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3승을 거둔 김시우(27)는 지난 9월부터 롱퍼터를 사용하고 있다. 2021년 1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대회에서 통산 3승째를 거둔 이후 샷은 좋은데 퍼팅이 말을 듣지 않던 김시우가 고민을 털어놓자 세계연합 팀의 간판스타인 애덤 스콧(43·호주)은 롱퍼터를 사용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조언을 했다. 스콧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에 견줄 만큼 뛰어난 샷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을 들었지만, 결정적인 순간 퍼팅 성공률이 떨어져 메이저대회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던 선수다. 스콧이 2013년 롱퍼터를 사용하며 마스터스에서 ‘메이저 무관’의 한을 풀자 롱퍼터 주가도 하늘로 치솟았다. 김시우에게 롱퍼터를 권한 스콧은 롱퍼터를 사용할 때 몸의 자세, 그리고 짧은 거리와 긴 거리에서 사용하는 방법 등 디테일까지 성의껏 알려줬다. 김시우나 스콧이 사용하는 롱퍼터는 46인치(116.8㎝)~50인치(127㎝)에 이르는 ‘브룸스틱(broomstick·빗자루) 퍼터’다.
손과 어깨를 함께 목표 방향으로 움직이는 방법이 보통인 일반 퍼터에 비해 한 손은 지지대 역할을 하고 한 손은 밀어주는 역할을 하는 롱퍼터는 시계추의 원리대로 퍼팅하기 쉽고 직진성이 좋아 짧은 거리 퍼팅에 고전하는 선수들에게 ‘마법의 빗자루’ 역할을 한다. 긴 거리에서 거리감을 조절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롱퍼터가 골프경기를 지나치게 골프장비에 의존하게 한다는 반론이 나오면서 현재 골프 규칙은 가슴에 손이나 퍼터 그립을 고정하는 ‘앵커링’ 방식의 퍼팅을 2016년부터 금지했다. 사실상 롱퍼터 퇴출을 염두에 두고 규정을 바꾼 것이지만 롱퍼터는 여전히 건재하다.
50세 이상 선수들이 참가하는 PGA 챔피언스투어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큰 형님 시대’를 이끄는 베른하르트 랑거(65·독일)를 구원한 것도 롱퍼터였다. 랑거는 여러 차례 지독한 퍼팅 입스(yips·불안증세)에 시달렸다. 퍼팅 입스는 때론 경기를 이어 갈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워, 적지 않은 선수들이 은퇴를 선택한다. 그런데 랑거는 롱퍼터를 사용하면서 단점이던 퍼팅 불안이 장점으로 바뀌었다. 롱퍼터를 가슴에 대고 퍼팅하는 방법이 금지되자 팔에 붙이고 퍼팅하는 자세를 개발해 계속 사용하고 있다.
김종덕(61)은 올해 KPGA 시니어 챔피언십에서 2연패를 차지하며 프로 통산 32승(KPGA 코리안투어 9승, 일본투어 4승, KPGA 챔피언스투어 14승, 일본 시니어투어 4승, 대만 시니어투어 1승)을 올렸다. 2003년부터 롱퍼터를 사용하는 그는 이렇게 말했다. “퍼팅은 기술보다 심리적 요인이 성패를 좌우한다. 그런데 짧은 퍼트를 놓치다 보니 자신감이 없어졌다. 수많은 팬이 지켜보고 한 타가 우승을 좌우하는 순간의 중압감 속에서 선수는 떨리기 마련이다. 머리에서는 ‘이렇게’ 치라고 하는데 손과 팔은 말을 듣지 않는다. 고비를 잘 넘기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입스에 걸려 고생하게 된다. 그럴 때 퍼터나 퍼팅 자세를 바꾸면서 탈출구를 찾게 된다.”
김규태 코치는 “‘마법의 빗자루’라 불리는 롱퍼터를 사용하는 이유에서 퍼팅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를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어떤 퍼터를 사용하더라도 손목 사용을 최소화해야 하고 헤드 무게로 스트로크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늘 한결같은 여유 있는 리듬으로 퍼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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