해 단독 선두에 올랐다. 이수민은 후반 들어 장유빈이 추격할 때마다 버디를 잡아냈다. 11·13·15번(이상 파4) 홀에서 버디를 잡아 3타 차이까지 벌렸다. 장유빈이 15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고, 이수민이 17번 홀(파4)에서 보기를 적어내면서 1타 차로 좁혀진 승부는 18번 홀(파5)에서 결판 났다. 이수민은 티샷한 볼이 러프에 잠기면서 4번 만에 그린에 볼을 올렸지만, 2m 파 퍼트를 집어넣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장유빈은 페널티 구역 물에 떨어진 볼을 쳐내는 투혼을 발휘했지만 1타 차 간격을 끝내 좁히지 못했다. 3위는 김민규(7언더파), 최경주는 공동 36위(6오버파)에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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