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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시 블루헤런 골프클럽에서 열린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을 찾은 많은 팬이 코스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KLPGA

“어려운 세팅을 더 좋아하는 편인데도 이번 코스는 너무 어려웠다. ‘페어웨이를 지키느냐 못 지키느냐’에 따라 1~2타 이상 차이가 났던 것 같다. 변별력이 있었고, 어려운 문제집을 풀었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코스에서 나 혼자 언더파를 기록해서 굉장히 의미가크다. 뜻깊은 대회로 남을 것 같다.”


10월 6일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제24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수지(28)는 최종 합계 2언더파 286타를 기록했다. 이븐파 288타를 적어낸 2위 황유민(21)을 2타 차이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윤이나와 박민지가 공동 3위(1오버파)에 이름을 올렸다.


대회 코스인 경기도 여주시 블루헤런 골프클럽(파72·6763야드)은 6700야드가 넘는 긴 전장에 발목이 잠기는 깊은 러프, 개미허리 같은 좁은 페어웨이, 단단하고 빠른 그린으로 무장했다.


“KLPGA투어 코스 중 가장 어려웠다”


이번 대회 페어웨이 너비는 15~25m, 러프 길이는 15~20㎝, 그린 빠르기는 스팀프미터 기준으로 3.5m다. 올해 치러진 KLPGA투어 코스 중 가장 어려웠다는 평을 들었다. 대회 타이틀 스폰서인 하이트진로가 직접 운영하는 골프장이어서 매년 대회 준비에 최우선을 두고 전력을 기울인다. KLPGA 경기위원회에도 메이저 대회다운, 가장 어려운 코스 세팅을 주문했다고 한다. 


질기고 깊은 러프에서는 공을 바깥으로 꺼내기 급급해 적어도 0.5타 이상 1타에 가까운 페널티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드라이버샷이 장기인 윤이나가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우드 티샷을 한 곳이 여러 홀 있을 정도였다. 윤이나는 “러프에서는 공을 페어웨이로 안전하게 꺼내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첫날 선두였던 박도영은 “코스 자체가 길고, 페어웨이는 좁고 러프는 길어서 티샷이 가장 까다롭다. 러프에 가면 무조건 웨지로 레이업을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108명 참가 선수 가운데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첫날 6명. 이튿날 3명, 사흗날 2명, 마지막 날 한 명으로 계속 줄었다. 컷을 통과한 공동 61위 점수는 11오버파 155타. 직전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의 2오버파보다 9타나 많았다. 올해 KLPGA투어 컷 기준 최다 점수이자 2000년 이후 KLPGA투어에서 나온 컷오프 기록인 15오버파에 근접했다. 


이렇게 어려운 코스 세팅을 하면 오히려 코스의 변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운의 요소가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 리더보드 상단에는 KLPGA투어의 쟁쟁한 실력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공동 5위는 방신실, 최가빈, 최예림, 공동 8위는 박현경, 이제영이었다. 지난해 신인왕 김민별도 공동 10위였다. 


김수지는 3라운드에서 버디 8개를 잡아 8언더파 64타로 코스 레코드 타이기록을 세웠다. 이번 대회까지 통산 6승(메이저 3승) 가운데 5승을 9, 10월에 거둬 ‘가을 여왕’이라 불리는 김수지는 이번 대회에서 드라이브샷부터 퍼트까지 흠잡을 데 없는, 수준 높은 경기를 펼쳤다. 드라이브샷 비거리는 평균 255.13야드로 단독 4위, 페어웨이 안착률은 공동 10위(60.71%), 그린 적중률은 공동 2위(72.22%), 홀당 평균 퍼트 수는 1.63개였다. 


유일하게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하며 우승한 김수지. /KLPGA

마다솜과 박성현이 러프에서 아이언 샷을 하고 있다. /KLPGA

배소현이 퍼팅 그린을 읽고 있다. /KLPGA

“그린잔디의 밀도 지키는 게 시작이자 끝”


올해는 9월에도 열대야가 최장기간 지속될 정도로 찜통더위가 3개월 이상 이어졌다. 이 대회 이전까지 국내서 열리는 남녀 골프대부분이 페어웨이에 공이 떨어지면 공을 닦고 공이 있던 자리 주변 치기 좋은 곳에 옮겨 놓을 수 있는 프리퍼드 라이 규칙을 적용했다. 


