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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형이 다섯살때 나무작대기로 혼자서 흉내내며 만든 스윙. /김주형 선수 가족 제공


김주형이 8일 윈던챔피언십에서 감격적인 PGA 첫 우승을 차지하고 감격해 하고 있다.

/USA투데이 스포츠 연합뉴스

2009년 11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마스터스 골프대회.


섹스 스캔들로 추락하기 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치른 마지막 대회였다. 당시 우즈는 300만 달러가 넘는 초청료를 받고 대회에 출전했는데 ‘세기의 골프 아이돌’이 등장하자 무려 11만명의 갤러리가 운집했다.


그 가운데 7살 꼬마 김주형이 있었다. 티칭 프로를 하는 아버지와 함께였다.


어린 김주형은 선수들 이동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다 타이거를 보고는 ‘고! 타이거’라고 외쳤지만 수줍어서 그 이상 악수를 하거나 사진을 찍겠다고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갤러리가 모인 가운데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우즈의 강렬한 모습은 이후 김주형의 인생을 가리키는 별이 됐다. “나도 우즈처럼 멋진 골퍼가 되겠다”는 꿈이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 다섯살 위 형과 함께 바케트 하나를 나누어 먹으면서 온종일 골프 연습을 해도 하나도 배고프지 않았다. 열여섯살 때 처음 자신만을 위한 맞춤 클럽이 생길 때까지 여기 저기서 얻은 클럽으로 백을 채워 골프 대회에 나서도 주눅들지 않았다.


한국에서 태어나 중국, 호주, 필리핀, 태국을 거치며 잡초처럼 살아남은 ‘골프 노마드’ 김주형에게는 골프를 하는 곳이 집이었다. 그리고 그 별은 김주형을 ‘꿈의 무대’ PGA투어로 이끌었다. 한여름밤의 꿈처럼 기적 같은 우승이었다.


김주형이 윈덤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앞에 두고 박수를 치고있다./USA투데이 스포츠

스무살 김주형은 8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스보로의 시지필드CC(파70)에서 열린 PGA 투어 윈덤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이글1개와 버디8개, 보기 1개로 9언더파 61타를 기록했다. 김주형은 합계 20언더파 260타로 공동 2위 임성재와 존 허를 5타차로 제치고 역대 한국인 최연소(20세 1개월 18일) PGA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2000년대생이 PGA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김주형이 처음이다.


1932년 PGA투어가 분리된 이후 역대 최연소 우승자는 2013년 존 디어 클래식에서 우승한 조던 스피스(당시 만19세10개월14일)이다.


김주형의 우승 기록은 우상인 우즈보다도 빠르다. 1996년 10월6일 라스베가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처음 우승할 때 우즈의 나이는 20세 9개월 6일이었다.


김주형은 시즌 최종전 우승으로 상금 131만4000달러(약 17억원)과 함께 PGA투어 카드(페덱스컵 포인트로 지난 대회서 사실상 획득), 페덱스컵 플레이오프(PO) 진출권을 획득했다. 김주형은 최경주(52), 양용은(50), 배상문(36), 노승열(31), 김시우(27), 강성훈(35), 임성재(24), 이경훈(31)에 이어 한국 국적 선수로는 9번째로 PGA 투어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김주형은 미국 현지 방송과 인터뷰에서 “18번홀 그린에서 여러 투어 활약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고 했다. 김주형은 티칭 프로인 아버지에게 골프를 배우며 호주, 필리핀에서 아마추어 생활을 하다 태국으로 무대를 옮겨 프로 생활을 했다. 김주형은 아시안 투어 2부 투어서 3승, 아시안 투어 2승,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2승 등 7승을 경험했다.


김주형은 “이번 대회처럼 감정이 북받친 건 처음이었다. 그 어느 대회 우승때보다 기뻤다”고 했다.


전날 악천후로 3라운드 10번홀까지 마쳤던 김주형은 이날 새벽 3시30분에 일어났다. 그리고 윈덤 호텔 체육관에서 40분 동안 정성스럽게 스트레칭을 하고 샤워를 하고 식사를 하고 경기에 나섰다고 했다.


