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퍼팅은 정말 50cm보다는 길었어요. 80cm는 됐던 것 같아요.” “제가 원래 잘 잊어요. 금붕어 같다고 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그 덕분에 예전 일에 영향을 덜 받는 것 같긴 해요.”
한국 골프의 기대주 장유빈(22·신한금융그룹)은 흥미진진한 골프 실력처럼 말솜씨도 진솔하면서 재미있다. 한국에서는 보기 드물게 33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에 섬세한 쇼트게임까지 진가를 드러내면 PGA급 경기를 보여주는 장유빈은 지난 7월14일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군산 CC 오픈에서 프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아마추어 신분으로 이 대회에서 우승한 데 이어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며 프로 데뷔 첫 승이자 통산 2승째를 달성했다. 이 대회 2연패에 성공한 선수는 장유빈이 처음이었다.
올해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최고의 블루칩으로 꼽히는 장유빈이 마침내 시즌 첫 우승을 따냈다. 장유빈은 7월 14일 전북 군산시 군산CC 토너먼트 코스(파72)에서 열린 KPGA투어 군산CC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를 쳐 최종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우승했다. /KPGA
장타보다 사람들을 더 놀라게 한 것은 장유빈의 정신력이었다. 장유빈은 지난달 30일 비즈플레이ㆍ원더클럽 오픈 최종일 5타차를 따라잡은 허인회에게 연장전에 끌려 들어가 역전패당해 눈물을 펑펑 쏟았다. 특히 정규 라운드 18번 홀에서 50cm 도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진 짧은 파퍼트를 놓친 게 결정타가 됐다. 오죽하면 연관 검색어로 장유빈을 입력하면 허인회가 뜰 정도였다. 그런데 바로 다음 대회에서 장유빈이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그것도 3타차 선두로 나갔다가 8번 홀까지 3타를 잃어 지난번 상처가 재연되는가 싶었는데 9번 홀(파5·596야드) 이글을 계기로 극적 반전에 성공했다.
장유빈은 우선 정규 라운드 18번 홀에서 남은 퍼팅 길이는 50cm가 아니라 1m에 가까운 거리였다고 항변했다. 장유빈은 “그때의 역전패는 안 좋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지만 다행히 한 주라는 간격이 있었던 게 큰 도움이 됐다”며 “바로 다음 주 시합이었으면 흔들렸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당시 화요일까지 이틀 동안 골프채를 안 잡고 쉬었다고 한다. 수요일부터 어프로치 샷부터 조금씩 조금씩 해나갔다고 했다. 그는 “한 주 동안 잊고 새로운 마음으로 군산 CC 오픈에 나간 게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장유빈의 골프 인생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할아버지 장영일씨는 테니스 국가대표, 할머니 차화자씨는 정구 국가대표 출신이다. 장유빈이 184cm, 80kg의 당당한 체격에 뛰어난 운동 신경을 갖춘 것도 이런 내력 덕분이다. 장유빈은 5살 때까지 대가족이 용인에서 함께 살았지만 6살 때 할아버지, 할머니가 강원도 동해로 이사 가면서 자주 동해로 놀러 가곤 했다. 골프를 좋아하시던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잡고 손자 손녀들이 동해의 한 골프 연습장에 간 게 장유빈 골프 인생의 출발이었다. “7살 때 골프 연습장에 가기 시작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그 연습장에는 온종일 타이거 우즈의 스윙 영상이 나왔다. 역동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그 모습에 반해 우즈의 팬이 됐다. 종일 우즈 스윙을 흉내 내면서 놀았다.” 장유빈은 PGA투어 수준의 장타를 칠 수 있게 된 건 하체를 잘 쓰는 우즈의 스윙을 따라 한 덕분이라고 했다. 백스윙 톱이 완성되기 전에 하체가 먼저 움직이면서 다운스윙을 끌고 가고 왼발을 딛는 동작으로 지면 반력을 얻는 비결을 어릴 때부터 알게 됐다는 설명이다. 장유빈은 “매일 영상을 보다 보니 우즈가 궁금해서 찾아보면 우승할 때마다 극적인 일들이 너무 많았고, 너무 멋있게 우승했다”며 “그래서 조금 더 반하게 되고, 우즈를 꿈꾸면서 운동했다”고 했다. “타이거 우즈를 너무 만나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장타이면서도 섬세한 쇼트게임 감각을 갖게 된 것은 할아버지 덕분이다. “할아버지는 공을 갖고 하는 스포츠는 모두 잘하신다. 당구는 1000점을 치셨다. 골프도 70대 초반까지는 이븐파를 치셨고 클럽 챔피언도 하셨다. 할아버지는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쇼트게임이라고 생각하셨다. 공 300개를 치면 250개를 5m, 10m, 15m 거리의 조그만 원에 모으는 연습을 하셨다. 다 끝나고 나면 공이 동그랗게 모였다. 나도 할아버지와 똑같이 연습하면서 좋은 쇼트게임 감각을 갖게 된 것 같다.” 장유빈이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시력이 떨어지고 허리 통증이 심해진 할아버지에게 골프 점수에서 앞섰다고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큰 부자는 아니었지만, 손자 골프 연습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할아버지 할머니께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갖다 드리니 그렇게 좋아하실 수 없었다”며 웃었다.
올 시즌 장유빈은 열두 대회에서 8번이나 톱10에 올랐다. 군산CC오픈에서 우승하기 직전까지 준우승 세 번, 3위 한 번, 4위 두 번을 했다.
장유빈은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5177.86점), 평균타수 1위(69.32타), 상금순위 2위(6억 6462만원) 등 주요 부문에서 모두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평균 드라이브 샷 312.71야드로 KPGA 투어에서 유일하게 310야드 이상의 장타를 친다. 그린 적중률 11위(73.88%), 평균 퍼트 2위(1.72개) 등 빠지는 게 없다. 장유빈은 “제네시스 대상을 받아 콘페리 투어 퀄리파잉 스쿨 최종전에 직행하는 게 우선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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