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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코리안데이

미 골프투어 동반 우승한 고진영 임성재. /AP연합뉴스

“아~ 정말요. 진영이 누나 정말 축하해요. 한국 남녀 선수가 이렇게 같은 날 우승하는 게 드문 일인데 정말 뿌듯합니다.” (임성재)


“몇 주 전에 성재와 약속했거든요. 미국에서 시즌 잘 마치고 한국 가면 누나가 밥 사겠다고요. 함께 축하 파티 해야죠.”(고진영)


11일 세계 2위 고진영(26)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총상금 300만달러)에서 자신의 통산 열 번째이자 한국 선수 199번째 우승컵에 입 맞췄다. 그 4시간 뒤 ‘아이언 맨’이라 불리는 세계 21위의 임성재(23)가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총상금 700만달러)에서 자신의 통산 두 번째이자 한국 선수 20승째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렸다.


세계 최고의 무대인 미국 남녀 투어에서 한국 선수가 한국 날짜를 기준으로 같은 날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2005년 최경주(51)-한희원(43), 2006년 최경주와 홍진주(38), 2009년 양용은(49)과 신지애(33)가 같은 주 동반 우승한 적은 있지만, 하루씩 차이가 있었다.


임성재, 코치 화상레슨 받아… 마지막날 9언더파 치며 역전


임성재는 이날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슈라이너스 칠드런스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9개를 몰아치며 합계 24언더파 260타로 2위 매슈 울프(미국)를 4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지난해 3월 혼다 클래식 이후 1년 7개월 만에 PGA 투어 통산 2승을 달성하며, 상금 126만달러(약 15억원)를 받았다. 임성재의 이날 우승은 2002년 5월 최경주가 PGA 투어에서 처음 우승한 이후 한국 선수의 통산 20승째 금자탑이었다.


임성재가 11일 미국 네바다주 TPC 서머린에서 열린 PGA 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임성재는 100번째 출전한 PGA 투어 대회에서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AFP 연합뉴스

임성재는 통산 상금 1268만2196달러(약 152억원)로 1200만달러 고지를 넘어선 세 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임성재에 앞서 최경주(51), 김시우(26)가 통산 상금 1200만달러를 돌파했다.


3라운드까지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6위였던 임성재는 4라운드 초반 7번 홀까지 4개의 버디를 잡으며 공동 선두로 나섰고, 9~13번 홀에서 5홀 연속 버디를 잡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임성재는 “첫 우승 뒤 두 번째 우승을 언제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았고 어려웠다며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는데 이렇게 기회가 왔을 때 우승해 기쁘다”고 말했다.


임성재는 한국 골퍼의 신기록 제조기다. 2018년 PGA 2부 투어 올해의 선수를 시작으로 2018~2019 시즌 PGA투어 신인상, 2020년 마스터스 역대 최고 성적인 공동 2위, 3시즌 연속 투어 챔피언십 출전에 이어 지난 시즌엔 PGA 투어 역대 최다 버디 기록(498개)을 세웠다. 하지만 좀처럼 우승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


임성재는 대회 개막 전날까지 한국에 있는 최현 코치에게 실시간으로 화상 레슨을 받으며 아이언 샷을 갈고닦았다. 백스윙 때 클럽을 가파르게 추어올리면서 공이 자꾸만 깎여 맞았기 때문이다. 6년째 함께하는 최 코치의 주문에 따라 백스윙을 좀 더 낮게 하면서 몸통 회전은 더 많이 하는 훈련을 다른 선수들이 모두 떠난 연습장에서 해질 때까지 이어갔다. ‘영점’이 맞자 임성재의 아이언 샷은 원래의 위용을 되찾았다.


해마다 최다 대회 출전 1위에 올라 ‘아이언 맨’이라 불리는 임성재의 또 다른 별명이 ‘아이언 바이런(Iron Byron)’이다. 미국골프협회(USGA)가 볼 테스트를 위해 사용하는 스윙 머신의 이름이 ‘아이언 바이런’인데, 스윙의 정확성으로 이름 높았던 골프의 전설 바이런 넬슨(1912~2006)을 본떠 스윙하게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만큼 임성재가 볼 테스트용 스윙 머신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반복적으로, 정확하게 공을 친다는 것이다.


