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학수의 올댓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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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7일 미국 하와이주 카팔루아의 플랜테이션 코스(파 73)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 센트 최종 4라운드에서 34개 버디를 기록하며 ‘역대 72홀 대회 최다 버디’ 신기록 세운 임성재가 18번 그린에서 버디 퍼팅을 한 후 손을 들고 있다. 사진 AFP연합

미국골프협회(USGA)에 따르면, 홀의 기준 타수(파)보다 1타 덜 치는 것(파 3홀에서 2타, 파 4홀에서 3타, 파 5홀에서 4타 만에 홀아웃)을 버디(birdie)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1899년 미국 뉴저지주 애틀랜틱 시티 컨트리클럽에서였다고 한다. 클럽 회원이었던 아브 스미스가 라운드 도중 샷을 홀 15㎝ 옆에 붙이고는 “멋진 샷(That was a bird of a shot)”이었다고 말하고는, 동반자들에게 다음 홀부터 1타 덜 치면 버디라고 부르자고 제안한 데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19세기 미국 영어에서 버드(bird·새)는 탁월하거나(excellent), 멋진(wonderful) 일이나 사람을 지칭하는 속어로도 쓰였다. 이글(홀 기준 타수보다 2타 덜 치는 것)이나 알바트로스(홀 기준 타수보다 3타 덜 치는 것)라는 용어도 버디라는 말이 사용되면서 나온 것이다.


현재 세계 골프의 ‘버디 왕’은 한국의 ‘아이언 맨’ 임성재(26)다. 그는 데뷔 이후 지난해까지 5년 연속 30명만 살아남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챔피언십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이언 맨이란 별명은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거의 대부분 대회에 출전하면서 꾸준한 성적을 올리는 임성재에게 PGA투어가 붙인 것이다.


임성재가 1월 7일 미국 하와이주 카팔루아의 플랜테이션 코스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 센트리 최종 4라운드 세 번째 홀에서 티샷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임성재, 72홀 합계 34버디…PGA 역대 최다 기록 경신 


임성재는 1월 7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카팔루아 플랜테이션 코스(파73)에서 열린 PGA투어 2024년 시즌 개막전 더 센트리 4라운드에서 버디 11개를 잡아내며 4라운드(72홀) 합계 34버디를 기록, PGA투어 72홀 역대 최다 버디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32개를 뛰어넘었다. 이 기록은 1983년부터 집계했다. 지난해 더 센트리에서 욘 람(스페인), 2001년 BC 오픈에서 폴 고(호주), 2001년 WM 피닉스 오픈에서 마크 캘커베키아(미국)가 버디를 각각 32개 기록한 바 있다. 2019년 PGA투어에 데뷔한 임성재는 첫 시즌부터 버디를 480개 잡아내며 버디 왕에 올랐다. 2위와 83개 차였다. 임성재는 202-2021시즌 버디 498개로 PGA투어 시즌 최다 버디 수를 기록했다. 2000년 스티브 플레시(미국)가 기록한 493개를 5개 넘어섰다.


임성재는 더 센트리 첫날 버디 9개(보기 1개), 둘째 날 버디 8개(보기 1개), 셋째 날 버디 6개(보기 4개·더블보기 1개), 최종일 버디 11개(보기 1개)를 잡아냈다. 셋째 날 스코어를 줄였다면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 수 있었지만 4라운드 합계 25언더파 267타 공동 5위(상금 69만5000달러)로 대회를 마쳤다. 우승은 크리스 커크(39·미국)가 합계 29언더파 263타의 기록으로 차지했다. 이 대회는 지난 시즌 PGA투어 우승자들과 플레이오프 50위 이내 59명이 참가해 컷 없이 경기한다. 원래 지난 시즌 우승자들만 나오는 대회였으나 출전 선수가 20~30명으로 너무 적은 데다 타이거 우즈(미국) 같은 특급 스타들이 휴식을 선택하며 외면하는 바람에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PGA투어가 올해 도입한 시그니처 대회 8번(특급 대회) 중 하나가 되면서 총상금 2000만달러(약 263억원)에 우승 상금 360만달러(약 47억원)가 걸려 있다.


“롱아이언 잘 치려면 임팩트에만 집중”


대회 현장에서 ‘버디 머신’ 같은 임성재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몇 가지 궁금증을 풀어보았다.


도대체 어떤 코스길래 그렇게 많은 버디가 쏟아지는 걸까. 우선 코스가 쉽다.


