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육지가 연결되는 땅, 링크스 코스(links course)에서 열리는 디오픈 챔피언십은 한국 선수들에게 낯선 무대였다.
하지만 지난해 김주형(22)이 공동 2위에 오르며 역대 한국인 최고 성적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임성재(26)가 공동 7위에 오르며 톱10에 올랐다.
골프의 고향 스코틀랜드의 링크스 코스는 한국 선수들이 평소 경험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수시로 불어오는 바람의 세기와 방향이 달라 임기응변 능력이 뛰어나야 하고, 깊고 질긴 러프는 자칫 골프 클럽을 잘못 놓았다가는 찾기도 어렵다. 항아리 벙커는 그린이 아닌 반대편 페어웨이를 향해 쳐야 할 때도 있다. 한국 골프의 개척자인 최경주는 2007년 디오픈에서 공동 8위에 올랐지만 4대 메이저 가운데 디오픈을 가장 까다로운 대회로 꼽았다. 최경주는 “한국의 산악 코스랑 느낌이 비슷한 마스터스가 한국 선수에게 가장 친숙한 느낌이 든다”고도 했다. 마스터스에서는 임성재가 공동 2위를 차지한 적이 있고, 최경주도 3위를 비롯해 3번 톱10에 오른 적이 있다.
스코틀랜드 로열 트룬 골프클럽에서 열린 올해 디오픈에 한국 선수 8명이 참가해 6명이 컷을 통과했다. 임성재와 같은 조에서 경기한 안병훈이 공동 13위(1오버파)에 올랐고, 한국 오픈 우승자로 디오픈 티켓을 딴 김민규가 공동 31위(6오버파)에 올랐다. 김주형과 고군택은 아쉽게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3라운드 17번 홀(파3)에서 디오픈 사상 최장거리 홀인원 기록(238야드)을 세웠던 김시우가 공동 43위(8오버파)로 마쳤다. 왕정훈이 공동 60위(11오버파), 송영한이 공동 72위(14오버파)였다. 일본 선수 7명이 참가해 6명이 컷 탈락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 선수의 디오픈 약진은 두드러진다.
한국 선수들이 디오픈에서 전반적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경험의 폭이 쌓이면서다. 2017년부터 코오롱 한국오픈 우승자와 준우승자에게는 디오픈 출전권이 주어지면서 링크스 코스를 경험한 선수들이 국내에서도 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의 현대차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3년째 후원하는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도 디오픈이 열리기 전 스코틀랜드에서 열려 한국 선수들에게는 링크스 코스를 경험할 기회가 크게 늘었다.
올해는 한국오픈에서 준우승 한 송영한이 첫날 초반 선두권으로 치고 나가면서 국내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은 효과도 있었다.
임성재는 그동안 링크스 코스에서 약했지만, 올해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에서 공동 4위를 차지한 데 이어 디오픈에서도 공동 7위에 올라 자신감을 획득했다. 티샷과 아이언 샷의 정확성이 PGA투어에서도 정상급인 임성재가 난해하게 느껴지던 링크스 코스의 해법을 찾았다면 앞으로 큰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디오픈 챔피언십 우승자에게는 ‘올해의 챔피언 골퍼’란 영예로운 칭호가 따른다. ‘준우승 전문가’란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어 있던 잰더 쇼플리(미국)가 PGA챔피언십에 이어 디오픈에서 우승하면서 메이저의 사나이로 거듭났다.
2009년 양용은이 PGA챔피언십에서 당시 세계 1위 타이거 우즈(미국)에 역전승을 거두며 아시아 선수 첫 메이저 우승자가 됐다. 한국 골퍼가 디 오픈에서 올해의 챔피언 골퍼가 되는 날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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