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는 1997년 마스터스에서 다른 선수들과 전혀 다른 곳, 즉 디벗(divot·팬 자국)이 하나도 없는 깨끗한 페어웨이에서 두 번째 샷을 날렸다. 드라이버를 잡으면 다른 선수보다 평균 30~50야드는 더 멀리 쳤기 때문이다. 다른 선수들이 3온을 하는 파5홀에서 우즈는 두 번째 샷 만에 그린에 올려 이글 아니면 버디를 잡았다. 우즈는 파5홀을 파4홀처럼 플레이하며 20년 이상 PGA 투어를 지배한 게임 체인저(게임 특성을 바꿔 새로운 세상을 만든 이)였다.
최근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20㎏ 이상 몸집을 불려 무지막지한 장타를 휘두르는 브라이슨 디섐보(27)는 우즈의 계보를 잇는 게임 체인저라고 할 수 있다. 디섐보는 평균 400야드에 이르는 드라이버 샷을 날려 파4홀을 파3홀처럼 플레이해 골프계를 정복하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2주 전 로켓 모기지 클래식에서 평균 350야드를 넘는 티샷을 날리며 우승한 것은 그 신호탄이었다.
15일(한국 시각)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오하이오주 뮤어필드빌리지 GC) 개막을 이틀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낸 우즈는 디섐보의 플레이에 깊은 인상을 받은 듯 찬사를 쏟아냈다. 우즈는 지난 2월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이후 5개월 만에 PGA 투어 공식 대회에 출전한다.
우즈는 "디섐보는 더 강하고, 더 커진 몸으로 더 빠른 스윙 스피드를 끌어내고 있다"며 "주목할 점은 그가 멀리 칠 뿐만 아니라 공을 똑바로 보낸다는 것"이라고 했다. "더 멀리 치려고 할수록 부정확한 샷이 나오는데, 디섐보는 강하게 칠 때 나오는 실수를 억제하는 방법을 깨달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 1·2라운드에서 우즈와 디섐보는 다른 조에서 경기한다. 우즈(세계 14위)는 세계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세계 6위 브룩스 켑카(미국)와 함께, 디섐보는 콜린 모리카와, 패트릭 캔틀레이(이상 미국)와 경기한다. 우즈는 "나는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경기하는 것에 익숙하지만 그런 상황은 나뿐만 아니라 내 가족이나 지인들에게도 위험한 장면"이라며 무관중 경기를 지지했다. 그는 "허리엔 이상이 없다. 쉬는 동안 아이들과 뒷마당에서 테니스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PGA투어는 디섐보를 우승 후보 1순위로 꼽는 반면 5개월 만에 복귀전을 치르는 우즈는 14위로 평가했다.
하지만 우즈는 골프 레전드 잭 니클라우스가 주최하는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5차례(1999·2000·2001·2009·2012년)나 우승했다. 지난해 PGA투어 최다승 타이기록인 82승을 거둔 우즈가 83승 신기록을 이곳에서 세울지 큰 관심이다.
우즈와 디섐보가 이번 대회 우승을 놓고 대결한다면 최고의 빅카드가 될 것이다. 40대 중반의 우즈가 디섐보와 장타 대결을 벌이지는 못하겠지만 여전히 마법 같은 아이언샷과 칩샷, 퍼팅 능력을 지녔다. 디섐보는 티샷 능력에서는 압도적인 1위지만, 아직 그린 주변 플레이는 투어 중간 수준이다.
한편 AP통신은 "10월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열릴 예정이던 CJ컵(10월 15~18일)과 조조 챔피언십을 미국 네바다주와 캘리포니아주에서 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며 "코로나 사태로 정상급 선수들이 동아시아 지역까지 원정을 갈 것 같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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