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설적인 지도자 하비 페닉(1904~1995)은 바이런 넬슨과 톰 카이트, 벤 크렌쇼, 캐시 위트워스 같은 레전드들의 스승이었다. 하비 페닉이 쓴 ‘리틀 레드북’은 티칭프로의 바이블로 지금도 베스트셀러이다. 톰 카이트는 이 책의 추천사에 이렇게 적었다. “하비는 단 한 번도 ‘그렇게 하지 마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좀 해보는 게 어떨까?’라는 긍정적인 표현으로 제자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페닉은 훗날 많은 이들이 인용하는 스윙에 대한 비유를 남겼다. “클럽은 금속으로 만들고 공의 소재는 고무다. 따라서 기를 쓰며 힘을 들여 치지 않아도 물리법칙상 잘 날아가게 돼 있다. 스윙의 요령은 물이 조금 들어 있는 양동이를 휘두르는 것과 같다. 안에 들어 있는 물이 넘치지 않도록 천천히 그리고 크게 휘두르면 된다. 이것이야말로 스윙에서 불멸의 비결이다.”
양지호(34) 프로는 “페닉처럼 훌륭한 지도자들은 아주 쉽고 단순하게 가르친다”며 “몸통 회전은 어떻게 이뤄지고, 공은 어떻게 맞을 때 좋은 소리가 나고 제대로 날아가는지 느낌을 알게 되면 골프가 훨씬 쉬워진다”고 했다. 그는 골프 실력이 아직 초보인 아내 캐디 김유정(30)씨에게 스윙에 대한 느낌을 알려주는 데 공을 들였다. 그 방법은 그린 주변 20~40m의 어프로치 샷을 세밀하게 이해하는 것이었다. 페닉의 말처럼 물 양동이를 조금씩 더 멀리 휘두른다고 생각해보자.
우선 그린 주변 20m 거리의 어프로치. “20m는 스탠스를 좁히고 발은 11자에서 약간만 오픈하는 형태로 선다. 짧은 거리여서 클럽으로 공을 정확히 맞히기만 하면 된다. 몸을 많이 여는 게 의미가 없다. 체중은 7 대 3의 비율로 왼쪽에 선다. 좌우로 왔다갔다하지 않고 제자리에서 똑바로 백스윙을 했다가 그대로 다운스윙하면서 공을 맞힌다.”
다음은 30m 어프로치. “20m 어프로치 샷보다는 약간 스탠스를 넓게 선다. 어깨와 골반을 가볍게 열어주지만, 손목을 안 쓰고 클럽을 그대로 들었다가 정확히 맞히는 게 중요하다. 몸통 회전이 약간 이뤄지는데 백스윙 때 클럽을 안쪽으로 돌리면서 빼면 ‘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주말골퍼는 약간 바깥쪽으로 백스윙한다고 생각할 때 똑바로 클럽을 들어 올리게 된다.”
40m 어프로치는 어떻게 할까? “40m 어프로치 샷부터는 체중이동이 이뤄져야 거리를 낼 수 있다. 어깨와 골반이 확실하게 잘 열려야 하고 몸통 회전이 이뤄져야 한다. 체중은 6 대 4의 비율로 왼쪽에 두거나 5 대 5로 가져가도 좋다. 지나치게 왼발 쪽에 체중을 두면 회전이 막힌다. 어드레스 때 어깨와 양팔이 그리는 삼각형을 그대로 안고 간다는 느낌으로 회전한다. 오른쪽 무릎이 들리지 않게 몸과 가슴이 같이 회전하면서 목표 지점을 향하면 된다. 손목을 일찍 풀어서 공을 치지 말고 코킹된 상태로 그대로 공에 떨어지도록 한다.”
아내 김씨가 20~40m 거리의 어프로치 샷을 연습하면서 좋은 샷들을 하자, 양 프로도 기분이 좋은 듯 “어때 손맛이 좋지”라고 추임새를 넣었다.
양 프로는 “몸통은 회전축을 중심으로 팽이처럼 돌아가야 한다. 짧은 아이언은 클럽을 가파르게 추어올리는 것처럼 보이고, 드라이버는 완만하게 회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회전 원리는 같다. 물 양동이를 작게 돌리거나 크게 돌리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