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곁을 지켰던 캐디 조 라카바(59·미국)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손꼽히는 ‘의리남’이다. 우즈가 부상으로 거의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2015년부터 3년간, 그리고 우즈가 2년 전 목숨을 잃을 뻔한 차량 전복 사고를 내고 재기가 불투명하던 시절에도 우즈 대신 함께 일하자는 PGA투어 선수 여러 명의 제의를 뿌리쳤다. 그는 “내가 있을 곳은 우즈의 곁이고, 우즈가 다시 정상에 서는 순간 그의 곁에는 내가 있을 것이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2019년 마스터스에서 우즈가 ‘스포츠 사상 가장 감동적인 재기의 장면’으로 꼽히는 우승을 차지할 때 라카바는 그린 재킷을 옆은 우즈의 곁에서 함께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그해 일본에서 열린 조조챔피언십에서 우즈가 PGA투어 통산 최다 타이 기록인 82승째를 거둘 때도 함께했다.
라카바는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 직후 캐디 모임에서 “사람들에게 타이거의 경기를 옆에서 보고 그 현장에 있다는 게 얼마나 엄청난 일인가를 말하고 싶다”고 했다. 우즈는 2019년 ESPN 인터뷰에서 “조는 다른 선수들의 백을 맬 수 있었는데 나를 택했고, 내가 부상으로 경기가 없을 때도 나를 기다려줬다. 그는 위대한 사람이고 매우 충직하고 고마운 사람이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영혼의 파트너’ 같던 둘에게도 작별의 순간이 찾아왔다.
라카바가 5일부터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웰스 파고 챔피언십부터 세계 랭킹 4위인 패트릭 캔틀레이(미국)의 백을 맨다고 3일 미국 미디어들이 일제히 전했다.
지난 4월 마스터스 3라운드 도중 기권했던 우즈가 최근 발목 수술을 받아 올해 대회 출전이 어려워지면서 나온 변화로 보인다. 우즈와 절친인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골프위크와 인터뷰에서 “아마도 우즈가 승낙했을 것으로 본다”며 “라카바는 절대로 먼저 우즈의 곁을 떠날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즈와 가까운 이들은 우직하게 우즈의 곁을 지켰던 라카바가 안타까운 심정으로 떠났다고 전했다. 우즈의 에이전트인 마크 스타인버그는 “조가 우즈에게 전화를 걸어 우즈의 동의를 구했다”며 “조는 캐디 일을 계속 하고 싶어했고 타이거는 기꺼이 허락했다. 둘은 형제 같은 사이다”라고 전했다.
라카바는 “우즈에게 전화를 걸어 캔틀레이의 제의가 있다고 전하자 우즈는 ‘당연히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 가서 또 우승하고 멋진 시간을 보내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라카바는 2011년부터 우즈의 캐디로 일하며 2019년 마스터스 우승을 포함해 12승을 합작했다. 라카바는 1999년부터 2011년까지 우즈와 함께했던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뉴질랜드)에 이어 가장 오래 우즈와 호흡을 맞춘 캐디다. 우즈가 성추문 스캔들 이후 불편하게 느끼던 윌리엄스와 헤어지자, 우즈의 멘토였던 커플스가 자신의 캐디를 지낸 라카바를 추천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라카바는 2019년 캐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라카바는 19세 때인 1983년 사촌인 켄 그린의 백을 매며 처음 캐디로 일하기 시작해 프레드 커플스(미국)의 백을 20년 이상 매며 1992년 마스터스 우승을 포함해 12승을 올렸다. 그리고 데이비스 러브 3세와 저스틴 레너드, 더스틴 존슨(이상 미국)과 함께했다.
캔틀레이는 자신의 캐디가 코로나에 걸렸던 지난 2021년 페덱스컵 첫 경기인 노던 트러스트 때 라카바와 함께 한 적이 있다. 당시 캔틀레이는 페덱스컵 챔피언에 올랐다. PGA투어에서 8승을 거둔 캔틀레이는 아직 메이저 대회 우승 경험이 없다. 또 한번의 도약을 위해 노련하고 충직하기로 정평이 난 라카바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카바는 2년전 우즈가 교통 사고를 당했을 때 커플스의 백을 메고 PGA 챔피언스 투어에 나선 적이 있다. 2주 전 취리히 클래식 때 우즈와 가까운 사이인 스티브 스트리커(미국)의 캐디로 나선 적이 있다. 그때는 단발성이었다. 하지만 이번 캔틀레이와의 계약은 완전한 이적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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