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파3홀은 어디일까?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아멘 코너(11~13번 홀)의 심장부인 12번 홀(파3·155야드)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리는 TPC 소그래스의 ‘아일랜드홀’인 17번 홀(파3·137야드)을 먼저 떠올리는 골퍼들이 많을 것이다. 매년 같은 곳에서 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그만큼 익숙하다.
그리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 반도에 자리 잡은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의 7번 홀(파3·106야드)도 빠질 수 없다. PGA투어 페블비치 프로암이 매년 열리고 US오픈이 열릴 때마다 주목받는 곳이다.
시선을 유럽으로 돌리면 제152회 디오픈 챔피언십이 열린 스코틀랜드 트룬의 로열 트룬 골프 클럽 8번 홀(파3·123야드)이 유명하다. 골프 코스의 미학적 가치로 꼽으면 로열 트룬의 8번 홀이 최고라는 이들도 있다. 코스 길이는 기억하기 좋게 123야드. 디 오픈이 열리는 9개 순회 코스 가운데 가장 짧은 파3 홀이다. 티잉 구역에서 6m 낮은 그린을 향해 샷을 하는 데 그린 주변에 5가지의 크고 깊은 벙커가 자리한다. 그린 왼쪽의 깊은 벙커는 별명도 무시무시한 ‘관(coffin)’이다.
아일랜드의 셰인 라우리가 2024년 디오픈 3라운드에서 로열 트룬 8번 홀의 벙커에 빠져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그린이 작다고 붙은 별명이 ‘우표(Postage Stamp)’다. 원래 별명은 ‘아일사(Ailsa)’였다. 티잉 구역에서 바위섬(아일사 크레이그)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린 크기는 2635제곱피트(244.79제곱미터)로 페블비치 7번 홀(2415제곱피트·224.36제곱미터)보다 약간 크고, 오거스타 12번 홀(3360제곱피트·312.15제곱미터)과 TPC 소그래스 17번 홀(3912 제곱피트·363.43제곱미터)보다는 훨씬 작다.
이 홀은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풍향과 풍속이 수시로 바뀌고, 공이 떨어지는 위치에 따라 천당과 지옥이 갈린다. 바람이 잠잠할 때는 웨지로 홀에 붙여 쉽게 버디를 잡을 수 있지만, 강풍이 몰아치면 한 타를 잃는 보기만 해도 감사한 마음이 드는 곳이다.
로열 트룬 8번 홀에 대해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그린에 공을 올리면 좋고, 그린을 놓치면 나쁘다(Green good, miss green bad)”는 함축적인 평가를 했다. 2016년 대회 때 폴 케이시는 “버디를 할 수도 있고, 더블 보기를 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샷이 떨어지는 위치의 단 1mm 차이로 바뀔 수 있다”고 했다. 독일의 허만 티시스는 1950년 디 오픈에서 15타 만에 홀 아웃 했다. 디오픈에서 로열 트룬 8번 홀 홀인원은 4번 나왔다. 2004년 어니 엘스, 1997년 데니스 에드룬드, 1973년 진 사라센과 데이비드 러셀이다. 1973년 당시 71세인 사라센은 5번 아이언으로 최고령 메이저 홀인원 기록을 남겼다. 최연소 메이저 홀인원 기록은 1869년 프레스트윅 8번 홀에서 영 톰 모리스가 18세의 나이로 기록했다.
2024년 디오픈을 앞두고 로열 트룬 8번 홀에서 연습하는 선수들. /AFP 연합뉴스
유명한 파3 홀들은 우승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곤 한다. 2019년 마스터스에서 우즈가 12번 홀 파세이브를 하며 그린 재킷을 입지만, 경쟁자들은 물에 공을 빠트리며 경쟁에서 밀려났다. 이번 대회 3라운드까지 로열 트룬 8번 홀의 난도는 8위(3.170타)다. 버디(72개)와 보기(68개)가 균형을 이루는 데 문제는 더블보기나 더블보기보다 더 나쁜 점수가 32개나 나왔다는 것이다. 그만큼 치명상을 입을 위험성이 높다는 뜻이다. 2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렸던 셰인 라우리(북아일랜드)도 강풍이 몰아친 3라운드 8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하고는 무너지기 시작해 9위(1언더파)까지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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