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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환점에 선 한국여자골프] [中] 거세지는 도전


미국의 넬리 코르다가 7일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골프 최종 라운드서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작은 미국 국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한국 여자골프의 ‘아부다비 쇼크’라 불리는 사건이 있었다. 2018년 창설돼 3회째(코로나로 2020년 열리지 못함)를 맞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최대 아마추어 대회인 위민스아마추어아시아태평양(WAAP)에서 일본 선수가 우승, 태국(2명)과 호주(1명) 선수가 공동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의 최고 성적은 공동 7위에 그쳤다. 우승자에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대회 출전권 등을 주는 이 대회에서 한국은 세 번 모두 우승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하나금융그룹 스포츠마케팅팀 박 폴 팀장은 “몇 년 전부터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이 못한다기보다 일본이나 태국과 호주 선수들이 너무 잘 친다”며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도쿄에 이어 다음 올림픽이 열리는 파리에서도 노메달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골프 최강 코르다 자매 제시카 코르다와 넬리 코르다(오른쪽) 자매는 체코 출신의 테니스 스타였던 부모의 운동 DNA를 물려받아 뛰어난 장타 능력과 집중력을 갖췄다. 넬리 코르다를 영입했던 전 한화 골프단 감독 김상균씨는“넬리는 평소에도 운동복을 입고 다닐 정도로 꾸미고 치장하는 데 들이는 시간을 아까워한다”며“스윙의 문제점을 발견하면 한국 선수들 못지않은 집중 연습으로 개선한다”고 전했다. 사진은 지난해 마이어 클래식에서 우승한 넬리가 언니 제시카와 점프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게티이미지 코리아

한국 여자골프는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도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금메달을 놓쳤다. 당시 개인·단체전 2관왕에 오른 유카 사소(21·필리핀)는 지난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세계 정상권 선수로 성장했다.


이미 아마추어 대회에서는 10년 전부터 동남아와 일본 선수들의 거센 추격이 시작되고 있었다. LPGA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 활약에 가려 있을 뿐이었다.


대개 한국 아이돌 그룹과 드라마,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한류(韓流) 팬인 동남아 선수들은 ‘세계 최강 한국 여자골프’의 성공 모델도 벤치마킹했다. 박세리와 박인비를 비롯한 세리 키즈가 가족의 헌신과 기업의 적극적인 후원 아래 미국 무대에 도전해 엄청난 연습량으로 단기간에 세계를 제패한 모습을 보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유카 사소, 패티 타와타나킷

‘태국의 박세리’라 불리는 전 세계 1위 에리야 쭈타누깐(27)을 비롯해 지난해 LPGA투어 신인상(2020~2021 통합)을 수상한 패티 타와타나킷(23) 등은 태국 기업의 후원 속에 미국 주니어 대회에 출전하고 미국 대학에서 실력을 키웠다. 지난해 레이디스 유러피언 투어(LET)에서 대상과 신인상을 석권하고 올해 미 LPGA투어에 뛰어든 태국의 아타야 티티쿨(19)은 미국 골프채널에서 올해 메이저대회 우승 후보로 꼽을 만큼 실력을 갖췄다.


한국의 국가대표 육성 시스템을 부러워하던 일본은 아예 호주 출신 감독을 초빙해 20대 초반의 황금 세대를 길러냈다. LPGA투어에서 5승을 거둔 하타오카 나사(23), 2019년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자로 올해 미 LPGA투어에 진출한 시부노 히나코(24) 등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신지애와 안선주 등 한국 선수들과 경쟁하며 힘을 길렀다.


지난해 일본 여자 아마추어선수권은 한국인 최종태 회장(야마젠 그룹)이 운영하는 돗토리현의 다이센 골프클럽에서 열렸다. 최 회장은 “요즘 일본 선수들 스윙은 한국 선수들처럼 간결한데, 비거리는 오히려 한국 선수들보다 더 나가는 것 같다”고 놀라워했다.




장타 능력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LPGA투어의 방향은 정교함과 집중력을 앞세워 세계 정상에 오른 한국 여자골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넬리 코르다(24·미국)가 평균 270야드의 드라이브 샷에 정확성까지 갖추며 세계 1위와 도쿄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했다. 애너 판 담(27·네덜란드)은 지난해 평균 드라이브 샷 290.8야드로 1950년 LPGA투어 출범 이래 첫 290야드 시대를 열었다. 곧 300야드 시대가 열릴 것이란 전망이다. 2001년만 해도 평균 260야드 이상을 때리는 선수가 6명이었는데 지난해에는 58명이나 됐다. 그중 한국 선수는 7명에 그쳤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 골프가 정식 종목으로 복귀하면서 여자골프에 운동 능력이 뛰어난 인재들이 몰려든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은 스윙 기술 못지 않게 체력 훈련에 공을 들이고 집중력이 뛰어나다는 특징을 보인다. 박인비(34)는 “리우올림픽을 전후해 여자골프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예전엔 압도적인 파워를 갖춘 선수가 한두 명에 그쳤다면 이제는 열 명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올해 US여자오픈이 총상금 1000만달러 시대를 열면서 이 같은 흐름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전 한화 골프단 감독으로 넬리 코르다를 영입했던 김상균씨는 세계 여자골프의 패러다임 변화에 한국도 적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KLPGA투어의 문호를 외국 선수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미국 메이저 대회와 비슷한 코스로 세팅해야 국제무대에서 뒤처지지 않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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