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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가족과 함께 태국에 이민 간 백석현(33)은 그곳에서 19년을 살았다. 그는 태국 골프가 세계 무대로 도약하는 데 이바지한 싱하그룹에서 후원을 받은 첫 한국 선수였다.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2승을 거둔 김주형(21)이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 싱하그룹 후원 선수다. 그만큼 유망주였고 태국에서 5승을 거뒀다. 2014년 처음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카드를 받은 백석현은 주로 아시안 투어와 일본 투어에서 뛰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진 2021년부터 국내 무대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백석현이 21일 제주도 핀크스골프클럽에서 열린 'SK telecom OPEN 2023' 최종라운드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KPGA


국내에선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던 백석현이 21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파71)에서 막을 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 오픈(총상금 13억원)에서 나흘간 선두를 내주지 않고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 우승을 거뒀다. 백석현은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3개, 보기 3개로 2타를 줄여 합계 13언더파 271타를 기록, 2위 이태훈(33·12언더파)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 상금 2억6000만원과 4년간 코리안투어 시드를 확보했다. 이번 우승은 백석현이 코리안투어 카드를 받고 참석한 49번째 대회였다.


백석현은 2타 차로 앞선 채 맞이한 18번홀(파4)에서 티샷이 페널티 구역에 빠져 1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 샷이 그린 뒤편 벙커에 빠졌다. 이 위기에서 백석현은 벙커샷을 홀 1m 이내에 붙여 아슬아슬하게 연장전을 피할 수 있었다. 우승을 확정 짓는 퍼팅을 하고 눈물을 쏟은 백석현은 “이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며 “이번 우승을 골프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삼아 더 좋은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1타 차 공동 3위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해 접전을 벌인 이태훈은 16·17번 홀에서 샷이 흔들리며 연속 보기를 했다.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였던 최호성(50)은 4타를 잃고 공동 11위(7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백석현은 극심한 부진으로 체중이 142㎏까지 불었으나 2018년부터 식단 조절과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8개월 만에 62㎏을 감량한 의지의 사나이로 통한다. 50㎏을 감량할 때까지는 탄수화물을 거의 섭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코리안 투어 상금 순위 60위였다. 샷은 나쁘지 않았는데 퍼트로 고생했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선 PGA투어 퍼팅 달인인 조던 스피스(30·미국)를 본받아 ‘노 룩(no look)’ 퍼팅을 시도했다. 스피스는 짧은 거리 퍼팅을 할 때는 공을 보지 않고 홀을 바라보면서 퍼팅을 하는 게 자연스럽고 긴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 바 있다. 백석현은 “4m 이내 퍼트는 조던 스피스처럼 공을 보지 않고 홀을 보면서 퍼팅했다”며 “마지막 우승 퍼팅을 할 때는 공도, 홀도 보지 않고 손만 바라보며 똑바로 밀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백석현은 1라운드에서 9언더파를 몰아쳐 자신의 통산 한 라운드 최저타 기록도 세웠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백석현은 “결혼 이후 중계에 잡힌 적이 이번 대회가 처음”이라며 “아내가 집에서 장모님과 함께 경기를 보고 있는데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걸 보여준 게 가장 기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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