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기적의 홀이 악몽의 홀로
오거스타 내셔널을 상징하는 아멘 코너(11~13번 홀)의 한복판인 12번 홀은 155야드 파3 홀이다. 바람의 변화가 워낙 심한 데다 앞에 실개천이 있어 마스터스의 수많은 참사가 이곳에서 일어났다. 4년 전 조던 스피스는 이곳에서 두 차례 공을 물에 빠트리며 4타를 잃고 2연패의 꿈을 접었다. 인디언 무덤이 있던 자리여서 그린 앞 실개천이 공을 수없이 삼킨다는 전설도 있다.
지난해 타이거 우즈는 이 12번 홀에서 기적 같은 역전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프란체스코 몰리나리, 브룩스 켑카 등 경쟁자들이 공을 물에 빠트리며 자멸했지만, 우즈는 파를 지키면서 ‘그린 재킷’을 입었다.
그러나 올해 우즈는 이곳에서 세 차례나 공을 물에 빠트리며 기준 타수보다 7타를 더 치는 셉튜플(septuple) 보기를 범하며 10타를 쳤다. 7오버파는 우즈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경력 중 한 홀 최다 오버파다. 1997년 메모리얼 토너먼트 3번 홀(파3)에서 적어 낸 9타(6오버파)가 종전 최악 기록이었다.
우즈의 악몽은 첫 번째 티샷이 물에 빠지며 시작됐다. “바람을 잘못 읽어 짧게 쳤다”고 했다. 1벌타를 받고 드롭 존에서 친 세 번째 샷은 그린 앞쪽에 떨어진 뒤 백스핀이 걸려 물에 다시 빠졌다. 1벌타 드롭 후 친 다섯 번째 샷은 그린 뒤 벙커로 향했다. 공이 벙커 경사면 가까이에 있어 엉거주춤한 자세로 친 벙커 샷이 그린을 넘어 물로 향했다. 1벌타를 받고 벙커에 드롭한 뒤 친 여덟 번째 샷은 프린지에 멈췄다.
‘냉탕 온탕’을 오간 우즈는 2퍼트로 10타 만에 홀아웃했다. 하지만 우즈는 남은 여섯 홀에서 버디 5개를 잡아내며 레전드의 품격을 보였다. 그가 15~18번 홀 4연속 버디로 경기를 끝내자 몇 명 되지 않는 관계자가 박수를 보냈다. 우즈는 이날 4타를 잃고 공동 38위(1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그래도 밝은 표정으로 지난해 챔피언 자격으로 더스틴 존슨에게 그린 재킷을 입혀 줬다.
우즈는 “이 스포츠는 때로 끔찍하게 외롭다. 혼자서 끝까지 싸워나가야 한다. 누가 마운드에서 내려주거나 교체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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