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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대 젝시오부터 25년간 이어진 젝시오 성공 신화를 쓴 오야마씨와 이구치씨. 사진은 16일 한국에서 열린 신제품 홍보 행사에 나란히 참석한 오야마 히토시씨와 이구치 고타로씨의 모습. /민학수 기자

골프 클럽 개발은 극한 직업이다. 세계 최고 정상에 서려는 프로 골퍼의 까다로운 요구 사항을 뒷받침해야 하는 건 물론이고, 대충 맞아도 똑바로 멀리 나가는 ‘요술 방망이’를 원하는 주말 골퍼 소망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클럽인지 아닌지 판가름 나는 시간은 1만분의 5초. 이 짧은 순간에 클럽과 공이 충돌하는 ‘임팩트(impact)’가 이뤄진다. 이때 발생하는 골프공 비(飛)거리와 탄도, 회전량을 미리 예상하고 최적 결과 값이 나오도록 제작하는 게 기술 요체다.

일본 브랜드 젝시오(XXIO) 실무 담당자로 25년을 함께한 오야마 히토시(57)씨와 이구치 고타로(56)씨. 이 둘은 극한 직업 생활자다. 1992년 일본 던롭 입사 동기로 2000년부터 2년마다 신제품을 내놓아 올해 13대 모델까지 나온 젝시오와 고락을 같이했다. 지난 16일 서울에서 열린 신제품 홍보 행사에서 이들을 만났다.

오야마씨는 물리학을 전공한 개발 담당이고, 이구치씨는 문과 출신으로 기획을 맡았다. 젝시오는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성능 향상에 집중했다. 일본 국민 클럽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를 끌며 누적 세계 판매량이 2083만개(2022년 기준)에 달한다. 새로운 모델이 나올 때마다 3~4야드씩 비거리가 늘어 똑같은 조건으로 실험하면 2000년 1대 젝시오 모델 드라이버와 비교해 올해 13대 신제품은 50.7야드 더 나간다고 한다. 이구치씨는 “2000년 이전 던롭은 미국 캘러웨이 제품 대리점 역할도 했다”며 “어떻게든 자생력을 키워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젝시오가 히트를 치면서 돌파구를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어떤 히트 상품이든 역경을 이겨내려는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오야마씨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골프 과학을 설명하는 ‘디지털 임팩트(digital impact)’ 기술이 젝시오의 성공을 이끈 원동력”이라고 했다. ‘디지털 임팩트’는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공과 클럽, 그리고 주변을 감싸는 공기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을 1억분의 1초로 잘라서 볼 수 있다.

둘은 사내에서 디즈니 만화 ‘톰과 제리’처럼 역할을 분담했다고 알려졌다. 2년마다 이전 모델을 훨씬 능가하는 새 제품을 만들려면 고양이 톰(이구치)처럼 무섭게 몰아붙이는 인물이 있어야 하는 반면, 제리(오야마)는 영리한 해결책을 찾아낸다. 이구치씨는 “매번 3~4야드 더 나가면서도 방향성도 좋은 클럽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은 사실 비정한 지시지만 시장에서 통할 제품을 만들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오야마씨는 “숨 돌릴 새 없이 이걸 2년 안에 또 어떻게 하나 싶지만 늘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고 했다.

젝시오는 한국 골프 여제 박인비(36)가 애용하는 클럽이기도 하다. 그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첫 우승을 제외하고는 21승 중 20승과 2016년 리우 올림픽 금메달을 딸 때 이 클럽을 사용했다. 어니 엘스(55·남아공)도 젝시오를 쓴다.

이번에 나온 13대 젝시오는 클럽을 트램펄린(육각형 매트)처럼 만들었다. 항공기 날개에 착안한 ‘액티브윙(ActivWing)’을 2개로 늘려 전 모델보다 공이 정확하게 맞는 정타율이 11%나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탁월한 골프채는 만들지만 정작 이들 골프 실력은 보통이다. 둘 다 80대부터 100대 타수를 넘나든단다. 오야마씨는 “너무 잘 치면 초보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려워 아주 잘 치지 않도록 노력한다”며 웃었다. 13대 모델을 출시했지만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14대 모델 연구·개발에 들어갔다. 이들은 “누구나 치기 쉬운 클럽을 만든다는 건 정말 보람 있는 일”이라고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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