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마음먹은 대로 될 듯하다가 안 되고, 마음을 내려놓으면 다시 올라가는 스포츠인 것 같아요. 올해는 어디까지 할 수 있나! 저 자신을 지켜보는 마음으로 해볼 생각입니다.”
2024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국내 개막전인 두산건설 We’ve 챔피언십(총상금 12억 원, 우승상금 2억1600만 원)을 앞둔 임희정(24·두산건설)은 시련을 통해 단단해진 느낌이었다.
임희정./뉴스1지난해 그는 교통사고 후유증을 겪으며 프로 데뷔 후 가장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시즌 중간 한 달 반 동안 투어를 쉬기도 했다. 어느 정도 회복을 하고 돌아오고 준우승 1회, 10위 이내 7회 등을 기록하며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임희정은 2022년 4월 프로암 행사에 가다 차를 폐차할 정도로 큰 교통사고를 겪었다. 그렇지만 두 달 뒤인 6월 한국여자오픈에서 역대 최저 타수 우승을 기록했다. 당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임희정은 ‘KLPGA에서 가장 빛난 1분’으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교통사고 후유증은 쉽사리 떠나지 않았다. “몸이 많이 붓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많이 아팠다. 골프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과는 달리 몸이 따라주지 않아 너무 괴로웠다”고 한다. 지난해 6월 임희정이 힘들어한다는 기사를 읽고는 일본 투어에서 뛰는 신지애(36)가 전화를 걸었다. 신지애의 조언에 따라 전문 트레이너인 송혁 대표와 함께 전문적인 재활에 들어갔다. 먹는 것도 쉬는 것도 철저히 관리했다. 몸이 다시 좋아지기 시작했다.
백혈병 환아를 위해 2500만원을 기부한 임희정./플레인글로벌 스포티즌그는 태국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몸에 무리가 되지 않도록 잔디 위에서 퍼팅과 어프로치 위주로 훈련하며 무디어진 몸의 감각을 일깨웠다”고 했다.
2019년 데뷔 첫해 3승을 거둔 것을 포함해 통산 5승(메이저 2승)을 거둔 임희정의 올해 목표는 대상과 상금왕이다. 목표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흐름을 스스로 조절해가며 경기하는 노련함이다.
그는 지난해 우승이 없었지만, 선행을 이어가며 감동을 주었다. 지난 연말 팬클럽 ‘예사’(임희정의 별명 ‘예쁜 사막 여우’의 줄임말)와 함께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2500만원을 기부했다. 임희정과 그의 팬들은 2021년 2022만원, 2022년 3000만원을 기부했다. 임희정이 대회에서 기록한 이글과 버디에 맞춰 팬들이 ‘버디 기금’을 마련하고, 여기에 임희정이 보태는 방식이다. 임희정은 “성적이 좋아도 나빠도 응원해주시는 팬들로부터 받은 에너지와 마음을 힘든 시간을 겪고 있을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했다.
아마추어 국가대표 출신인 임희정은 후배 국가대표 선수들이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하고, 올해 퀸 시리키트컵에서 우승한 것에 기뻐했다.
“국내 무대 정상에 서고 LPGA투어에서 활약하고 싶다는 어릴 적부터의 꿈을 일깨워주었다”고 한다.
임희정이 속한 두산건설 We’ve 골프단은 We’ve의 우수성과 다섯 가지 의미를 알리는 방법으로 다섯 명의 선수가 다섯 가지의 에센셜(Have, Live, Love, Save, Solve)을 선택하여 홍보를 진행한다. 자신이 가진 개성과 매력을 에센셜과 연결하는 방식이다. 유현주는 ‘꼭 갖고 싶은 공간(Have)’, 유효주는 ‘기쁨이 있는 공간(Live), 박결은 ‘사랑과 행복이 있는 공간(Love)’, 김민솔은 ‘알뜰한 생활이 있는 공간(Save)’, 임희정은 ‘생활 속의 문제가 해결되는 공간(Solve)’을 선택했다.
임희정은 어린 시절 어려운 가정형편, 원형 탈모가 올 정도의 슬럼프를 모두 풀어낸 ‘해결사’다. 국내 정상급의 정확성 높은 샷을 지닌 임희정이 여러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지켜보는 것도 올 시즌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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