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5월 KPGA KB금융 리브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서형석. photo KPGA |
코로나19 사태로 골퍼들은 역대 가장 긴 동계훈련을 하고 있다. 많은 프로선수가 조바심을 내는 가운데 “오히려 부족한 부분을 가다듬을 시간이 길어져 좋다”는 느긋한 골퍼가 있다.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인 서형석(23)은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15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기대주다. 2017년 DGB금융그룹 대구경북오픈에서 첫승을 거두고, 지난해 KB금융 리브챔피언십에서 2승째를 거두며 그가 바라는 세계 무대를 향해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프로 무대 5년의 경험을 지닌 그가 부족하다며 가다듬는 게 무엇일지 궁금했다. 통화를 한 날에도 그는 골프장에서 연습을 하고 돌아왔다고 했다.
그는 ‘자기 것’을 꼽았다. ‘남의 것’이 아닌 ‘자기 것’이라고 하면 의미가 더 와닿는다. 서형석의 말이다. “골프는 리듬과 타이밍이 중요하죠. 사람마다 제각각 두 박자, 세 박자, 혹은 네 박자 스윙을 할 정도로 서로 리듬은 달라요. 하지만 몸의 순서라고 할 타이밍이 맞으면 느리거나 빠르거나 모두 좋은 샷을 할 수 있죠. 그런데 자기에게 잘 맞는 리듬이 있어요. 그런 게 자기 것이죠. 자연스럽고 자신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으니까요.” 자기 것은 리듬에서 시작해 샷, 루틴 등 골프의 모든 것으로 확장된다.
그는 한 살 아래 후배이지만 많은 걸 보고 배운다는 임성재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임성재는 꾸준함이 특징이죠. 자기만의 장점을 잘 찾아 일관성을 유지한 덕분에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겨루는 PGA투어에서도 그렇게 잘 통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임성재는 백스윙 톱에서 잠시 멈추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느릿한 스윙으로 최고의 정확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문제는 새로운 걸 습득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자기 것’으로 소화되지 않은 것이 기존 스타일과 충돌을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심하면 모든 게 흔들리는 입스(yips·실패 불안증세)가 된다.
그는 데뷔 2년 차인 2016년 13개 대회에서 3개 대회만 예선을 통과해 상금순위 100위로 시드를 잃은 경험이 있다. 퀄리파잉 스쿨에서 간신히 합격해 2017년 시즌 첫 승을 일궈냈다. 당시 그에게 도움이 됐던 것은 ‘노래 배우기’였다. 1주일에 한 번씩 즐겁게 노래를 배우면서 골프를 잊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다고 한다.
178㎝, 82㎏인 그는 지난해 290야드의 드라이버 거리를 기록했다. 2018년에 비해 15야드 늘었다. 올해도 10야드를 늘리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과 체력훈련을 하고 있다. 이런 비거리 늘리기 과정은 반드시라고 할 만큼 부작용을 빚어낸다. 멀리 쳐야 한다고 생각하면 힘이 들어가게 된다. “부드러운 스윙을 생각해요. 친다기보다는 휘두른다는 생각을 하죠. 그러면서 임팩트 타이밍을 맞추는 거죠.”
주말골퍼는 백스윙을 다 마치기 전에 다운스윙을 한다는 지적을 자주 받는다. 정도의 차이일 뿐 프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가 휘두른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전환 동작이 빨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자기만의 주문이다. 멘털 트레이닝에서 ‘부드럽게 휘두르자’와 같은 생각을 ‘큐’라고 한다. 복잡한 스윙 메커니즘에 빠지지 않게 하면서 꼭 필요한 동작은 이뤄지도록 해주는 효과가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