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학수의 올댓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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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참가한 KLPGA 대회서 아마추어 1위를 차지한 제주 남녕고 1학년 양효진. /민학수 기자

담력 훈련을 위해 ‘패러글라이딩(paragliding)’을 하는 골퍼라면 여간 독종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높은 산악 지형에서 세상을 굽어보며 내려오는 패러글라이딩은 오금이 저린 짜릿한 모험 못지않게 강한 체력이 필요하다. 일직선에 가깝게 특수 제작된 3~4kg 무게의 낙하산을 지고 등산하는데만 두 세 시간 걸린다.

여전히 솜털 보송보송한 앳된 얼굴의 제주 남녕고 1학년 양효진(16)은 “박세리 선배님이 묘지 앞에서 샷 훈련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패러글라이딩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생각만큼 무섭지는 않았고 오히려 재미있었다”며 웃었다. 씨익 웃는 모습에 독기 같은 것은 전혀 없지만 골프를 해온 이야기를 들어보면 독종 맞는 것 같았다. 사실 ‘묘지 담력 훈련’은 박세리 자신이 와전된 것이라고 밝혔지만, 박세리의 성공 신화를 동경하며 골프를 시작한 ‘세리 키즈’를 비롯해 이후 수많은 골퍼가 시도했다.

국가대표 상비군인 양효진은 드물게 얻는 프로 대회 출전마다 프로 언니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매서운 샷으로 주목받는 아마추어 유망주다.

중2 때인 2021년 KLPGA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기상악화로 첫날 1라운드를 마치고 이튿날 35홀을 도는 강행군 끝에 컷을 통과해 아마추어 최고 성적을 거뒀다. 중3이던 지난해에는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도 14위를 차지해 아마추어 챔피언이 됐다.

올해는 KLPGA 2부 투어인 드림 투어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1부 투어인 롯데 오픈에서 15위에 올랐다. 아마추어 세계랭킹도 27위까지 올랐다.


양효진은 드라이버 비거리(캐리 거리) 220m로 프로 선수에 손색 없고 그린을 놓치는 홀이 한 두개일 정도로 아이언 샷이 정확하다.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데(현재 키 158cm) 체격에 비해 장타를 날리는 비결은 스매시 팩터(볼 스피드/헤드 스피드)가 최고 수준인 1.5에 이를 정도로 공을 정확하게 맞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집중력이 뛰어나고 스윙에 군더더기 동작이 없다.

양효진은 골프를 좋아하는 아버지를 따라 연습장에 다니다 하얀 공이 파란 하늘로 날아가는 골프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한다. 초등학교 3학년 2학기 때부터 골프의 선수의 꿈을 키운 양효진은 골프가 너무 좋아 100세까지 골프 선수를 하겠다는 독특한 꿈을 갖고 있다. “골프를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서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도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할 정도다.

어머니 고영림씨는 “아무래도 공부에 소홀할까 걱정돼 수학 문제를 다 풀어야 연습할 수 있다고 하면 골프를 치기 위해 끙끙대면서도 어려운 수학 문제를 다 풀어 놓는다”고 했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읽은 영어 동화책이 1000권 넘는다.

그가 요즘 빠진 취미는 프로야구 경기 직관이다. TV 프로그램 ‘최강야구’를 보다 KIA 타이거즈 투수 윤영철을 응원하게 됐다고 한다. 아마추어 대회 끝나면 수원, 광주로 간다. 야구와 골프 둘 중 어느 종목이 더 어려울 것 같으냐는 질문을 던졌다. 양효진은 “골프는 온전히 내 책임이라는 생각이 부담스럽지만, 야구는 나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서 더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골프 성적이 잘 나오지 않을 때는 부족한 훈련량이나 충분하지 못한 기술 등에서 스스로 원인을 찾는다”고 했다. 그가 요즘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선수는 김효주(28)다.

2023년 한국여자오픈서 경기하는 양효진. /박태성 사진작가

지난해 SK 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함께 경기하면서 김효주 언니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김효주는 허리가 아파 2라운드를 마치고 3라운드를 시작하기 전 기권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경기로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컨디션이 좋지 않는데도 불평하지 않고, 보기를 할 것 같은 상황에서도 파를 지켜내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고 한다. LA에서 김효주를 응원하기 위해 온 한 팬 클럽 회원은 김효주와 함께 경기하는 어린 양효진의 당찬 모습을 보고는 “LPGA 투어에 오면 꼭 응원하러 가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성격이 밝고 털털해서 친구인 아마추어 강자 안연주는 “효진이는 가식없이 24시간 웃을 수 있는 친구”라고 소개한다.

지난해 12월 31일 한 해를 마무리하는 가족 행사에서 양효진은 다부진 목표를 밝혀 가족들을 놀라게 했다.

2023년 국가대표, 2024년 세계 아마추어 순위 1위, 2025년 KLPGA투어 신인왕, 2026년 KLPGA투어 대상과 상금왕, 최저타수상, 그리고 KLPGA투어에서 4~5년 활약하고 LPGA투어로 진출해 신인왕부터 세계 1위, 그랜드슬램, 명예의 전당에 가겠다는 ‘양효진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그리고 다음 목표가 흥미로웠다. “박세리 프로님처럼 해설위원도 하고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가고 싶다”고 했다.

이런 꿈을 꾸는 골프 유망주 양효진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새벽 5시부터 2~3km 달리기로 아침을 연다. 인근 대학의 100m 계단을 몇 차례씩 달려서 오르내린다. 대학생 언니 오빠들이 한번만 올라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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