손꼽히는 휴양지 하와이주 마우이섬에 있는 카팔루아 플랜테이션 코스(파 73)는 파인애플 플랜테이션(대규모 농장)이 있던 곳이다. 그래서 플랜테이션 코스란 이름을 붙였다고 하는데 이제는 골프의 ‘신기록 농장’이 됐다. 


대부분 PGA투어 코스는 선수들의 경기력을 골고루 비교할 수 있도록 까다롭게 설계된다. 이 코스는 기분 좋은 스코어가 나오도록 배려하는 휴양지 코스에 가깝다. 


오르막 내리막 경사가 심한 편인데 대부분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마음껏 드라이버를 칠 수 있도록 티잉 구역을 조성해 공이 내리막 경사면에 떨어지면 한참을 굴러간다. PGA투어 공식 최장타 기록인 데이비스 러브 3세(미국)의 476야드를 비롯해 대부분 장타 기록이 이 코스에서 세워졌다. 버디 천국이자 장타 천국이다. 


페어웨이 폭은 50야드 안팎으로 넉넉해 OB(아웃오브바운즈)가 거의 없고, 습도가 높고 비도 자주 내려 그린은 부드럽다. 파 5홀 네 곳도 모두 2온이 가능할 정도로 공략이 쉽다. 이 코스의 유일한 방어막인 바람이 불지 않으면 ‘라베(라이프 베스트 스코어)’에 도전할 만한 곳이다. 


2022년 대회 때는 캐머런 스미스(호주)가 무려 34언더파 258타로 PGA투어 최다 언더파 기록(72홀 기준)을 세우며 우승했다. 2003년 같은 코스에서 열린 이 대회(예전 명칭은 메르세데스 챔피언십)에서 어니 엘스(남아공)가 기록한 31언더파(261타)를 19년 만에 갈아치웠다. 


버디를 많이 잡기 위해서는 퍼팅 성공률이 높은 홀 3m 이내의 버디 찬스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티샷부터 장타를 치는 게 유리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능력이 있어야 한다. 아이언 샷으로 홀 가까이 공을 붙이는 능력이다. 


임성재는 지난 시즌 평균 드라이버샷 299.3야드(110위), 클럽 헤드 스피드 113. 97마일(119위)로 장타와는 거리가 멀다. PGA투어에는 330야드 이상을 가볍게 치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비롯해 장타자가 즐비하다. 하지만 롱아이언이 주 무기인 임성재는 목표까지 30야드 더 멀리 날려도 더 정확하게 홀에 붙이는 능력을 보인다. PGA투어에서 200야드 이내 샷 정확성 1위, 225~250야드 샷 정확성 3위다. 임성재의 4번 아이언샷 정확성이 웬만한 선수 7번 아이언보다 날카롭다. 그리고 그린 주변 어프로치샷이 좋아 파 5홀 평균 스코어 꾸준히 5위 안팎을 기록한다. 


임성재는 어떻게 ‘롱아이언 샷의 달인’이 된 것일까. 그는 “골프 연습을 보통 7번 아이언으로 시작하는데 어렸을 때부터 5번 아이언으로 시작하다 보니 연습량이 많아 롱아이언을 편안하고 자신 있게 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임성재는 하이브리드와 우드, 드라이버의 정확성도 최정상급이다. 그는 “긴 클럽을 잡으면 부담 때문에 서두르기 쉽고 멀리 보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강하게 치다 보면 실수가 나온다”며 “롱아이언을 잘 치기 위해서는 임팩트 구간에서 정확하게 공을 맞히는 것만 집중하면서 7번 아이언을 친다는 생각으로 편안하게 임팩트에만 집중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퍼팅 고민 해결한 임성재, 더 큰 활약 기대


일관성이 떨어지는 퍼팅에 대한 고민을 해결한 것도 올해 임성재의 더 큰 활약을 기대하게 만든다. 임성재는 올해부터 새 퍼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예전엔 퍼터 뒷부분이 동그란 모양이었는데 새로운 퍼터는 뒷부분이 날개처럼 양쪽으로 퍼진 말렛 퍼터(스코티 카메론 팬텀 X5 S투어 프로)다. 어드레스 때 퍼터 헤드 모양이 안정감을 주고 페이스 터치감이 부드러웠다고 한다. 임성재는 이번 대회 그린 적중 시 퍼트 수 2위(1.57개), 퍼팅 이득 타수 4위(2.252타) 등 상위권에 올랐다. 다른 선수들보다 퍼팅으로 2타 이상 줄였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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