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KPGA 코리안투어 우리금융챔피언십 1라운드 1번홀 티잉 구역에서 임성재(왼쪽), 박상현(가운데), 정찬민이 출발을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KPGA]
“임성재 선수 늘 응원합니다. 멋져요” “저기 봐 정찬민 선수 체격 엄청나네” “누가 제일 잘 칠지 내기할까, 난 박상현~”….
11일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 1라운드가 열린 경기도 여주시 페럼 클럽. 박상현(40)과 임성재(25), 정찬민(24)이 오후 12시 57분 출발을 위해 1번홀 티잉 구역에 등장하자 평소 KPGA 코리안투어에서는 보기 어려운 응원의 함성과 박수소리가 쏟아졌다. 이날 1800여 명의 팬이 몰렸는데 절반 이상이 이들 조를 따라다녔다. 수도권과 중부 지역에서 한두 시간 이상 운전을 마다하지 않고 온 팬이 많았다. 국내에선 여자 골프보다 남자 골프 인기가 떨어진다는 소리를 듣지만, 화제를 몰고 다니는 스타들이 등장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2019년 10월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 이후 3년 7개월 만에 코리안투어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임성재는 팬들과 주먹을 부딪치며 인사를 나눴다. 한국 선수 가운데 세계 랭킹(18위)이 가장 높은 임성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2차례 우승하고 한국 선수로는 처음 4년 연속 30명에게만 출전 자격을 주는 PGA 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에 나선 한국 골프의 자랑이다.
임성재는 작년, 이 대회에 출전하려고 귀국했으나 개막 하루 전날 코로나 양성 반응이 나와 발길을 돌렸던 아쉬움이 있었다. 임성재는 PGA 투어 웰스 파고 챔피언십에서 공동 8위로 이번 시즌 7번째 톱 10에 이름을 올리고는 곧바로 귀국해 이틀 만에 경기에 나섰다. 지난 7일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340야드 넘는 엄청난 장타를 날리며 우승한 ‘코리안 헐크’ 정찬민은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즐기는 눈치였다. 버디 잡으면 공을 팬들에게 던져주었다. 분위기 메이커는 백전노장 박상현이었다. 그는 “난 오늘 선글라스를 벗지 않을 겁니다. 티샷 거리가 찬민이와 50m씩 차이 나고 두 번째 샷은 매번 먼저 할 텐데 창피해서요”라며 껄껄 웃었다.
적지 않은 팬이 이들의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담으려다 보니 선수들 실수로 이어지는 장면까지 나왔다. 정찬민은 5번홀에서 카메라 셔터 소리에 영향을 받았는지 OB(아웃오브바운즈)를 내고 말았다. 그런데 이들은 팬들 탓을 하거나 화를 내는 모습을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임성재의 샷 동영상을 찍으려던 한 팬이 박상현에게 가려서 안 보인다고 하자 박상현이 씩 웃으며 피해 주기도 했다. 박상현은 비거리는 가장 짧았지만, 베테랑답게 4언더파 68타로 공동 2위에 올랐다. 선두인 재미교포 한승수(5언더파 67타)와는 1타 차이다. 임성재와 정찬민은 나란히 1언더파 71타로 공동 24위를 달렸다. 임성재는 “4년 만의 한국 대회인데 이렇게 많은 팬이 오셔서 신기할 정도였다”며 “오늘 푹 자고 2라운드에선 더 좋은 경기를 보여 드리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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