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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하르트 랑거(독일)가 3일 US시니어오픈에서 우승하며 50세 이상 선수들이 참가하는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 투어 통산 최다승 기록(46승)을 세웠다. /AP연합뉴스

2007년 1월 헤일 어윈(78·미국)이 62세 나이에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 투어 통산 45승을 거두자 모두 이 최다승 기록은 깨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50세 이상 선수들의 무대인 챔피언스투어에선 55세나 56세가 되면 신체적 한계가 오면서 급격히 내리막길을 걷곤 했다. 당시 어윈은 50대 후반과 60대 초반에도 쉬지 않고 우승한 유일한 선수였다. 어윈의 45승은 당시 통산 최다승 2위인 리 트레비노(83·미국)가 거둔 29승보다 16승이나 많았다.

그해 8월 만 50세가 되면서 챔피언스투어에 입문한 1957년생 베른하르트 랑거(독일)도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내가 그 나이에 우승할 것 같지는 않지만 하는 데까지 해보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17년 가까이 흐른 3일 미국 위스콘신주 스티븐스 포인트의 센트리월드 골프클럽(파71). ‘위대한 랑거 형님’이 긴 전장과 깊은 러프로 악명높은 챔피언스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US시니어오픈(총상금 400만달러)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불가능해 보이던 챔피언스 투어 통산 최다승 기록(46승)을 세웠다. 랑거는 이날 최종 4라운드에서 1언더파 70타를 쳐 4라운드 합계 7언더파 277타를 기록, 2위 스티브 스트리커(5언더파·56·미국)와 3위 제리 켈리(4언더파·57·미국)를 각각 2타, 3타차로 따돌렸다. 이날 2타 차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랑거는 1·2번 홀 연속 버디를 포함해 5홀에서 3타를 줄이며 한때 6타 차까지 앞서 나갔다. 마지막 3개 홀에서 3연속 보기를 했지만, 여유 있는 승리였다. 랑거는 경기 도중 샷이 워터 해저드쪽에 떨어지자 양말을 벗고 물에 들어가 샷을 하는 등 혼신을 다했다.

랑거는 최다승과 나이와 관련된 기록을 한꺼번에 갈아치웠다.

랑거는 지난 2월 추브 클래식에서 PGA투어 통산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운 지 5개월 만에 마침내 전인미답의 46승 고지를 밟았다. 랑거는 당시 세운 PGA 챔피언스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이날 65세10개월5일로 늘렸다. 챔피언스투어에서 64세 이후에 승리를 거둔 선수는 랑거가 유일한데 벌써 5번째다. 60세 이후에 랑거가 거둔 승수만 13승이다. 랑거는 챔피언스 투어 데뷔 이후 17년 동안 단 한해도 거르지 않고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PGA투어 챔피언스 메이저대회 최다승 기록도 12승으로 늘렸다. PGA투어 챔피언스 메이저대회는 5개로 랑거는 모두 한차례 이상 우승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2010년에 이어 두 번째 시니어 US오픈 우승을 차지한 랑거는 17년 묵은 대회 최고령 우승 기록도 가볍게 깼다. 종전 기록은 2006년 앨런 도일(미국)이 세운 57세 11개월 14일이었다. 랑거는 “통산 46승을 시니어 US오픈에서 달성할 줄 몰랐다. 최고의 대회에서 최고의 경쟁자들과 경쟁했다”며 “어머니가 오는 8월 100세가 되신다.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 같다. 몇 년 더 현역으로 뛰고 싶다”고 했다.

이날 전 세계 골프계가 “나이를 거꾸로 먹는” 랑거에게 경의를 표했다.

PGA챔피언스투어 메이저 3연승에 도전했다가 무릎을 꿇은 스트리커는 “60대 중반이 넘어서도 멋진 경기력을 보여주는 랑거의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희망을 갖게 한다”며 “정말로 배울 점이 많은 존경스러운 선수다”라고 말했다.

무슨 비결이 있는 것일까.

피터 제이콥슨(69·미국)은 “스물한 살 랑거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지금 랑거 사진 옆에 놓아보라. 얼굴 주름을 빼고는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랑거는 열아홉 나이에 병역 복무 중이던 독일 공군에서 완전무장 행군을 하다 척추 스트레스 골절과 디스크에 걸려 고생한 이후 50년 가깝게 하루도 거르지 않고 피트니스 운동을 하고 있다. 독일 남부 아우크스부르크 인근 안하우젠 출신인 랑거는 “나는 대부분 주민이 골프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독일 시골의 가난한 집 출신으로 아홉 살부터 캐디를 시작해 열다섯 나이에 프로 골퍼가 됐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2차 대전 당시 소련군에 끌려가다 가까스로 탈출해 그곳이 랑거의 고향이 됐다.

1986년 골프에 세계 랭킹 제도가 도입됐을 때 세계 1위에 올랐던 랑거는 현역 시절 지독한 퍼팅 입스(yips·불안 증세)에 시달리면서도 1985년과 1993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강한 정신력을 지녔다. PGA투어에선 3승에 머물렀지만, 주 무대인 유럽투어에서는 42승(마스터스 2승 포함)을 올렸다. 입스로 경기를 마친 다음 주에 다시 대회에 나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최경주(53)는 “챔피언스 투어에서 가장 무서운 선수는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하는 ‘랑거 형님’이다”라며 “놀라운 자기 절제와 골프에 대한 집중력은 전 세계 골퍼가 본받아야 할 스승이다”라고 말했다.

랑거는 ‘챔피언스투어의 제왕’이라 불리지만 지금도 가장 연습량이 많은 선수다. 대회를 앞두고 악천후로 아무도 연습하지 않는 날에도 드라이빙 레인지에 나가 혼자 샷을 한다. 그는 “모든 골프장은 잔디가 달라서 잔디의 느낌을 알아보고 대회에 나가야 한다”며 “경기중 전혀 생각하지 못한 놀라움을 경험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했다. 하루의 노력이 쌓여서 내일의 내가 되고 또 10년 뒤의 내가 된다는 평범한 진실을 ‘위대한 형님’ 랑거가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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