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8·미국)는 6월 23일(이하 현지시각)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총상금 2000만달러)에서 연장 접전 끝에 한국의 기대주 김주형(22)을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김주형과 셰플러는 텍사스주 댈러스 같은 동네에 살고 같은 교회에 다니며 성경 공부도 함께하는 절친이다. 나이는 셰플러가 여섯 살 많지만, 생일(6월 21일)은 같다. 이번 대회 2라운드를 마치고 대회장 근처 피자 가게에서 함께 생일 파티를 했다. 3라운드까지 1위를 달려 투어 4승에 도전했던 김주형은 “셰플러 같은 선수와 경쟁하려면 정말 잘 쳐야 한다”며 “이번 대회 보기 두 개가 모두 3퍼트로 나왔는데 이런 큰 대회에서는 작은 차이로 승부가 갈리기 마련”이라고 했다.
셰플러는 1962년 아널드 파머 이후 62년 만에 7월 이전에 6승을 거둔 선수가 됐다. 또 2009년 타이거 우즈 이후처음으로 한 시즌에 6승을 거뒀다. 우승 상금 360만달러(약 50억원)를 받아 시즌 상금 2769만달러(약 385억원)로 단일 시즌 최다 상금 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셰플러는 트래블러스 챔피언십까지 올 시즌 15번 대회에 나왔다. 그중 여섯 번을 우승했고, 준우승을 두 번 했다. 톱 10에는 13차례 들었다. 컷을 탈락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셰플러가 우승한 대회는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와 총상금 2000만달러(약 276억원) 규모로 운영되는 PGA투어 시그니처 이벤트(특급 대회) 다섯 개였다.
셰플러는 오는 8월 파리 올림픽에서는 미국 대표로 나선다.
올림픽 골프는 남자부가 8월 1일부터 나흘간, 여자부는 8월 7일부터 나흘간 프랑스 르 골프 나쇼날 올림픽 코스에서 열린다.
셰플러의 이 같은 행진은 지난 5월 PGA챔피언십 2라운드를 앞두고 경찰의 교통 통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갑이 채워진 채 연행돼 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인 머그샷까지 찍고 풀려나 경기를 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치르면서도 꿋꿋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우승자로 인터뷰 중인 스코티 셰플러. /PGA투어검찰은 “증거 전체에 근거해 볼 때 셰플러에게 제기된 혐의에 대한 기소를 진행할 수 없다. 이것이 ‘큰 오해’였다는 셰플러의 판단은 증거로 입증된다”고 밝혔다. 셰플러는 “우승을 하든, 그렇지 않든 하느님께서 함께해주신다는 생각을 하면 정말 위로가 되고 안심이 된다”고 했다. 우즈의 전성기 시절 같은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는 셰플러의 이야기를 PGA투어를 통해 들어보았다.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함께 플레이하는 김주형(왼쪽)과 스코티 셰플러. /PGA투어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스코티 셰플러가 가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GA투어
“엄청난 시즌을 보내는 와중에 올 시즌 여섯 번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 운이 좋게도 올 시즌 여러 번 우승할 수 있었고, 행복한 기억이 많다. 톰(김주형)은 정말 최선을 다해서 경기했고, 그와 경쟁할 수 있어서 좋았다. 톰은 정말 좋은 친구이며, 같은 지역에서 살고 함께 투어 경기를 다니면서 특별한 기억이 많다.
친구와 경쟁한다는 것이 즐겁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어려운 일이다. 톰은 경쟁자이지만 내 친구이기도 하므로 연장전에서 그가 보기를 범했을 때 마음이 쓰이기도 했다. 하지만 18번 홀에서 그가 보여줬던 버디 퍼트를 기억하길 바란다. 정말 대단했다. 그 퍼트는 아주 오랫동안 그의 기억 속에 있을 것 같다. 톰은 정말 중요한 순간에 그런 퍼트를 넣을 수 있는 선수다. 아직 22세밖에 되지 않았지만, 골프를 대하는 태도와 경기에 임하는 모습은 놀랍다. 정말 훌륭한 선수이며 멋진 챔피언이다. 나는 항상 톰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지난 시즌 퍼트가 약점이었는데 올해는 오히려 강점이 된 것 같다.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퍼트가 애매하긴 했다. 하지만 후반 9홀에서는 아주 좋은 퍼트를 많이 넣었다고 생각한다. 퍼트가 속을 썩일 때면 너무 조마조마하긴 하지만, 그래도 항상 넣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13번 홀 티 박스에 서 있을 때, 모두가 동점인 상황에서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남은 여섯 개 홀에서 세 개의 버디를 만들면, 아마도 연장에 갈 것 같다.’ 좋은 샷을 많이 쳤다고 생각했는데, 그만큼 버디가 나오질 않았다. 그래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 버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거둔 우승은 어려운 골프 코스에서 이뤄낸 것이 많다. 그래서 이렇게 퍼트가 중요한 곳에서 필요할 때 올바른 퍼트를 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경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올해 경찰에 체포되는 등 우여곡절도 있었다.
“힘들 때마다 나의 팀이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올해는 나와 캐디 테디에게 절대 쉽지 않은 시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말 재미있는 한 해이기도 하다. 나는 과거나 미래에 크게 연연하지 않으려 하고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올해 이렇게 많은 우승을 차지할 수 있어서 굉장히 행복하고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했던 노력이 드디어 보상받는 듯한 느낌이고, 이렇게 많은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을 수 있어서 좋다.”
파리 올림픽에 대한 기대는.
“올해 파리 올림픽은 매우 특별할 것 같다. 성조기가 달린 유니폼을 입고 국가를 대표해 대회에 나가는 것은 정말 극소수 선수만이 경험할 수 있는 행운이다. 미국을 대표할 수 있어 매우 자랑스럽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이라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잰더 쇼플리, 콜린 모리카와 윈덤 클라크와 함께 이번 올림픽에서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거 같다. 미국에 메달을 가져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올림픽 이후 스케줄은.
“디오픈(브리티시오픈)과 올림픽 그리고 페덱스컵 플레이오프까지, 최고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미국과 세계 연합팀이 겨루는 프레지던츠컵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그 후에는 휴식을 조금 할 생각이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경기 결과로 나 자신을 정의하지 않으려 한다. 항상 올바른 태도로 경기에 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올해 몇 번의 우승이 찾아와서 감사할 따름이다. 장기적인 목표도 세우려고 하지 않는다. 항상 현재에 충실할 때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것 같다. 올바른 태도로 경기에 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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