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호주였다. 세계 8위 해나 그린(28)이 한국에서 열리는 유일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석권했다. 2019년 출범한 이 대회에선 특이하게 그동안 한국 또는 한국계 선수가 계속 우승했는데 그린이 그 전통을 깼다. 2019년 우승자는 장하나, 2021년 고진영, 2022년 리디아 고(뉴질랜드), 지난해 이민지(호주)였다. 2020년엔 코로나 사태로 열리지 않았다.
그린은 20일 경기도 파주 서원밸리 컨트리클럽 서원힐스 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2개로 1언더파 71타를 쳤다. 최종 합계 19언더파 269타로 2위 셀린 부티에(프랑스·18언더파)를 한 타 차이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 33만달러(약 4억5000만원)를 받았다. 3월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 4월 LA챔피언십에 이어 시즌 3승(통산 6승)째. 호주 선수가 LPGA투어에서 한 시즌 3승을 거둔 건 2006년 카리 웹(통산 41승) 이후 처음. 그린은 카리 웹 장학생 출신으로 호주 국가대표로 활동한 ‘카리 웹 키즈‘다. 그린은 “1월에 결혼한 이후로 모든 게 잘 풀린 덕분이다”고 말했다. 그린은 5년간 교제하던 호주 투어 출신 골퍼 제러드 펠턴(28)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2019년 메이저 대회인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서 박성현을 1타 차이로 꺾고 첫 승을 올리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린은 1라운드 공동 선두에 오른 이후 2라운드부터 단독 선두를 지키며 한 번도 선두를 놓치지 않고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 우승을 달성했다. 3라운드까지 2타 차 선두를 달렸던 그린은 이날 16번 홀까지 버디 2개, 보기 2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해 고전했다. 11번 홀(파5)에서는 티샷이 산의 경사면 러프에 빠져 큰 위기를 맞았으나 더 큰 타수를 잃지 않고 보기를 했다.
이날 챔피언조보다 두 조 앞에서 출발한 짠네티 완나센(태국)이 전반에만 이글 포함 6타를 줄이며 선두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완나센은 막판 퍼트 실수가 이어지며 2타를 잃고 3위(17언더파)로 마쳤다. 완나센에 이어 셀린 부티에(프랑스)도 후반 5타 포함 6타를 줄이면서 거센 추격으로 공동 선두로 올라서기도 했지만 그린이 17번 홀(파4)에서 3m 버디 기회를 살리며 승기를 잡았다. 그린은 “코스에 수시로 방향이 바뀌는 회오리바람이 불어 고전했다”며 “여유 있게 우승하자고 캐디가 얘기했지만, 결과적으로 경기를 흥미진진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며 웃었다.
키 173cm인 그는 올 시즌 장타 부문 60위(262.80야드), 그린 적중률 21위(72.68%), 그린 적중시 퍼트 수 1위(1.75개)로 홀에 가까워질수록 위력을 발휘하는 선수다. 이번 대회에선 4라운드에서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끝까지 인내심을 발휘하는 ‘지키는 골프의 정수’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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