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제 얼굴에 미소를 갖게 해줬어요. 더 열심히 연습하고 싶어졌고 쉬는 시간에는 더 즐기게 됐죠.”
리디아 고(25)는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22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700만달러)에서 합계 17언더파 271타를 기록해 정상에 오르고는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리디아 고가 이날 애틋한 고마움을 나타낸 ‘그’는 다음 달 30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결혼하는 예비 신랑 정준(27)씨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외아들인 그는 이날 대회장에 나타나 열심히 리디아 고를 응원했다.
3라운드까지 리오나 매과이어(아일랜드)와 공동 선두였던 리디아 고는 4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2개로 2타를 줄여 타수를 줄이지 못한 매과이어를 2타 차로 따돌렸다.
리디아 고는 이날 우승으로 여자 골프 사상 최다 우승 상금인 200만달러(약 27억원)를 받아 상금왕(436만4403달러), 올해의 선수상, 최저타수상 등 LPGA 주요 타이틀을 휩쓸었다. 리디아 고는 정준씨와 트로피를 나란히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리디아 고의 시아버지가 될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도 현장에 가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리디아 고 우승. 골프 때문에 밤새우기는 처음이었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기뻐했다.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위크는 “정준씨는 리디아 고에게 골프와 인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갖게 했다”고 전했다.
우리 다음달에 결혼해요 - 21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22 시즌 최종전 CME그룹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리디아 고가 예비 신랑 정준씨와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리디아 고는 정준씨와 처음 만난 직후인 2021년 4월 롯데 챔피언십에서 3년 만에 LPGA 투어에서 다시 우승한 데 이어 올해 3승을 올리며 다시 LPGA 투어 최고의 선수 자리에 올랐다.
리디아 고는 열다섯 살이던 2012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최연소 LPGA 투어 첫 우승을 거둔 이후 통산 19승을 쌓았다. 데뷔 첫해인 2014년 3승으로 신인왕을 차지한 리디아 고는 2015년 다섯 차례 우승하며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2016년에는 4승과 리우 올림픽 은메달을 차지했다. 하지만 2017년 슬럼프에 빠진 이후 2018년과 2021년 각각 1승씩에 그쳤다. 10대부터 화려한 조명을 받았으나 골프뿐인 삶에 지쳐 ‘번 아웃(탈진) 증후군’에 시달린다는 관측이 많았다. 리디아 고의 언니 고슬아씨는 “사랑과 함께 리디아가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고 했다.
리디아 고는 LPGA 명예의 전당 가입도 눈앞에 두게 됐다. 명예의 전당 포인트는 메이저 우승에 2점, LPGA 정규 투어 대회 우승과 평균 타수 1위, 올해의 선수에 1점씩 준다. 리디아 고는 이날 우승과 평균 타수,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 LPGA 명예의 전당 포인트를 각각 1점씩 추가해 3점을 보태 통산 25점을 쌓았다. 명예의 전당 가입 기준은 27점이다.
한국 여자 골프는 최근 16개 대회 무승으로 올 시즌 4승(고진영·김효주·지은희·전인지)에 그쳤다. 이날 이정은(26)이 공동 4위(12언더파), 김효주(27)가 공동 7위(9언더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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