임성재는 5연속 버디를 잡으며 2위와의 간격을 5타 차로 훌쩍 벌린 순간을 이렇게 돌아봤다. “특별한 느낌은 없었고 매 홀 집중하다 보니 5개 홀 연속 버디였는지도 몰랐어요. 어릴 때부터 한번 집중하면 주변도 잘 안 보이고 몰입하는 스타일이라 오늘 버디를 몇 개 했는지도 끝나고 알았습니다.”


임성재는 승부처로 10번 홀(파4)을 꼽았다. 울프와 치열한 선두 경쟁 중이었다. 임성재는 “티샷이 페어웨이 벙커로 들어갔는데 오르막에 턱도 높아 쉽지 않았지만 잘 올렸고 7m짜리 긴 버디 퍼트에 성공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임성재는 PGA 투어 50번째 대회에서 첫 승리, 이날 100번째 대회에서 두 번째 우승을 일궈냈다. ‘150번째 대회에서 3승을 올릴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임성재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우승이 그렇게 된 건 정말 신기하고 하늘이 정해준 것 같다. 하지만 다음 우승은 더 빨리하면 좋겠다”고 했다. 임성재는 “다음 주 후원사인 CJ가 주최하는 CJ컵에서 우승하면 더 좋겠다”며 웃었다.


고진영, 소렌스탐의 14개 라운드 연속 60대 타수 기록과 타이


고진영이 박세리(44·25승), 박인비(33·21승), 김세영(28·12승), 신지애(11승)에 이어 한국 선수 5번째로 LPGA 투어 10승을 돌파했다.


고진영은 뉴저지주 마운틴 릿지 컨트리클럽(파71·6656야드)에서 열린 파운더스컵 4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1개로 5타를 줄였다. 첫날부터 선두를 지켜온 고진영은 최종 합계 18언더파 266타를 쳐 2위 카롤리네 마손(32·독일)을 4타 차로 제치고 ‘와이어 투 와이어(wire-to-wire·1~4라운드 연속 1위)’ 우승을 차지했다. 상금은 45만달러(약 5억3800만원). 지난 7월 볼룬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클래식, 9월 포틀랜드 클래식에 이어 시즌 3번째 우승이다.


고진영(가운데)이 11일 미국 뉴저지주 마운틴 릿지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 우승을 확정한 순간, 브룩 헨더슨(왼쪽) 등 동료들이 다가와 축하의 샴페인을 시원하게 뿌리고 있다. /UPI 연합뉴스

2년 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통산 10승을 달성한 고진영은 미국 투어에서도 10승을 채웠다. 게다가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51·스웨덴)의 전설적인 기록과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소렌스탐은 2005년 14개 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를 기록했는데, 고진영도 이날 66타를 쳐 타이를 이뤘다. 유소연(31)도 2016년 마지막 3개 대회와 2017년 첫 대회에서 14개 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를 기록한 적이 있다.


고진영에겐 소렌스탐을 넘어설 기회가 남아있다. 다음 대회가 오는 21일 부산에서 개막하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이다. 고진영은 ‘전설’을 넘어본 경험이 있다. 2019년 114홀 연속 노(no) 보기를 기록해 타이거 우즈(46·미국)의 110홀 기록을 깼다.


고진영은 2019년 파운더스컵 챔피언이었다. 작년 대회가 코로나로 취소돼 올해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섰다. “60대 타수 연속 라운드 기록, 타이틀 방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등 부담이 많았다”면서도 “압박감이 클 때 집중이 잘된다”고 했다. 지난주 숍라이트 클래식 마지막 날 후반에 경기가 풀리지 않아 준우승에 머문 그는 “지난주 너무 아쉬운 경기를 해서 극복할 수 있을까 부담이 컸다”며 “오늘은 보기 없는 라운드가 목표였는데, 그래도 보기 한 개쯤 해야 사람 냄새가 나지 않나”라면서 웃었다.


고진영은 올해 ‘골프 사춘기’가 온 것 같다고 말할 만큼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6월 넬리 코르다(23·미국)에게 세계 랭킹 1위를 내줬다. 8월 도쿄올림픽에선 공동 9위에 그쳤고, 금메달은 코르다가 따냈다. 이후 한 달 이상 국내에 머물며 예전 스윙 코치였던 이시우 코치와 다시 호흡을 맞췄고 퍼터도 교체했다. “올림픽 전까지 스트레스를 받아 휴식이 필요했다”며 “스윙할 때 좌우 움직임 등 몇 가지 문제를 고쳤다”고 했다.


올 시즌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포함해 3개 대회가 남아 있다. 한국 선수들은 2주 뒤 부산에서 투어 통산 200승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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