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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투어 개막전에서 우승한 리디아 고의 스윙 모습. /AFP 연합뉴스

2024년 LPGA 투어 개막전에서 우승한 리디아 고가 18번 홀에서 환호하는 갤러리를 향해 볼을 들어 보이고 있다./AFP연합뉴스

베트남에서 동계 훈련 중인 이시우(43) 코치는 23일 새벽 4시 리디아 고(27·뉴질랜드·한국 이름 고보경)와 영상 통화를 했다. 리디아는 전날 미 올랜도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개막전에서 우승했다. 1년 2개월 만에 맛보는 정상. LPGA 통산 20승도 이뤘다. 그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1시간 동안 영상 레슨이 이어졌다. 리디아는 긴장감이 커진 후반 9홀에서 4개월 동안 이 코치와 공들여 쌓은 스윙이 잠시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이 코치는 “우승 기쁨은 벌써 잊은 것 같았다”며 “LPGA 명예의 전당 입성과 파리 올림픽을 앞둔 올 시즌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이 코치는 2022년 12월 서울 명동성당에서 백년가약을 맺은 리디아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외아들인 정준(29)씨를 이어준 큐피드이기도 하다. “평소 따로 알고 지내던 두 사람이 잘 어울릴 것 같아 소개했다”면서 “덕분에 양복도 얻어 입었다”며 웃었다.

리디아는 만 15세에 LPGA 투어 우승으로 ‘천재 골퍼’로 일찍부터 이름을 떨쳤다. 그러나 한동안 슬럼프에 허덕였다. 그러다 정준씨와 처음 만난 직후인 2021년 4월 롯데 챔피언십에서 3년 만에 LPGA 투어에서 다시 우승했다. 이듬해 3승을 올리며 다시 LPGA 최고 선수 자리에 올랐다. 5년 5개월 만에 세계 1위에도 복귀했다. 리디아는 “그(정준)가 제 얼굴에 미소를 갖게 해줬어요. 더 열심히 연습하고 싶어졌고 더 즐기게 됐죠”라고 했다.

하지만 스무 살 이후 리디아를 괴롭히던 스윙에 대한 깊은 불안감은 말끔히 치유되지 않았다. 지난해 LPGA 대회 20개에 출전했지만, 무승. 톱10에 오른 것도 2번뿐이었다. “성적만 보면 프로 데뷔 후 가장 부진한 한 해였다”고 했다. 그때 리디아를 다시 일으킨 건 이 코치였다. 지난해 10월 국내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앞두고 리디아가 SOS를 쳤다. 이 코치에게 원 포인트 레슨을 받고 참가한 리디아는 3위를 차지했다. 이후 정식 계약을 맺고 지난 개막전이 열렸던 올랜도에서 함께 훈련하고 이 코치가 베트남 전지훈련을 떠난 뒤로는 영상 통화로 자세를 가다듬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이 코치는 ①몸의 중심축을 중앙으로 바꾸고(전에는 오른쪽에 있었음) ②다운스윙 시 손목을 끌고 내려오는 심한 래깅 동작을 줄이며 ③코어를 버티면서 하는 임팩트 동작 ④앞의 세 가지 동작이 몸에 익도록 빈 스윙을 반복 등 4가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리디아는 신동 소리를 듣던 아마추어 시절엔 공의 구질이 페이드(fade·오른손잡이 기준 공 끝이 살짝 오른쪽으로 휘는 구질)였지만, 프로 데뷔 이후엔 코치였던 데이비드 레드베터 영향을 받아 드로(draw·공 끝이 살짝 왼쪽으로 휘는 구질)로 바뀌었다. 처음엔 비거리도 20~30야드 늘고 성적도 좋았지만 갈수록 스윙 일관성이 떨어졌다. 특히 드라이버샷이 어디로 날아갈지 불안감이 커지면서 순간적으로 손목을 많이 쓰게 되고 정확성은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티샷 공포증에 이어 성적을 지탱해 주던 쇼트게임과 퍼팅까지 흔들리는 총체적 난국으로 이어졌다.

“리디아의 우드나 하이브리드 스윙을 보면 클럽이 약간 처져서 내려와요. 클럽이 내려오는 공간이 좁아질 수밖에 없죠. 그러면 몸통 회전에 제한을 받아 손목을 사용하게 됩니다. 이런 단점을 없애려고 백스윙 톱 포지션을 높여서 다운스윙 여유 공간을 확보하도록 했습니다. 손과 몸통의 견고한 연결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이시우 코치.

리디아는 질문 자체가 다르다고 한다. 보통 “벙커샷을 홀에 가깝게 붙이려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지만 리디아는 “벙커샷을 그린에 공이 두 번 튕기고 나서 멈추도록 하려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다는 것. 올랜도에서 함께 훈련하던 기간 새벽과 저녁에는 카트 조명과 휴대폰 플래시 등을 켜고 연습에 몰두했다. 노력도 재능이다.

이 코치와 호흡을 맞추는 여자 골퍼로는 최장 기간 여자 골프 세계 1위 기록을 세웠던 고진영(29)도 있다. 고진영은 LPGA 투어 15승 중 14승을 이 코치와 함께 거뒀다. 지금 베트남에서 같이 훈련하는 중이다. 그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프로 출신으로 스윙 문제점을 발견하는 눈과 소통 능력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는다. 어려서부터 외국 골프 아카데미 시스템을 경험했고 KPGA 투어 선수 생활을 하면서 느낀 아쉬움을 바탕으로 실전적 코칭 기법을 연마했다. 선수들과 가족처럼 지내며 일과가 끝나도 교류를 게을리 않는다. 그 정성에 외국 선수들도 감동한다.

전에는 박세리를 비롯해 세계 무대에 도전하는 한국 선수 대부분이 미국 유명 코치를 찾아다녔다면 지금은 이 코치처럼 한국 코치들이 세력을 넓히고 있다. ‘K코칭’이 빛을 발하는 시대다. 이시우 코치가 운영하는 빅피쉬 골프 아카데미에는 현재 LPGA 투어 베테랑 김인경,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스타 김수지와 박현경, 안송이, 태국의 기대주 재즈 젠와타나논 등 20여 명이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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