‘지옥의 코스’ 블루헤런은 어떻게 까다로운 코스 세팅을 유지하면서 변별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을까? 6년째 블루헤런 코스 관리를 맡은 최대홍 코스의 설명이다. 


“그린잔디(크리핑밴트그라스)의 밀도가 내려가지 않게 지켜내는 것이 대회의 시작이자 끝이다. 대부분 중요한 경기가 그린에 집중되기 때문에 그린 밀도를 지켜내지 못하면 정상적인 그린 경기를 할 수 없다. 여름철 그린 밀도가 떨어지면 단시간에 좋게 만들 수 없다. 매년 대회가 열리는 코스(22년째 블루헤런 개최)이므로 영업을 하면서도 그린 관리를 원활하게 했다. 잔디를 한 장도 이식하지 않아 대회 화면상 그린의 이질감이 없었다.”


이번 대회는 경기 시작 전과 경기 종료 후의 그린 빠르기가 거의 변동이 없었다. 최 팀장은 “티잉 구역은 샷의 견고함, 페어웨이는 잔디의 고밀도 유지와 플라이 볼(공과 클럽 사이에 잔디가 끼면서 멀리 나가는 샷)이 나오지 않도록 적당한 경도를 유지하도록 했다. 하이트진로 대회는 ‘좁은 페어웨이, 긴 러프, 유리알 그린’이라는 원칙을 지키려고 한다. 그때그때 달라지는 일관성 없는 대회가 아닌 변별력 있고 전통 있는 대회의 연속이라고 보면 된다. 티샷부터, 중간 샷, 쇼트게임, 퍼팅 능력을 겸비한, 고른 능력을 갖춘 선수가 우승하는 코스 세팅이 우리의 원칙이다.” ‘헤런스 픽’이라고 불리는 마지막 네 홀(15~18번 홀)은 페어웨이를 더 좁히고, 러프를 더 길게 해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도록 했다고 한다.


국내 상당수 대회는 대회가 열리기 직전까지 일반 내장객 편의에 맞춰 운영하는 골프장에서 열린다. 그러다 보면 주말 골퍼의 경기 진행 속도를 늦추고 불평을 살 수 있는 깊은 러프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린 빠르기도 너무 빠르게 할 수 없다. 국내 투어 대회 수가 예전의 두세 배인 30개 이상 열리는 데도 국내 선수들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이런 상황과 밀접하다.


뚜렷한 원칙 갖고 코스 세팅에 정성을 쏟아야


여자 골프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한국 여자 골프는 몇 년 전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대회에 정상급 선수가 출전해도 톱 10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드물다. 우승 경쟁과 관계없는 30위권 언저리에 머물렀다. 갑자기 어려워진 코스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도 그 원인 중 하나다. 모든 대회를 블루헤런처럼 세팅할 필요는 없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가혹한 US오픈의 코스 세팅을 선수들이 모두 공정하다고 반기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같은 뚜렷한 원칙을 갖고 코스 세팅에 정성을 쏟는 대회가 더 늘어야 한다. PGA투어 4대 메이저 대회도 각각 특색이 다르다. 유리알 그린으로 악명 높은 마스터스와 황량하고 거친 링크스 코스에서 열리는 디오픈, 선수를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US오픈, 정상급 선수부터 티칭 프로까지 고루 경쟁할 수 있는 PGA챔피언십까지, 개성은 다르지만 자신들의 원칙에 충실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KLPGA투어에도 최다 언더파 기록이 나오기 쉬운 코스와 이븐파가 우승하는 코스까지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어느 대회든 투어 수준의 코스에서 열려야 한다. KLPGA투어에서 우승하는 실력이면 LPGA투어 어디에서도 우승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글로벌 투어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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