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골프협회·英 R&A 발표… PGA·LPGA 바로 따르기로
올해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PGA챔피언십에서 47.5인치 롱 드라이버로 무려 366야드 장타를 날리며 최고령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던 필 미켈슨(51·미국)은 내년부터 이 비밀 병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48인치 드라이버를 사용하던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도 롱 드라이버는 ‘장타 대회’에서나 휘두를 수 있게 됐다
13일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 R&A는 “현재 48인치까지 허용되는 드라이버 샤프트 길이를 46인치(116.8㎝)로 제한하는 새 규칙을 내년 1월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PGA 투어에서 46인치가 넘는 드라이버를 쓰는 선수는 미켈슨, 디섐보, 딜런 프리텔리(남아공) 등 소수에 불과하다. LPGA투어에서는 브룩 헨더슨(캐나다)이 48인치 드라이버를 사용해 장타를 치고 있지만, 드라이버 그립을 아래로 내려 잡아 실제로 48인치를 전부 활용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USGA와 R&A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드라이버 헤드 크기 한도 460cc를 줄이는 방안을 비롯해 클럽과 볼의 반발력을 낮추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두 단체가 이처럼 제한에 나선 것은 골프가 단조로워져 오히려 흥미가 반감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에서 나왔다. 두 단체는 2020년 ‘디스턴스 인사이츠 프로젝트(Distance Insights Project)’란 보고서를 통해 코스에 따라 전략적인 도전과 그 성공에 따른 적절한 보상, 그리고 클럽 14개를 모두 사용하고 다양한 구질을 구사하는 능력 등 골프의 핵심 가치와 다양한 흥미 요소가 ‘뻥 골프’에 묻혀 단조로운 게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선수들의 긴 비거리→더 긴 코스→더 긴 티 박스→더 긴 경기 시간으로 이어지는 잘못된 방향으로 골프를 이끌어간다는 지적이다. 실제 디섐보는 400야드 가까운 장타로 파4홀에서 원온을 하거나 웨지로 그린을 공략하고 있다. 디섐보가 지난해 어마어마한 장타를 앞세워 US오픈을 정복하자 코스의 변별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8000야드 이상 코스가 필요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프로 골퍼들은 이 조치에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당장 피해를 보게 된 미켈슨은 “하는 짓이 바보면 그게 바보”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롱 드라이버를 사용해도 정확성이 떨어지면 유리하지 않다. 차라리 팔뚝에 샤프트를 고정하는 퍼팅 방식 등 정말로 규제할 게 많다”고 지적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 PGA 투어와 미국 여자 프로골프(LPGA) 투어는 곧바로 이 같은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 물론 주말 골퍼 등 레크리에이션(recreation) 골프에서는 드라이버 길이 제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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