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 고향에서 꼭 우승하고 싶었는데 꿈이 이루어졌다.” ‘영원한 탱크’ 최경주(54)가 한국 골퍼로서는 처음으로 시니어 투어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랐다.
최경주는 29일 영국 스코틀랜드 커누스티 골프 링크스(파72)에서 열린 더 시니어 오픈 챔피언십(총상금 286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4개, 보기 4개를 묶어 2타를 줄여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했다. 2위 리처드 그린(호주·8언더파 280타)을 2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더 시니어 오픈은 50세 이상 선수들이 참가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챔피언스와 유럽 레전드 투어 메이저 대회다.
최경주는 PGA 투어 시절 이루지 못한 메이저 대회 우승을 한국 선수 최초로 시니어 투어 메이저 대회에서 이뤘다. 지난 5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역대 최고령 우승 기록(54세)을 쓴 그는 앞서 PGA 투어 한국인 첫 우승(2002년), 최다 우승(8회), PGA 투어 챔피언스 첫 우승 등 굵직한 한국 골프 이정표를 세운 개척자다. 3년 전부터 술과 탄산음료·커피 등을 끊고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을 관리하면서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020년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최경주는 2021년 퓨어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우승하고 3년 만에 통산 2승을 달성했다. 더 시니어 오픈에서 아시아 선수 우승은 2002년 스가이 노보루(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최경주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상금 44만7800달러(약 6억2000만원)와 내년 PGA 투어 메이저 대회 디오픈 출전권을 받았다. 최경주의 디오픈 출전은 2014년이 마지막이다. 그는 “2007년 디오픈에서 공동 8위를 한 적은 있지만, 강풍과 러프, 벙커 때문에 고생한 기억이 너무 많다”며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댈러스에서 긴 퍼트나 바람을 이기는 샷 연습을 많이 했다. 긴 퍼트가 잘 들어갔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이날 1타 차 단독 선두로 4라운드를 출발했지만 6번 홀까지 3타를 잃으면서 선두 자리를 내줬다. 1번 홀(파4) 보기에 이어 5번 홀(파4)과 6번 홀(파5)에서도 각각 1타를 잃었다. 최경주는 “보기 3개를 쳤지만 어쨌든 끝까지 가보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기다렸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3위까지 밀렸던 최경주는 9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분위기를 바꾼 이후 10번 홀(파4)에서 연속 버디로 한 타를 더 줄여 공동 선두에 복귀했다. 흐름을 탄 최경주는 12번 홀(파5)에서 탭인 버디, 13번 홀(파3)에서 티샷을 홀 1m에 붙여 연속 버디를 기록했다. 순식간에 3타 차 선두로 달아났다. 이어 14번 홀(파5)에서 8m 이글을 잡아낸 최경주는 우승을 확신한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235야드를 남기고 5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이 벙커 넘어 그린에 떨어지며 만든 이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8번 홀(파4)에서 보기를 범했지만, 우승 달성엔 문제가 없었다. 양용은(52)은 공동 19위(4오버파 292타)로 마쳤다.
전날 미국 듀크대에 재학 중인 막내 아들 최강준(21·미국 이름 대니얼)도 콜 코튼 스테이츠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해 겹경사를 맞았다. 2위 그룹을 7타 차로 따돌렸다. 3라운드를 마친 최경주는 아들에게 전화해 우승을 축하해 줬다. 아들 강준은 “아버지 경기를 재미있게 보았다. 아버지와 나는 서로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사이다. 아버지가 전화를 걸어와서 우승을 축하해 주셔서 정말 기뻤다”고 했다. PGA 투어 관계자들은 최경주에게 “초이스 위크(Chois’ week)”라며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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