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별게 다 되는 세상이네요.”
한국 선수로는 처음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입성해 8승을 거둔 ‘탱크’ 최경주(53)는 자신을 기반으로 만든 ‘AI(인공지능) 최경주’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받고는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다는 표정이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 개막을 하루 앞둔 17일 제주 서귀포의 핀크스 골프클럽. 최경주는 이 대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이자 선수로 출전한다. 자선기금 마련을 위한 이벤트 경기인 SK텔레콤 채리티오픈을 앞두고 10번홀 티잉 구역 인근에 마련한 실내 스크린 골프장에서 최경주가 샷을 하자 ‘티칭 프로 AI 최경주’가 순식간에 샷 분석과 조언을 해주었다. AI 최경주는 “왼쪽 다리에 힘을 주면서 다운스윙을 하면 거리도 더 나가고 방향성도 좋아질 것”이라고 지적하자, 잠깐 어이없어하던 최경주는 “이 자식이~ 맞는 말이긴 하네”하며 껄껄 웃었다. 이 이벤트 행사에는 최경주를 비롯해 박지은, 박상현, 김비오, 최나연, 김하늘 등 골퍼들과 전 야구선수 이대호, 격투기 선수 추성훈 등이 참석했다.
대회 기간 갤러리 플라자에도 이벤트 공간을 마련해 ‘AI 최경주’가 체험자의 스윙과 타구에 대한 분석 결과를 알려줄 예정이라고 한다. 스윙 스피드와 스핀양, 스윙 궤도 등은 골프존 GDR 기술을 활용한다.
최경주는 “저에 대한 모든 자료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활용한다고 들었다”며 “어색한 구석이 있긴 해도 많은 분이 재미있어하실 것 같다”고 했다.
그럼 ‘AI 최경주’는 대자연 속에서 다양한 상황이 펼쳐지는 골프 중계 해설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SK텔레콤 관계자는 “골프 중계에서 자주 나오는 장면들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활용한다”며 “최경주 선수의 과거 영상에서 추출한 얼굴 및 음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휴먼 모델링 기술과 음성합성 기술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골프 대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AI 기술을 도입하는 곳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다.
마스터스는 공식 후원사인 IBM의 AI 머신 러닝을 통해 지난해부터 예상 스코어카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6년간 마스터스 대회에서 수집한 12만개 이상의 골프 샷 데이터를 AI가 학습하도록 했다. 대회가 열리기 전 1라운드 예상 스코어를 올리기 시작해 경기가 시작되면 매홀 새로운 예상 스코어를 업데이트하는 방식이다. 2017년부터는 AI로 마스터스 하이라이트를 만들고 있다. AI 시스템으로 관중의 함성, 골프선수의 제스처 등의 요소를 분석해 즉석에서 ‘뚝딱’ 만들어 내는 것이다.
최경주는 올해 미국과 한국에서 ‘챗 GPT’ 가 큰 화제가 되자 직접 활용해 보고는 시대 변화를 절감했다고 한다. 그는 “KJ CHOI가 누구냐”는 질문을 영어로 던지자 “대한민국 완도 출신의 골퍼로 한국과 일본 프로골프 무대에서 우승하고 PGA투어에 진출해 활약한 내용을 자세히 소개해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전날 소년 시절의 최경주를 만나 인터뷰를 하고는 감개무량했다고 한다. 최경주는 오래전 집에 불이 나 중학교 졸업 앨범을 빼고는 어린 시절 사진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중학 시절의 모습을 한 ‘AI 소년 최경주’가 완도 사투리를 써가며 “그란디 나는 골프를 할라는데 아버지가 반대를 하니 어째야 쓸지 모르것소”라는 질문을 했다. 최경주는 “사실 골프 하는 걸 아버지가 반대하셨던 이유는 돈이 너무 많이 들 것 같아서였다”며 “소년 최경주에게 세차를 하고 공도 팔면서 용돈을 벌고 열심히 하면 주변 분들이 라운드 기회도 주고 하니 포기하지 말고 해보라고 권했다”고 했다. 그는 “너무 잘 만들어서 어린 시절이 떠올라 감정이 북받치더라”고 했다. 사진 한 장만으로도 동영상을 생성할 수 있는 기술로 2차원의 흑백 졸업사진에 입체감과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을 불어넣었다고 한다.
선수로 나설 진짜 최경주는 이 대회에 21번째 출전한다. 최경주는 2003년, 2005년, 2008년 세 차례 우승으로 대회 최다우승 기록을 보유 중이다.
최경주는 1·2라운드에 지난해 우승자 김비오와 340야드를 훌쩍 넘기는 장타자 정찬민과 같은 조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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