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골프의 개척자’ 빅토르 호블란(26)은 지난해 12월 타이거 우즈(48·미국)가 주최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비공식 대회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 우승(2연패)하고는 코치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자신이 꿈꾸는 세계 1위가 되려면 지금 이대로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우즈가 전성기 시절 코치를 바꿔가며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와 완벽을 모색하던 것에서 영감을 얻었다. 올해 8개월간 땀 흘린 노력은 그에게 PGA 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 우승과 1800만달러(약 240억원)라는 보너스를 안겨주었다.
28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이스트 레이크 골프클럽(파70)에서 열린 투어 챔피언십(총보너스 7500만달러) 4라운드. 3라운드까지 6타 차 선두였던 호블란은 이날 버디 7개로 7타를 줄이며 합계 27언더파 261타를 기록, 이날 무려 8타를 줄이며 맹렬한 추격전을 펼친 잰더 쇼플리(30·미국)에게 5타 차 승리를 거뒀다. 쇼플리는 22언더파 261타로 타수는 호블란과 같았지만 호블란이 페덱스컵 순위 2위로 8언더파 보너스 스트로크를 받았고, 쇼플리는 15위로 3언더파로 출발했던 차이가 작용했다.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성적에 따라 최종 30인이 출전하는 투어 챔피언십은 페덱스컵 순위에 따라 출발 타수가 다른 스코어 시스템을 적용한다. 2위 쇼플리는 보너스 650만달러(약 86억원)를 받았다.
빅토르 호블란이 28일 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페덱스컵과 우승 보너스 1800만달러를 받았다./USA TODAY Sports지난주 플레이오프 2차전 BMW챔피언십에 이어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한 호블란은 올해 3승(통산 6승)을 거두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호블란은 PGA 투어 선수로는 평범한 체격(178cm, 75kg)이지만 공을 멀리 똑바로 친다. 이번 대회 드라이브 샷 정확성 1위(69.64%), 장타 20위(313.10야드)를 기록했다. 아이언샷 정확성을 보여주는 그린 적중률도 공동 1위(80.56%)다. 그린 적중 시 퍼트 수 3위(1.66개). 가장 눈에 띄는 기록은 그린에 제대로 공을 올리지 못했어도 파나 파보다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는 스크램블링이 1위(85.71%)였다는 사실이다. 호블란은 지난 시즌 그린 주변 어프로치샷 능력은 191위로 꼴찌 수준이었는데 올 시즌 93위로 뛰어올랐다.
올해 1월부터 함께한 새 스윙 코치는 소셜미디어에서 ‘트랙맨 마에스트로’를 자부하는 조셉 마요. 선수 샷 자세를 3D로 분석해 높은 수준 샷을 반복할 수 있도록 한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마요는 지난해부터 호블란의 쇼트 게임을 봐주던 유럽 투어 선수 출신의 에도아르도 몰리나리(이탈리아) 코치와 협업했다. 호블란의 모든 샷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실수해서는 안 되는 곳으로 샷을 하는 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모델은 우즈의 ‘안전 마진 코스매니지먼트’. 우즈는 실수하더라도 파 세이브가 가능한 곳으로 공을 치는 수비 골프 달인이었다. 언제나 홀을 직접 겨냥하는 호블란의 플레이 스타일이 바뀌기 시작했다. 호블란은 “엄청난 상금보다 좋은 것은 더 좋은 골프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태권도와 인연이 깊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7년간 태권도를 배워 검은 띠까지 딴 ‘태권 소년’ 출신이다. 엔지니어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 여행을 하다 열한 살 때 골프와 가까워진 호블란은 2016년 오클라호마주립대 골프 장학생으로 스카우트되면서 골프 인생에 날개를 달았다. 2018년 노르웨이 선수 최초로 US 아마추어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고, 아마추어 세계 랭킹 1위에도 올랐다. 호블란은 2019년 US오픈에서 아마추어 최소타 기록(4언더파 280타)을 세웠다. 2019년 프로로 전향해 2020년 2월 푸에르토리코오픈에서 노르웨이 선수 첫 PGA 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김시우와 김주형이 공동 20위(6언더파)로 64만달러의 보너스를, 임성재가 24위(3언더파)로 56만5000달러의 보너스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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