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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태는 기술과 메탈 훈련이 함께 이뤄질 때 입스를 탈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photo 민학수의 올댓골프

“멀쩡하다가도 티잉 그라운드에만 올라가면 정신이 멍해지기 시작해요. 잘 쳐야겠다는 생각보다 빨리 그 순간이 지나가길 바라게 되죠.”

   

   김경태(34)는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는 입스(yips·샷 실패 불안 증세)를 세 차례나 겪으면서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선 의지의 골퍼다. 두 차례는 비거리를 늘리려다 드라이버 입스에 걸렸고, 지난해에는 아무 이유도 모른 채 퍼팅 입스를 겪었다.

   

   입스는 샷을 하기도 전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나타나는 각종 불안 증세를 뜻한다. 천하의 타이거 우즈가 한때 ‘칩샷 입스’에 걸려 뒤땅을 치거나 홈런을 날린 적도 있다. 골프계를 호령하던 타이거 우즈를 한순간에 동네 골퍼로 전락시킨 황당한 사건이었다.

   

   지난 10월 11일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4승째를 거둔 김태훈(35)도 20대를 통째로 입스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한번 입스에 걸리면 ‘완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긴장할 때 눈은 목표 지점을 바라보면서 몸은 왼쪽으로 잘못 정렬하는 습관이 있다는 걸 알고부터는 경기 중에도 조정능력이 생겼다”고 했다. 국내의 대표적 장타자인 그는 “워낙 OB(아웃오브바운즈)구역이 많은 국내 골프장에서 대회를 하다 보면 드라이버 입스에 걸리기 쉽다”고 털어놓았다.

   

   유타대 의과대학의 연구 논문을 보면 대부분 골퍼가 한두 차례씩 드라이버나 퍼터의 입스 경험을 하는데 태도에 따라 쉽게 극복할 수도 있고, 아예 골프를 그만둘 정도로 악화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실수를 잘 인정하지 않는 완벽주의 성향의 골퍼가 입스에 잘 걸리고 극복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한다.

   

   김경태는 “입스를 겪을 때는 대부분 특정 계기가 있다”고 했다. 수많은 갤러리 앞에서 어프로치 실수를 하고는 어프로치 입스에 걸린 골퍼도 있다. 잔뜩 긴장한 상태이거나 중요한 상황에서 벌어진 한두 차례 실수가 아픈 기억(painful memory)으로 뇌리에 남으면서 입스에 걸리게 되고, 비슷한 분위기나 상황이 오면 그 아픈 기억이 현실을 지배하는 것이다.

   

   김경태는 지난해 퍼팅 입스가 왔을 때 정말 힘들었다고 한다. 그의 말이다. “너무 퍼터가 안돼서 늘 퍼터를 호텔방까지 갖고 다니며 연습했어요. 그 좁은 일본 호텔방에서 퍼팅 연습할 공간이라고는 두 발 거리밖에 안 되는데 백스윙이 안 되는 거 있죠. 생각해 보세요. 시합도 아니고 무슨 압박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몸은 움직이는데 퍼터가 뒤로 안 가는 거예요. 이럴 수도 있구나 한숨밖에 안 나왔죠.”

   

   그는 기술과 멘탈 훈련이 함께 이뤄질 때 입스를 탈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뭔가를 자꾸 시도해 보면서 불안한 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김경태는 “첫 번째 드라이버 입스는 드로와 페이드 등 다양한 구질을 구사할 수 있도록 연습하면서 고쳤다”며 “두 번째는 입스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동작이 아닌 리듬으로 고쳤다”고 했다. 그는 “퍼팅 입스는 어떻게 와서 어떻게 갔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퍼팅 그립을 간결하게 바꾼 것이 입스 탈출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김경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골프에도 ‘메타 인지 능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자각하고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내 해결하고 학습 과정을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이 바로 메타 인지 능력이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김경태의 실전 골프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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