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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

“세계 넘버원 KLPGA∼, 세계를 향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로고송은 이렇게 시작한다. 하지만 올해 KLPGA 투어 선수들이 해외 무대에서 거둔 성적은 한참 거리가 멀다. 최근 3년간 국내 무대를 평정한 박민지(25)는 올해 US여자오픈 공동 13위, 에비앙 챔피언십 공동 20위에 그쳤다. 김수지(27)가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공동 9위를 차지한 게 눈에 띄는 성적이다.

잔디가 다르고 시차 적응 등 해외 무대 낯선 환경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하지만 로고송처럼 KLPGA 정상이 세계 정상이던 시절이 있었다. 신지애(35)는 200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비회원으로 브리티시여자오픈(현 AIG여자오픈)을 비롯해 LPGA 투어 3승을 거두었다. 2011년 유소연(33)이 US오픈, 2014년 김효주(28)가 에비앙챔피언십, 2015년 전인지(29)가 US오픈 정상에 오르는 등 KLPA 투어 선수들이 메이저 무대를 휘저었다. 이런 흐름은 코로나로 12월에 치러진 2020년 US오픈에서 김아림(28)이 우승하고는 맥이 끊겼다.

김효주

박성현(30)이 2017년 LPGA 투어 데뷔 첫해 신인상과 상금왕, 올해의 선수(유소연과 공동 수상) 등 3관왕에 오르는 등 KLPGA 투어는 세계 여자 골프 스타를 배출하는 ‘화수분’이었다. 2015년부터 5년 연속 한국 선수들이 차지했던 LPGA 투어 신인상 계보는 태국 선수들에게 넘어갔다. 한국여자골프는 2021년에 이어 2년 만에 다시 메이저대회 무승에 머물렀다.

KLPGA 투어는 올해 대회 수 32개, 총상금 318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여건이 좋아질수록 오히려 ‘안방 호랑이’가 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충분히 수입을 거둘 수 있어 정상급 선수들조차 이동 시간이 길고 성공 가능성도 불투명한 해외 진출을 주저한다는 분석이다. 고진영은 “LPGA 투어의 세대교체가 빨라 한국 선수 막내인 유해란(22)보다 어린 선수들이 즐비하다”며 “운동 능력이 뛰어난 미국과 유럽 선수가 늘고 있고 태국이나 일본 선수들은 한국 선수 못지않게 훈련량이 많다”고 했다. 이런 추세로는 한국의 국제 무대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래픽=정인성

KLPGA 선수를 꿈꾸는 주니어 골퍼의 한 해 골프 비용이 1억원~1억5000만원이 드는 게 일반적이다. 코로나 특수를 누린 골프장들이 주니어 선수에게도 일반 성인 요금을 적용한다. 고비용을 견디지 못해 유소년 선수가 줄고 있다. KLPGA 투어는 한 조가 라운드를 마치는 데 5시간 반(미국이나 일본은 4시간~4시간반)이나 걸리는 거북이 투어다. 느슨한 규정 적용 때문이다. 대회 직전까지 일반 손님을 받아 투어 코스 기준에 미흡한 대회도 적지 않다. 대회보다는 수백만~1000만원을 받는 프로암을 기웃거리는 골퍼도 늘어난다. 자국 시장에만 전념하다 국제 경쟁력을 잃는 현상을 ‘갈라파고스 신드롬’이라 한다. 남태평양 갈라파고스 제도가 육지에서 고립돼 고유한 생태계가 만들어진 데서 나온 말이다.

내년 6월 말 세계 랭킹 기준으로 파리 올림픽 골프 출전권이 결정된다. 국가당 두 명이 출전하지만 15위 이내는 4명까지 나갈 수 있다. 한국은 2016년과 2020년 올림픽에 모두 4명씩 나갔다. 현재 15위 이내는 고진영과 김효주 둘뿐이다. 세계 넘버원을 자부하던 한국여자골프와 KLPGA 투어가 ‘그들만의 갈라파고스’로 전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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