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0년 창설된 디오픈 챔피언십(The Open Championship)은 4대 메이저 대회 중 가장 역사가 깊다. 줄여서 디오픈이라고 한다.
디오픈(The Open)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오픈’이라는 뜻으로 근대 골프 발상지 영국의 자부심이 배어 있다. 우승자를 ‘올해의 챔피언 골퍼(Champion golfer of the year)’라고 부른다. 브리티시오픈이라 부르던 미국프로골프(PGA)투어도 대회 주최 측의 뜻을 존중해 2013년부터 ‘디오픈챔피언십’으로 부르고 있다. 챔피언에게는 ‘클라레저그(Claret Jug)’라 부르는 은제 주전자를 준다. ‘클라레(Claret)’는 프랑스 보르도산 적포도주이고 ‘저그(jug)’는 손잡이가 달린 주전자다. 올해 클라레저그에 입맞춤한 챔피언 골퍼는 키 170㎝ 브라이언 하먼(36·미국)이었다. 그는 공식 키가 170㎝라 밝혔지만, 굽 있는 신발을 신고 잰 키라고 한다. 실제론 160㎝대라는 얘기다. 이번 우승으로 하먼은 디오픈에서 우승한 세 번째 왼손잡이 골퍼가 됐다. 다른 두 명은 1963년 밥 찰스(뉴질랜드), 2013년 필 미켈슨(미국)이다. 하먼은 오른손잡이지만 골프만 왼손으로 한다. 어린 시절 야구를 좋아했는데 우투좌타(오른손으로 던지고 왼손으로 타격)였던 영향을 받았다. 지난 마스터스에서는 컷 탈락 뒤 사냥을 나가 칠면조와 돼지를 잡았다. 취미가 사냥인데 활을 사용하고 어린 짐승은 잡지 않는다고 한다.
PGA투어 디오픈 우승자 브라이언 하먼이 클라레저그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 PGA투어
PGA투어 디오픈 우승자 브라이언 하먼이 우승 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PGA투어
“디오픈은 올 때마다 날씨가 변화무쌍했다. 최종 라운드 날씨는 정말 아마겟돈(최후의 파멸적 대결전) 같았다. 너무 힘들었다. 지금까지 비가 내리는 날씨에서 좋은 경기를 펼친 적이 없었다. 그런 날씨에도 최종 라운드에서 1언더파 70타를 기록한 내가 정말 자랑스럽다. 주말 경기 이틀 내내 모두 좋지 않은 출발을 했지만, 상황을 잘 관리하면서 좋은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행복하다. 클라레저그를 들고 있으니 하늘에 붕붕 떠 있는 기분이었다.”
영국 선수들을 응원하는 홈 팬들로부터 야유도 들었다던데.
“토요일 경기에서 두 번째 보기를 하자 한 팬이 지나가면서 ‘하먼, 넌 대회를 우승할 배짱이 없어!’라고 말했다. 오히려 그게 정말 큰 도움이 됐다. 그 말을 듣자 바로 내 머릿속에선 ‘내가 충분히 잘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실수하더라도 다음 샷은 좋은 샷이 나올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날씨와 환경에 따라 나쁜 샷이 나올 수 있지만 그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우승 여부가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6년 2개월 만의 우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해냈다.
“어릴 때부터 메이저 우승이 꿈이었다. 지금까지 12년간 PGA투어에서 뛰면서 2014년 7월 존 디어 클래식과 2017년 5월 웰스 파고 챔피언십 두 차례 우승했다.
항상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갖고 있었다. 그렇지만 서른여섯 살이 되면서 우승과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젊은 선수들이 치고 올라오고, 장타를 치는 선수들이 즐비하고 모두 우승할 준비가 되어 있다.”
디오픈 우승 전까지 6년여 동안 ‘톱 10’을 29번 기록했다. 우승 없이 가장 많이 톱 10을 기록했다. 불운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만큼 기회가 있었고 그만큼 기회를 놓쳤다는 의미다. 그래서 좋은 경기력을 펼치면서 원하던 결과를 얻을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솔직히 언제 다시 우승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너무 많이 힘들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조지아주 출신인데 첫 메이저 우승은 디오픈에서 했다.
“어려서부터 조지아주에 살면서 열렬한 골프 팬으로 항상 아침 일찍 일어나 디오픈을 시청했다. 2014년 처음 디오픈에서 경기를 하면서 얼마나 대단한 대회인지 알게 됐다. 그전에는 마스터스가 전부인 줄 알았다. 디오픈 출전 첫해 공동 26위를 하고는 네 차례 컷 탈락했다. 스스로 부담감을 준 거 같다. 작년 디오픈에서 공동 6위를 하는 등 조금만 잘했더라면 우승할 수 있었던 대회가 몇 개 나오면서 자신감을 회복했다. 디오픈 직전 열리는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을 통해 많은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디오픈에서 평균 비거리는 283야드로 156명 출전자 가운데 126위에 그쳤다. 하지만 3m 이내 퍼트 59번 중, 단 한 번만 놓칠 정도로 뛰어난 퍼팅 솜씨를 보였다.
“퍼트를 많이 깎아 치는 편이다. 지난 6월까지도 퍼트가 잘되지 않았다. 몇 년 전 한 대회에서 릴리스 패턴에 도움을 주는 거울처럼 생긴 퍼팅 연습 도구를 받아 사용하다 창고에 넣어 두었었다. 그런데 대회 몇 주 전 창고에서 이 도구를 찾아내고 나서 몇 주간 공을 느끼는 연습을 했다. 아기가 퍼트하는 것처럼 공을 치는 연습이다. 점점 퍼트가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는데 이번 대회에선 거짓말처럼 퍼트가 잘됐다.”
이제 메이저대회 우승자가 됐다. 인생에 어떤 변화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나.
“지금까지 많은 일을 경험했기 때문에 디오픈 우승이 나를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좋은 티타임을 받고, 인터뷰를 몇 번 더 하는 게 다일 것 같다. 지금 내게는 사랑하는 가족도 있고, 정말 좋아하는 취미(사냥·낚시·스킨스쿠버다이빙)도 즐기고 있다. 매우 편안한 삶을 즐기고 있다. 내 삶이 조금도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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