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룩스 켑카(33·미국)는 강한 승부 근성 탓에 대학 시절에는 정신과 상담을 받을 만큼 분노 조절 장애를 겪었다. 어머니는 유방암에 시달렸다. 켑카는 “인생의 허무함을 일찍 깨닫고 현재를 즐기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그는 다른 선수들이 어려운 코스에 대해 불평을 할 때면 “골프 코스가 어려울수록 더 재미있다”고 한다. 그가 유달리 메이저에 강한 이유도 장타와 쇼트 게임 능력 외에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경기를 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갖고 있다. 켑카는 유럽 2부 투어에서 프로 경력을 시작해 유럽 각국의 다양한 잔디와 필드 조건을 경험하고 25세에 PGA투어에 입성했다.
‘메이저 사냥꾼’ 켑카가 22일 남자 골프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총상금 1750만 달러)에서 우승하며 PGA 쳄피언십 세 번째 우승과 메이저 다섯 번째 우승을 이뤘다. 켑카는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에 이어 1990년 이후 5번 이상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세 번째 선수가 됐다. 또 우즈와 잭 니클라우스에 이어 스트로크 플레이 시대에 PGA 챔피언십에서 세 차례 우승한 선수에도 이름을 올렸다.
켑카는 이날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의 오크힐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PGA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4개로 3타를 줄여 최종 합계 9언더파 271타를 기록, 공동 2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와 빅토르 호블란(노르웨이)을 2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315만 달러(42억원).
브룩스 켑카가 2023년 5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의 오크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2023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관중을 향해 손짓을 하고 있다. 켑카는 72, 66, 66, 67타를 쳐 9언더파를 기록했습니다. /UPI 연합뉴스2021년 초 무릎 수술을 받고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후원하는 LIV 골프로 이적한 켑카는 LIV 골프 선수로는 처음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랐다. 한때 PGA투어 고수파였던 켑카는 “대회 수가 적어 부상중인 내가 시즌 중에도 휴식을 할 수 있어 LIV골프로 이적했다”고 밝혔다. 켑카의 동생 체이스도 LIV골프에서 활동하고 있다. 켑카는 지난 해 LIV골프 인비테이셔널 제다와 올해 LIV골프 올랜도에서 두 차례 우승했다.
켑카는 LIV 골프로 이적하기 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8승을 거뒀는데 그중 US오픈(2017·2018년) 두 차례, PGA 챔피언십(2018·2019년) 등 메이저 대회에서 4승을 거뒀다.
무릎 부상으로 고전하다 4년 만에 메이저 대회 우승을 재개한 켑카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기쁘다”며 “나를 믿고 응원해준 팬과 나의 팀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전날까지 악천후가 선수들을 괴롭혔지만, 최종 라운드는 화창한 날씨 속에 열렸다. 켑카는 지난달 시즌 첫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에서 선두로 나섰다 욘 람(스페인)에 역전패를 당한 아쉬움을 제대로 씻어냈다.
3라운드까지 1타 차 선두였던 켑카는 4라운드 초반 2~4번 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승부의 분수령은 16번홀(파4)이었다. 켑카가 버디를 잡아낸 반면 13·14번 홀 연속 버디로 1타 차까지 추격한 호블란이 더블보기로 무너지며 4타 차로 벌어진 것이다. 호블란은 티샷을 페어웨이 오른쪽 벙커로 보내고 나서 두번째 샷 실수로 볼이 벙커 턱에 박혔고 언플레이어블볼을 선언해 1벌타를 받고 친 4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 2퍼트로 마무리했다.
켑카는 17번홀(파4)에서 티샷이 페어웨이를 크게 벗어나 보기를 했지만 여유가 있었다. 18번홀(파4)에서 여유 있게 파를 잡아낸 켑카는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했다.
브룩스 켑카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피츠퍼드의 오크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PGA 챔피언십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AP 연합뉴스
LIV 소속인 브라이슨 디섐보(미국)가 공동 4위(3언더파)에, 캐머런 스미스(호주)가 공동 9위(1언더파)에 올랐다. 마스터스에서 컷 탈락했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공동 7위(2언더파)를 차지했다. 세계 1위인 람은 공동 50위(7오버파)를 기록했다.
투어 선수가 아닌 클럽 프로 마이클 블록(미국)은 공동 15위(1오버파)에 올라 내년 PGA 챔피언십에도 출전할 수 있게 됐다. 미국 내 클럽 프로에게 배분되는 출전권을 통해 이번 대회에 나선 블록은 매킬로이와 함께 최종라운드 경기를 하며 15번 홀(파3·151야드)에서 7번 아이언으로 홀인원을 잡았다.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컷을 통과한 이경훈은 이날 버디 4개와 보기 3개로 한 타를 줄여 공동 29위(5오버파)로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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