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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인천의 클럽72 하늘코스에서 개막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OK금융그룹 읏맨 오픈에 출전한 요코미네 사쿠라. 전성기 시절 트레이드마크였던 오버스윙을 가다듬어 스윙이 간결해졌다고 한다. /민학수 기자

요코미네 사쿠라와 멘탈 코치이자 남편인 모리카와 요타로씨, 두살바기 아들 토리군. /모리카와씨 제공

“우승을 자주 하던 20대에는 서른살이 되면 은퇴하고 싶을 정도로 골프가 재미있지 않았어요. 오히려 지금은 가능한 오래 골프 선수로 뛰고 싶을 만큼 사랑하게 됐죠.”

15일 인천의 클럽72 하늘코스에서 개막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OK금융그룹 읏맨 오픈(총상금 8억원) 1라운드를 1언더파 71타(버디 3개, 보기 2개) 30위권 성적으로 마친 요코미네 사쿠라(38)는 이렇게 말하며 편안하게 웃었다. 2009년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렸던 한국과 일본 투어 스타들이 출전한 친선경기에서 이런 저런 질문에도 솔직하게 답하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요코미네는 초청선수로 이 대회에 참가했다. 그는 “일본에서 활약했던 안선주에게 ‘한국 대회에 참가하고 싶다’는 말을 꺼냈고, 한국의 여러 분들이 도움을 줘 이번 대회와 다음주 하나금융그룹챔피언십까지 2개 대회를 뛰게 됐다”고 말했다. 요코미네가 KLPGA투어 대회에 선 것은 2017년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이후 두번째다.

한때 일본 최고의 선수였던 요코미네는 지난해 상금 순위 70위를 기록했고, 올해는 초청선수 등의 자격으로 15개 대회에 나가 상금 순위 111위에 그쳐있다. 올해 JLPGA투어 퀄리파잉 테스트를 다시 봐서 내년 시드를 확보하겠다고 했다. 요코미네는 “일본에서 30승을 거두면 영구시드를 받게 된다”며 “지금 목표는 7승을 더 거둬 30승을 채우는 것”이라고 했다. 여전히 꺾이지 않는 마음을 지녔다.

요코미네는 2000년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최고 인기 스타 가운데 한명이다. 2005년 JLPGA투어 신인상, 2009년 JLPGA투어 상금왕, 2009년과 2013년 JLPGA투어 올해의 선수 등을 차지하며 23승을 거두었다. JLPGA투어 통산 상금 6위(394경기 10억6600만엔)를 기록 중이다. 전성기 시절 ‘사쿠라짱(이름을 친숙하게 부르는 일본식 호칭)’이 골프 채널에 나오면 넋을 잃고 보는 일본 팬들이 많을 정도로 매력적인 플레이의 소유자였다. 155cm의 작은 체구에 백스윙을 하면 클럽 헤드가 왼발 쪽에 닿을 정도로 오버 스윙을 하는데 270야드에 이르는 장타를 쳤다. 퍼트는 깎아치는 타법인데도 신기할 정도로 정확성이 높았다. 주니어 시절 샷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대나무를 잘라 만든 목표물을 30m 앞에 놓고 드라이버로 맞히는 연습을 하는 등 골프 만화의 주인공같은 흥미로운 이력을 지녔다. 그는 주니어 시절부터 프로 무대에 이르기까지 함께 골프의 길을 걸은 안선주를 비롯해 이지희, 최운정, 허미정 등 한국 선수들과도 가깝다.

요코미네는 2021년 2월 아들을 낳아 기르는 ‘엄마 골퍼’다. 2014년 축구 선수 출신으로 멘탈 트레이닝 전문가인 모리카와 요타로씨와 결혼했다. 친구의 소개로 알게 돼 멘탈 코치가 됐다. 모리카와씨는 2018년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실전에 강한 아이로 키우는 법’이란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요코미네 사쿠라는 2021년 아들(토리)을 낳은 뒤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영향으로 JLPGA투어에는 탁아 시설을 운영하는 대회가 늘고 있다. 사진은 그의 스폰서인 엡손이 제공하는 탁아시설 알림 사진. /요코미네 사쿠라 인스타그램

요코미네는 엄마 골퍼들이 양육과 선수 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한 활동에 적극적이다.

JLPGA투어는 지난해 처음 탁아소를 운영하는 대회가 하나 생겼다. 올해는 탁아소를 운영하는 대회가 10개 가까이 늘었다. 요코미네는 “아이를 낳은 뒤에도 선수 생활을 하고 싶은 선수들이 어려움을 덜 겪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가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미국 LPGA투어는 탁아소 운영이 일반화돼있다. 한국은 아직 없다.

그는 전날 가족과 함께 한국의 삼겹살 구이를 맛있게 먹었던 이야기를 하며 사진을 보여줬다. 철판 가운데 고기를 굽고 주변에 달걀을 두르는 방식의 삼겹살 구이였다. 친정 어머니가 아이 키우는 걸 도와주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도 어머니를 모시고 왔다.

골프는 ‘멘탈 스포츠’라는데 남편이 멘탈 코치면 최상의 조건 아닐까? 모리카와씨는 웃으며 “최상의 경기력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이 90%를 차지하고 그 위에 멘탈이 자리잡는 것”이라고 했다. 요코미네는 지금도 250야드 드라이버 샷을 날린다. 스윙은 예전보다 콤팩트하게 가다듬었다.

요코미네는 서른 살이던 2015년 미 LPGA투어에 진출했다. 2021년까지 투어 시드를 유지했지만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지만 골프 선수로서 소중한 도전 의식을 배운 시기”라고 했다.

이번 대회 프로암에 함께 한 KLPGA투어 김정태 회장으로부터 “한국에서 좋은 경기와 함께 가족이 좋은 추억을 쌓고 가기를 바란다”는 따뜻한 격려를 받았다고 한다.

이번 대회 최연장자인 그는 “소중한 마음으로 한 라운드씩 한국에 있는 2주간 최선의 경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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