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뒤를 이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프로의 꿈을 꾸는 찰리는 아버지의 ‘일일 스윙코치’로 변신했다. 클럽을 거꾸로 들어 우즈의 복부 쪽 스윙 중심을 가리키는 방식으로 아버지의 훈련을 도왔다. 훈련을 마친 우즈 부자는 함께 카트를 타고 1번 홀로 이동했다.
우즈는 아마추어 5명 가운데 유일하게 컷을 통과한 지난해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한 오하이오대 대학원생 닐 쉬플리(미국)와 함께 라운드를 돌았다. 쉬플리는 “마스터스 최종일 우즈와 함께 라운드한다는 것은 꿈에서나 상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며 “우즈가 이런저런 골프 이야기와 아들 찰리 이야기를 하며 친근하게 대해줘 편안한 라운드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아들과 함께 공을 들였지만 점수는 전혀 ‘타이거’답지 않았다. 전날 10오버파 82타로 자신의 메이저대회 사상 최악의 점수를 남긴 데 이어 이날도 5오버파 77타를 쳐 최종합계 16오버파 304타를 적어냈다. 컷을 통과한 60명의 선수 가운데 정확히 60위 꼴찌였다. 현지 언론들은 우즈의 완주를 높게 평가했다. “성적이 형편없이 나오면 경기 도중 기권하는 경우는 골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우즈는 걸을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타이거 우즈가 2024년 4월 14일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열린 2024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 라운드 9번 홀에서 샷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세월 무상. 그의 몸은 워낙 역동적인 스윙 탓에 젊은 시절부터 성한 곳이 없었다. 목과 허리, 발목에 모두 문제가 있었다. 2021년 교통사고로 다리가 산산조각이 나면서 그는 몸 여기저기 너트와 볼트로 조립된 인조인간이 됐다.
한번 라운드를 하면 온몸에 염증이 생긴다. 밤새 얼음 목욕과 재활 치료를 통해 다시 경기할 수 있는 몸으로 바꾸기를 반복한다. 첫날 폭우로 13번 홀까지 치르고 이튿날 잔여 경기 5개 홀과 2라운드 18홀 등 23개 홀을 돌아 1오버파 145타 공동 22위로 컷을 통과할 때만 해도 우즈는 위풍당당했다. “여섯 번째 그린재킷을 위한 우승 경쟁 위치에 섰다”고 했다. 하지만 3라운드를 앞두고 그의 몸은 제 기량으로 경기할 수 있는 몸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유리알 그린으로 무장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선 절대 공을 보내서는 안 될 곳이 있다. 두 세타를 쉽게 잃기 때문이다. 이런 가서는 안 되는 금기 지역을 그 누구보다 우즈가 잘 안다. 그 덕분에 우즈는 이번 대회까지 26번의 마스터스에서 5차례 우승과 14번의 톱10, 24차례 연속 컷이란 경이적인 성적을 올렸다. 안타깝게 우즈의 샷들은 “가서는 안 되는 곳”들만 찾아다녔다.
4월 14일(현지 시각) 최종 라운드 18번 홀에서 경기하는 미국의 타이거 우즈 ./로이터 연합뉴스
4라운드 3번 홀(파4)부터 6번 홀(파3)까지 4개 홀에서 5타를 잃었다. 5번 홀(파4)에서 트리플 보기를 했다. 우즈는 한 개의 버디를 2번 홀(파5)에서 잡았다. 무더기로 점수를 잃고 난 7번 홀(파4)부터 파 행진을 벌이다 15번 홀(파5)에서 보기 1개를 추가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그린을 읽고 또 읽으며 최선을 다하는 골프 황제의 모습은 경외심을 일으켰다. 그가 등장할 때마다 기립박수가 터졌다.
우즈가 떠나는 모습을 보며 한 팬이 말했다. “우즈가 내년에도 오거스타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 성적과 관계없이 오거스타의 신화적인 존재인 우즈가 자신의 26번째 마스터스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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