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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와이드 테크놀로지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후 기뻐하는 에릭 판 루옌사진 PGA 투어

11월 5일(현지시각)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월드와이드 테크놀로지 챔피언십(총상금 820만달러)에서 우승한 에릭 판 루옌(33·남아프리카공화국)은 방송 인터뷰에서 대학 시절 골프부 룸메이트였던 친구의 암 투병 사실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에릭 판 루옌과 친구 사진 에릭 판 루옌

그는 “인생에는 골프보다 더 큰 일들이 있기 마련이다. 내 공에는 ‘JT’라는 이니셜을 새겼는데 이것은 내 친구 존 트라사마의 이름이다”라고 밝혔다. 188㎝ 86㎏의 거구인 그는 경기 최종일 이글 1개와 버디 8개, 보기 1개를 묶어 9타를 줄이며 승부를 뒤집었다. 그는 3라운드까지 1타 차 3위였다. 최종 합계 27언더파 261타를 기록한 판 루옌은 공동 2위 맷 쿠차(미국)와 카밀로 비예가스(콜롬비아)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판루옌은 2021년 8월 배러쿠다 챔피언십 이후 2년 3개월 만에 PGA투어 2승을 달성했다. 그는 DP월드투어(옛 유러피언 투어)에서도 2019년 스칸디나비아 인비테이션에서 1승을 거뒀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설계한 멕시코 로스카보스의 엘카르도날(파72·7452야드)에서 열린 월드와이드 테크놀로지 챔피언십에서 판 루옌은 최종일 후반 9홀에서 8타를 줄이며 전사처럼 싸웠다. 16·17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공동 선두에 오르고 18번 홀(파5)에서 우승을 확정 짓는 5m 이글 퍼트에 성공했다. 그는 “샷을 할 때마다 친구 JT가 생각났고, 사실 우승을 했건 그렇지 않건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슬퍼했다. PGA투어를 통해 시한부 판정을 받은 친구에게 작은 힘이라도 되고 싶어 하는 판 루옌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월드 와이드 테크놀로지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에릭 판 루옌이 트로피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PGA투어


우승하고도 한동안 멍한 표정이었다.
“솔직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18번 홀에서 이글 퍼트가 들어갔을 때, 평소 같았으면 당연히 승리에 기뻐하고 열광하며 그 순간을 즐겼겠지만, 그러지 못하고 그저 멍하게 있었던 것 같다. 내 친구 존 트라사마가 투병 중이라는 사실 때문에 우승의 기쁨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던 것 같다. 골프공에 친구의 이니셜과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상징하는 음표를 그려 넣었다. 모두 친구 존을 위한 것이었다. 그는 피부암에 걸렸고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한 샷 한 샷을 친구를 위해 경기했다. 우승 트로피보다 더 중요한 친구를 위해 경기에 임했고, 이렇게 큰 동기를 유발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경기를 마쳤을 때 우승하고 안 하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소중한 친구인 것 같다.
“남아공의 아주 작은 마을 출신인 내가 열아홉 살에 미국으로 오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향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정착하는 것은 큰 도전이었다. 


존과 그의 가족은 미니애폴리스에서 두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서 살았다. 2009년 9월 내가 미네소타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도착했을 때, 존과 그 가족이 공항으로 마중 나왔다. 나와 미네소타대학에서 룸메이트이자 골프팀 동료가 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마중 나온 것이다. 대학 생활 4년 중 3년을 룸메이트로 지내면서 우리는 형제 같은 사이가 되었다. 존은 최근까지 골프 선수로 활약했다. 내가 지금까지 만나본 최고의 쇼트 게임 실력을 갖춘 선수였다.”


오랫동안 투병 생활을 했는지.

“존은 약 1년 전에 피부암인 흑색종 4기 진단을 받았다. 지난 4월에 전화해서 스캔 사진을 보내줬을 때만 해도 치료 경과가 좋아서 암이 없는 깨끗한 상태였다. 우리 모두 정말 기뻐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재발했다. 그가 너무 힘든 싸움을 하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경기를 이틀 앞두고 암세포가 장기로 퍼져 앞으로 살 수 있는 날이 6주에서 10주 정도 남았다는 문자를 받았다. 이제는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우리는 서로 문자를 주고받았고, 내가 얼마나 그를 사랑하는지 얘기해줬다. 언젠가 다시 존과 함께 골프 치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기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이 희망이 그에 대한 나의 마음을 담은 표현인 것 같다.”


친구의 소식이 경기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2라운드에 8언더파로 좋게 마무리했는데 나도 모르게 감정이 올라와서 방으로 돌아가 펑펑 울었다. 대회 도중에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경기가 시작되면 내가 할 일이 있기 때문에 경기에 집중하려고 했다. 친구에 대한 생각은 경기가 끝나고 다시 시작했다. 마지막 퍼트를 마치는 순간까지 친구 존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사랑하는 친구가 투병 중인 사실은 믿기 어렵지만 최대한 그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골프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나.
“골프 대회에서 우승할 때마다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나는 여덟 살 때부터 골프를 했고 경쟁심이 강하기 때문에 우승하면 당연히 기쁘다고 말해왔다. 그리고 항상 우승을 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그런 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죽을 때까지, 앞으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려고 한다. 존은 그런 사람 중의 한 명임이 분명하다.”


올해 힘든 슬럼프를 겪고 있었다.
“올해가 내 경력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US 오픈이 열린 지난 6월 스윙 코치 숀 폴리와 함께 일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상황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숀과 함께 훈련을 시작했을 때, 샷이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었는데, 10개 대회 연속으로 컷 탈락을 한 적도 있다. 


숀은 놀라운 사람이다. 그는 골프 스윙, 클럽을 정렬하는 방법, 사람의 몸, 각 신체의 기능 등 골프에 대해 놀랄만한 전문 지식을 갖고 있다. 


또 골프가 아닌 것에 대해서도 깊은 식견을 갖고 있다. 우리는 연습을 시작하고 한 시간이 지나도 골프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얘기하지 않을 때도 있다. 인생과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얘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골프장 안과 밖에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등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떻게 하면 골프장에서 바보처럼 보이지 않을지, 혹은 골프장 안과 밖에서 같은 인격의 사람이 될 수 있는지 같은 것들이다.”


타이거 우즈가 설계한 코스에서 우승했다.
“전설적인 최고의 선수인 우즈를 만나고 그가 설계한 골프 코스에서 경기하고 우승한 것은 매우 영광스럽고 특별한 일이다. 이런 좋은 기운을 존과 함께 오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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