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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투어 소니오픈에서 역전승으로 4승을 거둔 김시우가 신부 오지현과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


“그동안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스스로 세운 너무 높은 기대 때문에 좌절할 때가 잦았어요. 하지만 (오)지현이가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할 수 있게 됐어요.”


‘새신랑’ 김시우(28)가 결혼 한 달 만에 처음 출전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소니오픈(총상금 790만달러)에서 우승한 뒤 하와이의 꽃목걸이를 아내 오지현(27)과 나란히 걸고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김시우는 16일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 와이알레이 컨트리클럽(파70·7044야드)에서 열린 소니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8개, 보기 2개로 6언더파 64타를 치며 합계 18언더파 262타로 우승해 상금 142만2000달러(약 17억6000만원)를 받았다. 김시우는 이날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였던 헤이든 버클리(26·미국)에게 3타 뒤진 공동 5위로 출발했다. 1~3번 홀에서 3홀 연속 버디를 터뜨린 이후 내내 접전을 벌이다 17, 18번 홀 버디로 극적인 우승 드라마를 연출했다.


17번홀 칩인 버디


김시우는 버클리에게 1타 뒤진 상태에서 맞이한 17번 홀(파3)에서 티샷이 그린을 벗어났다. 그러나 웨지샷으로 8.5m 칩인 버디를 잡아냈고,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도 페어웨이 벙커샷을 2온시킨 뒤 2퍼트로 버디를 잡아 1타 차로 승리했다. PGA투어는 김시우의 17번 홀 칩샷을 승부를 가른 ‘클러치 샷’으로 꼽았다. 우승 상금 142만2000달러와 2위 상금 86만1100달러의 차이를 생각하면 56만900달러(약 7억원)의 가치가 있었다. 김시우는 “17번 홀에선 실패해도 잃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공격적으로 버디를 노렸고, 18번 홀에선 내가 먼저 버디를 잡으면 상대가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시우는 2016년 윈덤 챔피언십, 2017년 ‘제5의 메이저 대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2021년 1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 이어 2년 만에 우승을 추가해 투어 통산 4승째를 기록했다. 최경주(8승)에 이어 한국 선수론 PGA 투어에서 둘째로 우승이 많다. 김시우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통산 7승을 거둔 오지현과 지난해 12월 18일 결혼했다. 김시우는 “지난주 하와이에 일찍 와서 신혼여행 온 느낌이고 부담이 없었다”며 “매일 경기를 끝내고 데이트하고 맛있는 것 먹으면서 하와이를 즐겼다”고 했다. “지현이가 대회 갤러리를 하면서 같이 걸어줘 긴장도 풀리고 힘이 많이 됐다”고 했다.


PGA 통산 4승째 - 김시우가 16일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소니 오픈 최종 라운드 18번 홀에서 버디를 잡은 뒤 주먹을 불끈 쥐고 기뻐하고 있다. PGA 통산 4승을 거둔 김시우에게 이번 우승은 결혼 후 한 달 만의 첫 승이라 더 각별하다. /AFP 연합뉴스


김시우는 여섯 살 때부터 자기 키만 한 드라이버를 휘두르며 어딜 가나 최연소 기록을 작성하던 ‘골프 신동’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혔고, 고교 2학년이던 2012년에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최연소(17세 5개월 6일)로 통과했다. 그리고 2017년 PGA투어 ‘제5의 메이저’라 불리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을 최연소(21세 11개월)로 우승했다. 그러던 그가 2021년에는 달갑지 않은 진기명기의 주인공이 됐다. 2021년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 2라운드에서 칩샷을 실수하고는 홧김에 퍼터를 부러뜨려 남은 4개 홀을 3번 우드로 퍼팅해 세계 주요 미디어의 해외 토픽난을 장식했다. 그리고 그해 8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페덱스 세인트 주드 인비테이셔널 최종 라운드 11번 홀(파3)에서 티샷을 포함해 5차례나 공을 물에 빠트리고 13타 만에 홀아웃해 기준 타수보다 10타를 더 치는 데큐플(decuple) 보기를 적어냈다. 할리우드 영화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대단한 오기였다. 그를 아끼는 팬들 사이에서 이러다 골프 신동이 골프 악동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김시우는 “지현이가 연인 시절부터 건너와 응원해 준 일곱 번째 PGA투어 대회에서 우승했다”며 “사랑하는 사람의 응원을 받으며 점점 더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오지현은 “내가 대회를 뛰는 것보다 더 긴장됐고 내가 우승하는 것보다 더 기뻤다”며 국내 투어 생활을 접고 앞으로 미국에서 함께 대회를 다닐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시우는 “지난 시즌 우승도 없었고 투어 챔피언십에도 진출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프레지던츠컵 세계연합팀 캡틴이 저를 뽑아주어 좋은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며 “마지막까지 어떻게 경기하고 어떻게 기다려야 하는지 많이 배운 게 오늘 우승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오는 20일 개막하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그가 2년 전 우승했던 대회여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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