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랑거'라 불리는 김종덕은 시니어 투어에선 장타자다. 젊은 시절부터 왼쪽 발꿈치를 떼고 백스윙을 하며 있는 힘껏 공을 치는 습관이 그를 장타자로 만들었다. 사진은 그를 오랫동안 후원하는 재일동포 최종태 야마젠그룹 회장이 운영하는 일본 다이센골프클럽에서 촬영./민학수 기자
“유러피언 투어에서 베른하르트 랑거 형님이랑 같이 경기해본 적 있죠. 그는 정말 섬세한 운동감각을 지녔어요. 공이 왼쪽으로 휠 것 같으면 마지막 순간 오른쪽으로 클럽을 밀어주고서 프로펠러처럼 헤드를 돌리는 피니시로 페이드(공이 오른쪽으로 살짝 휘는 구질)를 만들었어요. 골프 연습이랑 몸 만드는 게 취미라고 하더군요.”
‘한국의 랑거’란 별명이 따라붙는 김종덕(61)에게 랑거와 인연을 물으니 막힘없이 이야기가 줄줄 나왔다.
1961년생으로 올해 61세인 김종덕은 50세 이상이 참가하는 한국프로골프(KPGA) 챔피언스투어에서 여전히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다. 올해 KPGA 시니어 챔피언십에서 2연패를 차지하며 프로 통산 32승(KPGA 코리안투어 9승, 일본투어 4승, KPGA 챔피언스투어 14승, 일본 시니어투어 4승, 대만 시니어투어 1승)을 올렸다. 대회 때 김종덕이 드라이버를 치면 팬들 사이에선 “마른 장작이 더 잘 탄다더니, 정말이네! 정말이야”라는 감탄사가 쏟아진다.
올해 제26회 KPGA 시니어 선수권대회에서 대회 2연패에 성공한 김종덕이 우승 트로피에 입맞추고 있다. /KPGA
175cm, 65kg의 호리호리한 체격인 그는 지금도 드라이버로 270야드 안팎을 친다. 4번 아이언으로 200야드가량 보낸다. 아이언 샷 정확성을 볼 수 있는 그린 적중률이 무려 81%다. 골프 격언에 ‘골프공은 그 공을 치는 골퍼의 나이를 모른다’고 했는데 그를 두고 하는 말 같다.
이런 김종덕은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 투어에서 올해도 최고령 우승 기록을 경신하며 ‘큰형님 시대’를 이끄는 베른하르트 랑거(65)와 닮았다는 평이 나온다. 꾸준한 체력 관리로 군살 하나 없는 174㎝, 72㎏의 랑거는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하고 열여덟 살부터 스윙 코치에게 배운 내용을 직접 손으로 적어 놓은 노트를 골프 백에 넣고 다니며 꺼내 본다.
김종덕에게도 ‘골프 오답노트’가 있는지 물었다. 그는 대회 때 꺼내본다는 명함을 꺼내 보여줬다. 명함 빈 공간에 ‘스윙을 천천히 한다’ ‘헤드업을 하지 않는다’ ‘손목을 세운다’ ‘기마 자세 앞으로 조금 숙인다’ 같은 다짐이 적혀 있었다.
그는 “클럽을 들었다가 공을 치는데 1.2초밖에 안 걸린다”며 “복잡한 생각을 할 겨를도 없고 단순 명료한 기본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정규 투어 시절 거침없는 경기로 ‘야생마’란 별명을 얻었다. 드라이버 칠 때 그는 왼쪽 발꿈치를 완전히 떼서 있는 힘껏 공을 때린다. 1986년 KPGA 투어 프로테스트를 통과한 김종덕은 신인 시절 320야드를 날려 ‘롱기스트’상을 받았다.
미국 PGA 투어에서 뛰는 저스틴 토머스처럼 체격 대비 가장 멀리 치는 국내 프로 골퍼가 김종덕이다.
김종덕은 “공을 몰아치는 법을 알면 누구나 20~30야드 이상을 더 보낼 수 있다”고 했다. 우선 페이드이든 드로이든 믿을 수 있는 자신의 구질을 만들고 ‘1, 2, 3 공략’을 하라고 권했다. 페이드 구질이라면 페어웨이 가장 왼쪽을 겨냥해서 공을 치면 페어웨이 왼쪽(1), 페어웨이 중앙이나 오른쪽(2), 오른쪽 러프(3)에 공이 살아있게 된다. ‘내 공은 절대 죽지 않는다’는 믿음은 자신감으로 연결돼 적어도 20야드 이상 멀리 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돈이 안 드는 좋은 훈련 비법이 있다고 했다.
빈 스윙을 110%의 힘으로 세게 하는 것이다. 천천히 백스윙을 했다가 임팩트와 피니시까지 빠르고 힘 있게 클럽을 돌리는 방식이다. 연속으로 20번을 한 뒤 잠시 쉬었다가 다시 하는 방법으로 3세트를 한다. 이걸 하루에 두세 번씩 반복하면 헤드 스피드가 빨라지고 스윙에 필요한 큰 근육도 고르게 발달한다. 이런 빈 스윙을 할 때 오른발과 왼발 뒤꿈치를 뗐다 붙였다 하면 타이밍 훈련도 된다. 백스윙할 때 왼발 뒤꿈치를 들고, 피니시할 때 자연스럽게 오른발 뒤꿈치를 뗀다.
그는 고무밴드를 늘 갖고 다닌다. 집이나 호텔 방 문고리에 걸어놓고 아침저녁으로 30분씩 팔과 다리로 당겨준다. 김종덕은 “몸도 골프 스코어도 갑자기 좋아지거나 나빠지는 게 아니다. 서서히 쌓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세 손자에게 용돈을 주기 위해서 아직도 상금을 더 타야 한다”고 농을 치고는 “지금도 골프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다”며 웃었다.
♣김종덕 프로 인터뷰와 스윙 동영상을 유튜브 채널 ‘민학수의 올댓골프’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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