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우, KPGA 최경주 인비테이셔널대회서 우승
2년 넘게 우승 경쟁을 벌이다 마지막 날 퍼팅 난조로 무너지곤 하던 함정우(27)에게 동갑 여자 친구인 강예린이 자신이 주니어 시절 쓰던 퍼터를 권하며 써보라고 했다. 함정우와 강예린은 나란히 중3이던 2010년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혔고 5년 전부터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강예린은 KL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가 평소 사용하던 퍼터보다 길이는 1인치(2.54㎝) 짧고, 샤프트가 꽂히는 위치도 예전의 센터 위치가 아닌 가장자리여서 어색했지만 “어차피 안 되는데 기분 전환이라도 해보자”며 들고 나왔다. 그런데 여자 친구의 퍼터가 행운의 요술 방망이였다. 지난 2년 5개월간 애를 태우던 두 번째 우승이 거짓말처럼 이뤄졌다.
함정우가 3일 경기도 여주 페럼클럽(파72·7217야드)에서 열린 한국 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억원)에서 우승했다.
2타 차 선두로 4라운드를 출발한 함정우는 버디 6개와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를 묶어 2타를 줄이며 합계 15언더파 273타를 쳐 2위 주흥철(40)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 상금 2억원을 받았다.
국가대표 출신인 함정우는 2018년 코리안 투어에 데뷔해 신인상을 차지했고 이듬해인 2019년 5월 SK텔레콤오픈에서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이후 여러 차례 우승 기회가 있었지만 마지막 날 힘을 쓰지 못했다.
함정우는 평소 농담 잘하고 성격이 수더분해 가깝게 지내는 선후배 골퍼가 많다. 박상현(38) 등 선배와 동료 골퍼들이 18번 홀에서 기다리다 ‘곰돌이 푸’ ‘뚱땡이’라고 부르던 함정우에게 축하의 물세례를 퍼부었다. 함정우는 “고비마다 어려운 퍼팅이 들어가서 마지막까지 침착하게 경기할 수 있었다”며 “오늘도 예전 같으면 ‘포기 모드’로 들어갈 상황이 많았다”며 우승 비결로 퍼터의 힘을 꼽았다.
옷이 흠뻑 젖은 함정우는 대회 주최자로 시상식 준비를 하던 최경주(51)를 장난스럽게 꼭 끌어안으며 “선배님 존경합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함정우는 “어릴 때부터 미국 무대에 도전하겠다는 꿈이 있었지만 자주 우승을 놓치면서 ‘내 실력에 가봐야 돈만 쓰고 햄버거밖에 더 먹겠나 싶을 정도로 의욕을 잃었었다”며 “늘 더 큰 무대에 도전하시는 최경주 프로가 미 PGA 투어에 이어 챔피언스 투어에서도 한국 선수 첫 우승을 차지하는 걸 보고 다시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그는 내년 미 PGA 투어 2부 투어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이날 강예린은 KLPGA 투어 하나금융챔피언십을 공동 35위로 마쳤다. 강예린은 “정우가 퍼팅을 잘하기 때문에 내 퍼터를 처음 들고 나가서도 우승한 것”이라며 “그래도 뭔가 한턱 내지 않겠느냐”고 했다. 나란히 대회가 있는 주에는 “상금 많이 벌어서 월요일에 다시 만나자”고 다짐한다. 내년 봄 결혼을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정우는 “우선 맛집에 모시고 간 뒤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갈 생각”이라며 “어제까지도 어색하던 퍼터를 갖고 어떻게 우승까지 했는지 정말 모르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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