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초현실적인 일들이 이어져서 꿈같은데, 만약 꿈이라면 깨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지난 22일 남자 골프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홀인원을 작성하며 공동 15위(1오버파)에 올라 벼락스타가 된 마이클 블록(46·미국)은 집으로 가는 대신 PGA투어 다음 대회인 찰스 슈와브 챌린지가 열리는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또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출전 자격이 없지만 유명 스타가 된 그를 후원사가 모셔갔다. 그는 다음 달 캐나다에서 열리는 대회에도 초청받았다.
마이클 블록이 22일 막을 내린 메이저 대회 PGA챔피언십에서 클럽 프로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이에게 주는 크리스털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블록은 캘리포니아주 미션비에호의 아로요 트라부코 골프 클럽에서 시간당 150달러(약 20만원)의 레슨비를 받고 회원들을 가르치는 헤드프로다. PGA챔피언십은 미국 2만9000명의 골프 클럽 프로 가운데 20명에게 출전 자격을 주는데 블록은 그 기회를 잡아 대형 사고를 친 것이다. 클럽 프로가 PGA챔피언십 공동 15위에 오른 것은 역대급 성적이다. 1988년 제이 오버턴(미국)이 공동 17위에 오른 것이 최근 35년 사이에 유일하게 클럽 프로가 20위 안에 든 기록이었다.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욘 람(29·스페인)은 50위였다. 블록은 15위까지 주어지는 내년도 PGA챔피언십 출전권도 확보했다. 게다가 1년 수입이 훌쩍 넘는 상금 28만8333달러(약 3억8000만원)를 받았다.
2023년 5월 21일 뉴욕주 로체스터의 오크 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2023 PGA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미국의 마이클 블록이 18번 홀에서 팬 갤러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어프로치 샷을 날리고 있다./게티이미지/AFP 연합뉴스
대학 시절 골프부 소속이었던 블록은 2007년 PGA투어 퀄리파잉 스쿨을 포함해 여러 차례 PGA투어의 문을 두드렸지만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남부 캘리포니아 PGA 올해의 선수에 9차례나 들 정도로 지역 대회를 휩쓸고 다녔다. PGA 투어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실력을 갈고닦은 덕분이다. 그는 PGA챔피언십에 앞서 PGA투어에 25차례 참가해 4차례 컷을 통과했다. 그리고 PGA챔피언십은 다섯 번째 도전 만에 처음 컷을 통과해 다음 해 자동 출전권이 주어지는 15등까지 올랐다. 이런 그의 꿈을 아는 클럽 회원들은 블록이 PGA챔피언십을 치르는 기간 아로요 트라부코 클럽 하우스에 수백명이 모여 TV를 보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그는 “혹시 아내가 레슨비를 올려 받으라고 해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26일 열리는 찰스 슈와브 챌린지에는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27·미국)를 비롯해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참가했다. 하지만 미디어와 팬의 관심은 시골 골프 클럽 레슨 프로인 블록에게 몰렸다. 블록은 PGA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15번 홀(파3)에서 홀인원을 작성할 때 사용한 7번 아이언을 5만달러에 팔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스타 선수들 애장품 대접을 받은 것이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1년에 5만달러(약 6600만원)를 벌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제 10년 된 내 7번 아이언 하나를 5만달러에 사겠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2023년 5월 21일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의 오크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2023 PGA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미국의 마이클 블록이 4번 티에서 샷을 날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그의 클럽은 2013년 출시돼 10년 넘은 구식 모델이다. 헤드 무게를 조정하려고 4~5년 전에 붙인 납 테이프도 그대로다. 그는 웨지와 퍼터도 20년째 사용하고 있다. PGA챔피언십을 주관하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 of America)가 미국 텍사스주 프리스코에 새로 지은 본부 건물에 7번 아이언을 영구 전시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블록은 쏟아지는 축하 문자메시지 가운데 1600개를 미처 읽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와 이름이 같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에게서도 연락이 왔다. 블록은 “나는 평생 조던의 팬이었고 어릴 때 조던 신발 한 켤레를 사기 위해 100달러를 절약하기도 했다”며 “이 많은 관심을 실력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골프 공에 ‘왜 안 돼?(Why Not?)’란 문구를 새기고 경기하는 40대 후반 골퍼의 PGA투어를 향한 마음은 여전히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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