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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회 디오픈 우승 트로피를 든 브라이언 하먼. /로이터 연합뉴스

브라이언 하먼이 디오픈 4라운드에서 드라이버 샷을 하고 있다./EPA연합뉴스

브라이언 하먼이 디오픈 4라운드 18번홀에서 우승을 확정짓는 퍼트에 성공하고 공을 팬들에게 던지고 있다./AP연합뉴스

메이저 대회 우승은 값지다. 뛰어난 정상급 선수들이 모두 경쟁에 뛰어드는데다 나흘간 작은 하나의 실수가 파국으로 이어질 정도로 코스 세팅은 가혹하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다른 메이저 우승 경험도 있는 호주의 ‘백상아리’ 그렉 노먼 같은 대단한 선수가 마스터스 마지막 날 6타차 선두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기도 한다. 그래서 경험이 부족하거나 무게감이 약한 선수들이 초반 선두에 나서더라도 우승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실제로 깜짝 선두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메이저 1승은 일반 대회 10승의 값어치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24일 영국 로열 리버풀 골프클럽에서 열린 남자 골프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디오픈(총상금 1650만 달러) 우승 트로피 클라레저그에 입맞춤한 브라이언 하먼(36·미국)에게는 도대체 무슨 비결이 있었던 것일까? 하먼은 대회 이튿날 2라운드에서 5타차 선두로 치고 나간 뒤 3라운드에서 5타차 선두를 유지했고, 중압감이 가장 큰 4라운드에서는 오히려 공동 2위 그룹을 6타차로 따돌렸다.

하먼에겐 메이저대회, 적어도 이번 디오픈에선 우승하기 어려운 몇 가지 약점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먼저 영국 홈 팬들이 미국에서도 그리 주목받지 못하던 선수의 우승을 바라지 않았던 것 같다. 우승 기자회견에서 하먼은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응원하는 선수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팬들이 내가 잘 못하기를 바랐다면 오히려 내게 잘 대해줘야 했다. 3라운드에서 4번 홀까지 보기 2개를 하자 어떤 팬이 ‘당신은 안 돼’라고 하더라. 그런데 오히려 그 말이 도움됐다.”

영국 팬들이 원하는 챔피언은 대회장에서 50㎞ 정도 지역에서 자란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나 로열 리버풀 골프클럽에서 열린 2014년 디 오픈에서 우승했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였다.

미국 ESPN은 “하먼이 1번 홀 티샷을 날리자 갤러리 쪽에서 ‘벙커로 들어가라’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고 전했다. 대개 응원할 때는 “홀로 들어가라”고 한다. 하먼은 3라운드 때도 초반 보기를 곧바로 버디로 만회했고, 4라운드에서도 보기로 흔들릴 것 같다 싶으면 만회 샷을 날렸다. 2번(파4)과 5번 홀(파5)에서 보기를 하고는 6·7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았다. 우승에 쐐기를 박은 것도 13번 홀(파3)에서 2m 파퍼트를 놓쳐 보기를 한 뒤였다. 14번 홀(파4)에서 12m 버디 퍼트에 성공하고는 15번 홀(파5)에서 또 버디를 잡았다. 팬들이 야유할수록 오히려 하먼은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 결기를 갖고 경기했다.

하먼은 한물간 선수처럼 보였다.

하먼이 디오픈 이전에 우승한 것은 6년 2개월 전이었다. 게다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먼은 12년간 PGA투어에서 뛰면서 2014년 7월 존 디어 클래식과 2017년 5월 웰스 파고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하먼 스스로 “우승하고 시간이 많이 지나면 ‘다시 우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장타를 앞세운 젊은 선수들이 계속 나오다 보니 내가 우승할 차례가 올 것인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먼은 꾸준히 칼을 갈며 언제든 우승 경쟁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2017-2018시즌부터 이 대회 전까지 하먼은 PGA 투어에서 ‘톱10′에 29차례나 올랐다. 이는 해당 기간 우승이 없는 선수 가운데 최다 기록이다. 하먼은 2017년 US오픈 우승을 눈앞에 뒀다가 놓쳤다. 당시 2라운드까지 선두였고, 4라운드에서도 우승 경쟁을 벌였으나 브룩스 켑카(33·미국)에 우승을 놓쳤다. 당시 깨달은 바가 있었다. 하먼은 “원래 머릿속에 생각이 많은 스타일인데 어릴 때부터의 꿈인 우승이 눈앞에 보이니 허둥대더라”며 “그 뒤로는 할 수만 있다면 한 샷 한 샷에만 집중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하먼은 지난해 ‘골프의 고향’ 올드코스에서 열린 디오픈에서 공동 6위를 차지하고는 “참고 인내해야 하는 링크스 코스가 나와 잘 맞는다는 느낌이 왔다”고 했다. 절치부심 마음을 닦은 결과이다.

그는 185~195cm의 선수가 즐비한 PGA투어에서 왜소한 체격에 속한다. 공식적으로 키 170cm라고 밝혀 놓았지만, 실제론 160cm 대 후반이라고 한다.

이번 대회 평균 비거리 283야드로 대회에 출전한 156명 가운데 126위였다. 하지만 하먼은 3m 이내 퍼트 59번 가운데 58번을 성공했다. 그는 “몇 년 전에 했던 거울을 보며 퍼트 연습을 하는 것을 올해 다시 시작한 것이 효과를 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1963년 밥 찰스(뉴질랜드), 2013년 필 미켈슨(미국)에 이어 디 오픈에서 우승한 3번째 왼손잡이 선수다. 하먼은 일상생활에서 모든 것을 오른손 위주로 쓰지만, 골프는 왼손으로 한다. 어린 시절 야구를 좋아했던 하먼은 우투좌타(공은 오른손으로 던지고 타격은 왼손 중심으로 하는 것)였던 영향으로 골프도 왼손으로 치게 됐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컷 탈락하면 골프 대신 사냥을 하러 갈 생각이 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실제 미국 조지아주 사바나 출신인 하먼은 고향에서 가까운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올해 마스터스에서 컷 탈락하고는 사냥을 떠났다. 칠면조와 돼지를 잡았다고 한다. 그는 “양은 맛이 없기 때문에 그럴 생각이 없었다” 고 했다. 그의 취미는 사냥과 낚시, 스킨스쿠버다.

하먼은 “어렸을 때부터 치과의사인 아버지와 사냥을 자주 나갔는데 여덟살쯤부터는 내가 사슴가죽을 벗기곤 했다”며 “나는 스스로 마무리하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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