김주형은 “어떤 상황에서도 늘 루틴을 지키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전날 두 차례나 악천후로 경기가 순연된 데 이어 이날 3라운드 잔여 경기 8홀, 그리고 4라운드 18홀을 돌면서 힘들었을 텐데도 김주형은 에너지가 넘쳤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꿈꿨던 무대 PGA투어에서 첫승을 해서 정말 너무 영광스러웠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서 더 많은 이런 기회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첫 경기를 치른 이래 PGA 15번째 대회만에 첫 우승을 한 김주형은 “우승이 갑자기 올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정말 열심히 하다 보면 이렇게 우승의 기회에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전반에 스코어가 좋아서 좀 가능성이 있겠다 싶어서 좀 긴장도 되고 좀 플레이에 집중이 가끔씩 흔들릴 때가 있었다. 마지막 (18번)에서 홀아웃 하고 나서 정말 우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김주형은 “꿈꾸던 무대에서 우승했는데 두 번째 최연소 기록까지 붙어서 더 영광스럽고 의미가 많은 것 같다. 기회가 많이 나올 때 잘 잡아서 그렇게 마지막 날에 좋은 성적이 나왔던 것같다. 퍼터를 많이 집중하고 노력했다. 퍼터가 좀잘 돼서 이렇게 좋은 성적이 나왔다”라고 했다.


김주형은 페덱스컵 포인트 500점을 추가해 페데스컵 랭킹 34위(917점)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김주형은 “PGA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은 처음이고 잘 하면 최종전까지 3주 연속으로 칠 수 있다. 정말 열심히 해서 많은 기회를 만들어야 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주형은 형처럼 따른 임성재에게 고마워했다. 그는 “성재 형처럼 우승하고 싶었다. ‘형 이거 이런 느낌 어때요?’ ‘아니면 형 칠 때 이렇게 어떻게 해요’라고 늘 묻는다. 연습할 때 형이 많이 알려준다. 축하한다는 말씀도 해주시고 정말 형한테는 많이 감사하다. 제가 한번 밥을 사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이날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임성재가 20위로 한국 선수 첫째, 김주형이 21위로 둘째였다.


연습라운드 해프닝도 있었다. 김주형은 “대회를 앞두고 연습라운드를 전반에 혼자 돌다 후반에 임성재 김시우 안병훈 형들과 함께 치게 됐는데 15번홀에서 벌에 쏘였다. 너무 아파서 어드레스도 하기 힘들어 결국 남은 홀을 포기하고 병원에 가서 형들한테 미안했다. 그래도 형들하고 라운드하며 많은 도움을 받아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김주형은 “나는 아직 배워야하고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그는 “PGA투어 선수들은 확실히 리커버리 능력이 뛰어나다. 다른 투어도 다녀봤지만 PGA투어는 확실히 그런 걸 잘한다. 또 예선 통과 컷도 대부분 언더파다. 예선 통과 성적도 부담스럽고, 우승도 오늘 나처럼 운 좋게 61타는 쳐야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보면 PGA투어는 강하다. 전체적으로 다 좋아져야 한다”고 했다. 김주형은 “디테일에 강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무대이고 나는 갈 길이 아직 멀다”고 했다.


김주형이 이날 전반에만 8타를 줄이자 현지 매체는 “김주형은 버디 트레인같다”라고 했다. 김주형의 영어 이름은 톰(토마스)인데 장난감 기차가 나오는 애니메이션 토마스 더 트레인(토마스와 친구들)을 좋아해서 딴 이름이다. 현지 중계 방송은 김주형에 대해서 자세히 조사한 듯 어린 시절 형과 자전거를 타며 노는 사진을 올려놓기도 했다.


형 김재욱은 올해 군대에서 제대해 미국 대학 진학을 앞두고 동생의 투어 생활을 돕고 있다. 이날 우승을 확정짓는 퍼팅을 하고 18번 홀 그린 옆에서 기다리던 형과 김주형은 서로 와락 끌어안았다. 김주형은 “형과 함께 어릴 때 골프를 하던 때가 정말 행복했고 그립다. 형은 공부를 하겠다고 골프를 그만두었지만 저는 골프를 계속해서 PGA투어 선수가 됐으니 형도 공부로 하버드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며 웃었다.


김주형은 “올해 아시안투어와 유럽투어, 한국과 미국 등을 오가면서 타이트한 일정으로 살이 좀 빠진 것 같다. 컨디션도 일정하고 좋아진 것 같다. 건강해진 기분이다. 그래서 식단 조절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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