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젊은이들의 ‘핫플(핫 플레이스·hot place)’로 떠오른 서울 성수동 거리는 공업소와 수제화 공장 사이사이로 다양한 공방과 카페가 자연스럽게 뒤섞여 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융합 지향의 복합문화공간이다. 서울 도심의 준공업지대라는 독특함이 오히려 장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성동구 성수이로 91에 지난 5월 대형 트럭이 자리 잡으면서 골프에 진심인 ‘찐 골퍼’들의 순례지가 됐다. 세계 최초의 도심 속 투어밴을 자부하는 ‘타이틀리스트 시티 투어밴’이다. 투어밴은 투어 대회에 참가한 프로골퍼에게 클럽부터 볼, 피팅, 수리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해주는 대형 트럭을 말한다. 대형 트럭을 앞에 세워 놓은 총 990㎡(약 300여 평) 규모의 2층 단독 건물에서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골프가 성수동 거리에 섞여 든 것이다. 윤윤수 아쿠쉬네트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대한민국의 열정적인 골퍼들이 골프를 더 진지하고,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접근성이 좋은 도심 한가운데서 투어밴을 만날 수 있게 ‘타이틀리스트 시티 투어밴’을 출범시켰다.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골프에 열정적이고, 골프 산업과 인구가 꾸준하게 성장세를 보이는 한국에 주목했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이곳에선 투어 수준의 클럽 피팅과 스카티 카메론 퍼터 점검 서비스, 나만의 맞춤형 로고 볼과 자신의 이니셜과 넣고 싶은 문구를 새긴 웨지 서비스가 이뤄진다.
아쿠쉬네트는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 등을 보유한 글로벌 골프 브랜드로, 2011년 휠라 코리아를 비롯한 한국 자본이 인수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타이틀리스트는 2021년 골프 브랜드론 처음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명품 거리에 입성했다. K골프웨어는 지난해 매출 규모 세계 1위를 찍었다. 그리고 2년 뒤 들어선 ‘타이틀리스트 시티 투어밴’은 무엇을 지향하는 것일까. 2019년부터 아쿠쉬네트 코리아를 이끄는 최인용(47) 대표에게 들어보았다. 최 대표는 2006년 입사해 소속 선수들을 지원하는 ‘리더십 팀’과 영업, 마케팅 책임을 고루 경험한 ‘원 컴퍼니 맨’이다.
미국 미주리대에서 컴퓨터를 전공하고, 샌디에이고 골프 아카데미를 거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클래스A 실기 테스트를 통과했다. 그리고 첫 직장으로 아쿠쉬네트에 둥지를 틀었다.
1 ‘타이틀리스트 시티 투어밴’ 내부. 2 맞춤 웨지 서비스. 3 나만의 로고볼 제작. 사진 민학수 기자
“엔데믹(endemic·감염병 주기적 유행)에 접어들면서 골프가 조정기에 들어갔다. 이럴 때일수록 중요한 것은 우리 고객이 계속해서 타이틀리스트에 머물도록 하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 고객을 나가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방법으로 ‘나가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만들면 된다고 했다. 애플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은 스마트폰, 워치, 노트북 등 모두 애플 제품으로 통일하듯, 타이틀리스트 제품을 사용하는 골퍼가 우리가 제공하는 수준 높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경험하고 만족한다면 타이틀리스트 볼뿐만 아니라, 클럽, 기어, 어패럴까지 모든 제품을 타이틀리스트로 확장해 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왜 성수동인가.
“우리 매출의 70%는 서울 근교 수도권에서 발생한다. 우리 타깃 골퍼인 열정적인 골퍼들의 동선과 편의에 맞춰 여러 도심 후보지를 보던 중 성수동이 최종 후보지로 압축됐다. 성수동은 서울 한복판에 있지만, 준공업단지의 성격을 띠고 있는 매우 보기 드문 지역이다. 프리미엄 워런티(warranty·보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로서 적합하다. 다리만 건너면 강남이기 때문에 우리의 타깃 골퍼의 동선과도 멀지 않다. 성수동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고 문화와 활력이 넘치는 공간이다.”
2020년부터 전국 5곳에 ‘타이틀리스트 피팅 스튜디오&샵’을 열었다. 2021년엔 청담동 명품 거리에 타이틀리스트 브랜드 스토어를 세웠다. 그리고 ‘타이틀리스트 시티 투어밴’을 입주시켰다.
“2019년 대표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집중한 것은 ‘열정적인 골퍼’에 대한 분석과 연구였다. 우리의 타깃은 바로 스코어 향상에 힘쓰는 열정적인 골퍼다. 상위 20%의 소비 참여 인구가 매출의 80%를 차지한다는 마케팅 룰이 있는데, 대한민국 골프 산업 역시 이 20% 내외 70만~80만 명의 열정적인 골퍼가 한국의 골프 산업의 여러 톱니바퀴를 굴리는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needs)이 무엇인지 분석하면서 요구 사항을 구체적으로 하나씩 실행해 보기로 했다. 그중 하나가 클럽 피팅의 시간적·물리적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아쿠쉬네트 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4000억원을 돌파했다. 3년 전 2500억원이었다. 어디에 성공의 법칙이 있을까.
“타이틀리스트는 일관성 있는 최고의 골프볼을 만들겠다는 신념에서 출발한 브랜드다. 이 뿌리를 강화하고 발전시켜 갈 수 있는 방향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해 왔다. 최고의 볼에 어울리는 클럽을 바라는 시장의 요구에 따라 클럽 비즈니스를 출범했고, 볼과 클럽을 담을 수 있는 가방과 모자에 대한 바람이 있어 기어 비즈니스를 확장했다. 피부와 맞닿는 골프 의류 역시 장비의 일환으로 여기기 시작하면서 타이틀리스트 어패럴을 시작으로 ‘프리미엄 퍼포먼스 골프웨어’라는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했다. 하지만 타이틀리스트의 뿌리는 바로 골프볼이다. 윤윤수 회장은 늘 ‘가장 큰 회사(the biggest company)가 되려 하지 말고, 최고의 회사(the best company)가 되려고 하라’고 강조한다. 시티투어밴 역시 우리의 뿌리를 잊지 않고 최고의 회사가 되려는 노력이다. 열정적인 골퍼들이 원하는 서비스와 제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베스트 컴퍼니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타이틀리스트 볼은 특정 스타 선수가 아니라 투어에서 얼마나 많은 선수가 사용하는가를 강조한다.
“열정적인 골퍼들에게 동기 부여를 하는 것이 바로 투어 선수들이다. 투어 선수들을 관찰하고 따라 하며 즐거움을 얻는다. 우리는 이 구조를 피라미드 영향(Pyramid Of Influence), 즉 POI로 정의하고 투어에 집중해 왔다.
아쿠쉬네트만의 포인트는 한두 명의 스타 선수에게 집중하는 ‘스타 마케팅 전략’이 아닌, 얼마나 많은 선수가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지를 중요시하는 ‘How Many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일명 ‘COUNT 마케팅’으로, 특정 선수 한두 명이 아니라, 프로 선수 절대다수가 선택하는 제품이라면, 이것은 곧 ‘No. 1’이라는 전략이다. 한두 명의 선수에게만 집중하지 않기 때문에, 브랜드는 계속해서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 현재는 임성재, 김주형, 이경훈 선수가 우리의 얼굴이 되어 브랜드를 젊게 하고 우리 장비의 퍼포먼스를 실력으로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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